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나는 지금 미국이야! 정말 열심히 대학교 잘 다니고 있어.
잘 살고 있다며? 네 소식 간간히 듣고 있어. 보고싶다.
너도 나 보고싶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가 언젠가 너 꼭 데리러 갈게. 기다려.
-백현-
삐뚜름한 글씨가 경수의 눈동자에 박혔다. 거짓말쟁이.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구겼다. 바스락 소리를 내며 편지가 힘없이 구겨졌다.
편지 위에 젖은 눈물자국이 이렇게 티나는데. 경수는 손 안에서 구긴 편지를 한참이나 쳐다보다 다시 정성스레 펴서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여기는 가을이야. 경수가 남은 여백에 조심히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는 가을이야. 너 보고싶다. 언제쯤 데리러 올 거야?
경수가 펜 끝을 만지작 거렸다.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려던 종인이 경수의 떨리는 어깨를 한 번 응시하곤 문 손잡이를 힘없이 놓았다.
경수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져 내렸다. 백현이는 눈이었다. 경수에게, 눈이었다. 올 때는 아름답게 왔다가 갈 때는 물처럼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수의 눈물이 떨어져 백현의 눈물이 흘렀던 자리에 닿았다.
백현과 경수를 연결해주는 끈. 경수는 조심스레 다시 펜을 들었다.
보고싶어.
백현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밀려오는 감정을 주체 할 수 없었다. 경수는 다시 글을 써내려갔다.
보고싶어, 백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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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이런 짧은 글이 올라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