"김종인, 저기 지금 들어오는 거..." "알아, 나도... 그러니까 제발 모른 척 좀 해 줘." 너와 또 마주쳤다. 왜 이 징글징글한 인연은 끊기지가 않는지. 내 눈치를 살살 보던 오세훈이 여상하게 하던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이미 내 눈에는 보였다, 오세훈이 나를 위해 부던하게 애를 쓰는게. 그 노력이 무의미해지기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지금 들리는 이 목소리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였다. "야, 김종인!" 익숙하디 익숙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항상 듣고싶지만 그와 반대로 듣고 싶지않은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너는 늘 웃던 그 얼굴로 내 앞에 와 있었다. "아, 김종인 맞네. 오랜만이다!" "어, 그러게..." "나 저기 앉아있었는데 몰랐어?" 손가락으로 멀지 않은 곳을 가리키며 웃는 너에 어물쩍 끄덕거리며 답하니 진짜 몰랐냐며 너는 맞은편에 앉았다. 내 눈에 오롯이 네가 보였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에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가 다음 순간 들리는 네 말에 다시 한 번 현실을 마주했다. "아, 너랑 나는 진짜 인연이긴 인연인가보다. 나 한국 며칠 들렸다 가는건데 너를 다 만나고." 그렇지. 너는 더 이상 나와 같은 강의를 듣고 같은 학교를 다니던 대학생이 아니였다. 어렴풋이 너와 처음 만난 기억이 떠오를 즈음 너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시간 나면 좀 들러. 내 아내도 소개시켜주게." 아, 우리 부인 진짜 이쁘다. 사진을 보여준다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너를 보며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꾹꾹 눌러 삼켰다. 아내 사진을 찾은건지 사랑스럽게 화면을 쳐다보던 너는 곧 내게 그 화면을 보여줬다. "진짜 이쁘지, 응?" 화면 속에 담겨진 너와 네 여자는 한 눈에 보기에도 행복해보였다. 여자에게 다정하게 두르고 있는 팔을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어디 한 구석이 욱신거리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내가 아무 말도 않자 너는 살짝 당황한 듯 자세히 보라며 내게 화면을 더 들이밀었다. "어, 이쁘다. 무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눈에 새겨지는 그림을 더 가까이서 보기 싫어 서둘러 웃으며 답하니 너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내밀었던 팔을 거뒀다. 그치, 이쁘지. 임신 8개월째인데도 이뻐. 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내게로 와 박혔다. 한 두 번 있는 일이 아닌데도 왜 항상 너와 있으면 나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생채기를 받는지 모르겠다. 아무렇지 않아지려치면 또 다시 너는 내게 생채기를 남긴다. 비록 너는 그런 의도가 아닐지라도. "벌써 8개월이야?.. 한 5개월 됐을까 싶었는데." "야, 말한지가 언젠데. 5개월은 한참 지났지!" 사실, 알고 있었다. 내 여자가 애를 밴 것도 아닌데 네가 나에게 말을 한 그날부터 나는 항상 날짜를 확인했다. 서운하다며 작게 툴툴대는 너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내 앞에 놓여있는데도 보이지 않았던 아메리카노를 조금 들이켰다. 내가 마시고 싶어 주문한 게 맞는데도 밀려오는 쓴 맛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종인아, 내 친구들 나간다. 미안, 갑자기 너랑 만날 줄 몰랐어." 계속되는 친구들의 재촉섞인 부름에 거절을 할 성격이 전혀 못 되는 너는 내게 한껏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 앞에서는 너와 다를 게 없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괜찮아, 만나기로 했던 게 쟤네잖아." "미안. 이거 내 프랑스 집 주소니까 혹시 오면 전화치고 찾아 와! 밥 한 끼 사줄게." 이게 마지막일거다. 너와 내가 만나는게, 내가 너와 웃으며 마주 할 수 있는게. 너와 이렇게 우연적으로 마주칠 때 마다 나는 늘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너를 찾아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기 때문에. 펜은 어디서 났는지 카페 냅킨에 정성들여 쓴 주소를 받아들고 손을 흔드는 너를 따라 나도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받아드는 손이 떨렸음을 너는 모르길 바랐다, 아니 모를거다. 너는 늘 그랬으니까. 순간 속에서 울컥하고 치솟는 무언가가 내 감정을 뒤흔들었다. 네가 네 친구들과 이 곳에서 나가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는 네 여자와 행복했고, 사랑하고 있었으며, 언제나 변함없이 웃고 있었다. 평범하게 일상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너와 같이, 나도 그랬다. "...야, 괜찮냐. 너 지금..."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속은 여전히 너와 함께 했던 대학생 시절과 같았다. 그때부터 이어진 8년이라는 끈도 이제 닳아 끊어질 때가 됐을텐데, 나는 그걸 끊어내지도 끊겨지길 기다리지도 못 했다. 용기가 부족한 나는 오늘도 마음 속의 응어리를 눈물로 풀어내는 수 밖에 없었다. 옆에서 묵묵히 앉아있던 오세훈이 서럽게 울음을 참아내는 내 어깨를 말 없이 토닥였다. 박찬열, 나는 언제쯤 네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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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화썰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문제 시 내릴게요! 댓글 달고 포인트 받아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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