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꿨다. 어떤 꿈인지 아예 생각도 나지않지만 악몽인게 확실했다. 느리게 윗 몸을 일으켰다. 눈도 뜨지 않은 상태로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변백현 특유의 향이 나는 걸 따르자면 변백현 집이 확실했다. 피곤한 몸을 억지로 침대에서 떼어냈다. 그러니까 내가 뭘 했더라. 생각도 안난다. 음....발에 무언가 채여 그 끝을 쫓아 따라가보니, 변백현이, 피를 아직까지 쏟아내는 변백현이 쓰러져 있었다......왜 피를 쏟아내지. 왜 쓰러져있지.생각 할 겨를이 없는 것 같아서, 119에 전화를 했다. 지치고 피곤해서, 제 할 말만 하고 끊었다. 몇 시간 전부터 이러고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딱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변백현은 나 때문에 자살시도를 했다.백현은 다행히도 살 수 있었다. 찬열이 일찍 발견 한 탓도 있었고, 상처도 심하게 깊지 않은 탓이였다. 의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도의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 시도를 한 거였고,당분간 정신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다.의사가 보호자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나는 보호 해 줄 사람이 없었다. 엄마라는 존재는 잊혀진 지 오래였다. 얼떨결에 경수형의 연락처를 말했다. 박찬열과 연관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경수형은 나에게 친 형 같은 존재였기 때문인것같다.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갔고, 백현의 자살기도 이후로 찬열은 백현과 아무런 접촉도 하지 않았다.경수 형이 생각났다. 그 형은 알겠지. 박찬열의 행방을.질투를 하거나 시기를 하는것은 나 따위에게는 허락 되지도 않았고, 해 봤자 쓸모도 없는거였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신호가 몇 번 가지않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나.....」 「찬열이. 여기 있는데....」웃음이 새어나왔다. 박찬열이 경수 형과 있다는게 너무 뻔해서. 그래. 여러모로 편안한 사람이긴 하다. 그렇게 자신을 위로했다. 「...박찬열 바꿔줘.」 「......찬열이 자는데.」딱히 할 말도 없었으니, 전화를 바꿀 필요가 있지 않았다. 둘이 집에 있는 모습까지 상상이 되었다. 그냥, 냅두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그럼 끊어.」 「백현아.」 「응.」 「...찬열이가 1년만에 우리 집에 왔어.」 「..........」 「무슨 일이야.」잠시 수화기를 멀리하고 생각했다. 경수의 질문에는 더 많은 뜻이 담겨있었다. 「별 일 없어.」몇 일 사이에, 나는 악랄하고 지독하게 변해버렸다.의사에게 말을 했다. 나는 멀쩡하니까 꼭 집에 가야겠다고. 의사는 몇 일 더 입원해 있을것을 제안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말을 무시하고 바삐 옷을 갈아입었다. 뭐라 말하는 의사에게 눈짓으로 인사를 하고 잰 걸음으로 병원을 빠져나와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무턱대고 학교에 오자니, 할 게 없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들여다보자 꺼진지 오래인듯 켜지는 시늉도 하지않았다. 지금 수업에 참여해봤자 수업 도중에 들어와서는 수업을 방해한다고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게 분명했다. 벤치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있는 도중에. 딱 보기에도 덩치가 산만한 애들이 내 눈 앞을 가로막았다. 고개를 천천히 들어 살펴보니, 축구부 애들이였다. 「어. 박찬열이 버린 걸레다.」지들끼리 말하곤 킬킬 웃는다. 씨발.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것을 느꼈다.상대해줘봤자 입에 담기 더러운 욕짓거리만 해 댈게 분명했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서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야. 어디가. 박찬열보단 우리가 더 죽일걸?」하며 어깨에 손을 올린다. 불쾌해서 손을 뿌리쳤다. 아. 저년 튕기는것 좀 봐. 여우네. 여우.수치스러웠다. 자기가 동물원의 원숭이라도, 개라도 된 듯 나를 대했다. 어떤 미친 새끼는 갑자기 허리에 손을 올려 오~ 하고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다.마침 쉬는시간 종이 울렸다. 하지만 축구부 새끼들은 쉬지도 않고 나에게 말했다. 「가자니까. 으응?」 「야. 솔직히 그 고자새끼보단 우리가 더 잘한다!」 「저 년은 좋으면서 지랄이야.」 「박찬열이 버렸다며? 그냥 하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고개를 숙였다. 약한 몸 덕분에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축구부에서 제일 쓰레기같은 새끼가 내 팔목을 잡아끌었다. 유도실! 야, 인마. 거기 좁잖아. 몇 명한테 박혀야되는데 넓어야지. 그럼 주차장 가자. 그래!잡고 있는 손을 뿌리쳤다. 하지만 그대로였다. 힘으로는 상대 할 수 없었다. 제발...제발.앞장 서서 걸어가는 축구부 돼지새끼의 얼굴에 누군가가 주먹을 꽂아버렸다. 나머지 축구부원들이 상당히 놀란 얼굴을 했다. 아 씨발! 누구야!돼지가 일어나서 멍청한 얼굴로 주위를 살폈다......오세훈. 나에게 웃으며 인사를 해 보인다. 나는 무슨 이유인지 그에게 인사를 하지 못했다.돼지가 욕을 하며 오세훈에게 덤벼든다. 뒷 머리채를 잡아 벽에 세게 박아버렸다. 말이 없는 걸 보니 기절한 것 같았다. 뭐야. 덩치만 산만해갖고. 오세훈이 중얼거렸다. 나머지 축구부원들은 도망치고 나, 돼지, 오세훈만 남은 상태였다. 「다음 교시 수업 들어야지.」 「..........어.」 「가자.」 내가 학교에 몇 일간 나오지 않은 것. 벤치에 앉아 있었던 것.나에게 물어 볼 것이 많을텐데 아무것도 묻지 않고 교실로 데려다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그냥 가도록 냅두었다.교실안에는 찬열이 없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다음 교시는 물리였다. 병원에서 퇴원했는데 또 아프다고 하면 엎드려 있으라고 할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책상에 엎드려서 부은 눈으로 잠을 청했다. 일어나니 물리시간이 끝나있었다. 기지개를 펴고 앞만 보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손목이 아려오는게 느껴졌다. 상처가 심하게 깊진 않았지만 흉하게 일그러진 흉터가 남았다. 아직 다 아물지 않았는데. 흉터라고 말 할수 있는건가. 뭔가 병신같아서, 혼자 조그맣게 웃었다. 「야. 변백현.」뒤를 돌아보자 화난 표정을 하고있는 김종인이 서 있었다. 왜 화났지. 왜 전부다 나에게 화만 낼까. 「너.......진짜.」 「...........」 「수업 듣지 말고 따라와.」군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업도 듣기 싫은 이유였고, 그냥. 모두. 모두가 귀찮았다. 쉴 새없이 나에겐 힘겨운 일 들이 일어났다.김종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내가 잘 따라오나 한번 확인을 해 볼만도 한데, 아무 말도 하지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걷기만 했다. 김종인은 아까 그 벤치 앞에서 우뚝 멈춰섰다. 그의 행동을 그냥 유심히 눈으로 쫓기만 했다. 「앉아.」 좀있다가 4편올릴께요.....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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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보내면 아기한테 정말 좋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