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안녕."
"안녕하세요!"
둘쨋 날이 되서 처음으로 하게 된 담임 선생님의 영어 수업이었다.
하지만 담임쌤이라서 해야 할 일이 많으신지 이것 저것 유인물을 나눠주셨다.
"자, 이거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정보 변경하는 거고, 다음은 보충 신청서랑 부모님 확인서. 이거 다 내일까지 해와야된다?"
"네!"
우렁차게 들려오는 대답에 활짝 웃으신 선생님은 '자, 이제 첫수업을 해볼까?'하며 얘기하셨고, 보통은 '싫어요'라던가 '아아-'라고 얘기 하고도 남을 우리 반 애들이 '네!'하고는 고분고분 책을 펼쳤다.
"야, 얘네 차별쩔어."
옆에서 수정이가 소근소근 거리며 말해왔다. 그에 '솔직히 그럴만 하잖아?'하고 대꾸하니 그건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수정이었다.
"헐, 경수쌤 영어발음 봐.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그렇게 수업을 듣고 있는데 영어 지문을 읽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호들갑 스럽게 내 어깨를 쳐댄 수정이는 이내 더더욱 호들갑 스러운 목소리를 말을 걸어왔다. 그 모습이 웃겨 빵터지는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어깨를 들썩 이며 웃고 있었다.
"어, 거기. 00이랑 수정이. 첫 시간부터 떠드는거야?"
수정이 표정이 많이 웃겨서 티나게 웃고 있던 나는 갑자기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고 쳐다보았다.
엄한 목소리와 다르게 입꼬리를 올리고 웃고 있는 선생님의 표정에 안심했다.
"자, 그럼. 첫 수업에 처음으로 걸린 00이랑 수정이가 여기 지문 읽어볼까?"
그러다 내가 제일 못하는 나서서 하기, 발표를 시킨 선생님에 다시 절망했다.
덜덜 떨며 세 줄 밖에 안되는 문장을 겨우 읽은 나는 발표할 때 마다 달아오르는 얼굴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
"자,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자."
아직 시작한지 15분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만 하자는 선생님의 말에 모두들 기대가득한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봤는데, 그 눈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으신 선생님은 이내 학생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자기소개를 시키셨다...
"1번부터 할까, 35번부터 할까?"
'1번이요! 34번이요!' 다들 자신과 떨어진 번호를 부르며 소리를 지르자 장난스럽게 웃으신 선생님이 '그럼, 가운데 번호부터 하자. 16번!' 이라고 아주 상큼하게 외치셨고 2학년 때 번호를 생각하며 내가 아니라며 안심하고 있는데 나를 툭툭치는 수정이에 책상에 붙어있는 내 이름표를 보고 절망했다.
"16번? 누구야? 앞으로 나오자."
그냥, 중간부터 하자고 한 거겠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계속 나가지 않고 있자 16번이 누구냐며 찾는 선생님에 옆에 있던 수정이가 큰 소리로 '야, 너잖아! 나가!' 라고 외치는 바람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쭈뼛쭈뼛 나가니 빼곡히 보이는 애들의 얼굴이 얼굴이 달아올랐다. 다들 아는 친구들이었지만, 그냥. 앞에 선다는 건. 참 힘들었다.
"어... 안녕.... 반가워....."
겨우 인사를 하자 교실이 떠나가라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장난을 치는 애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나는....000이고.... 작년에 4반이었어.... 어, 또.... 내 생일은... 7월 7일이고......"
"생일은 왜 말해! 선물 받고 싶어?"
작년에 같은 반 이었던 친구가 짓궂게 말을 하자 또 한 번 교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쟤는 진짜 가만 안둔다'라고 속으로 생각한 뒤 억지로 웃으며 '아니야... 그런 건 아니야......' 라고 말했다.
"아, 그리고........아...나는 축구 보는 거 좋아하고......."
"오, 00이 축구 좋아해?"
뒤에 할 말을 생각하고 있는 데 갑자기 들어오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들고 선생님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의외네....' 하며 더 해보라는 듯이 쳐다보셨다.
"그리고... 나는... 엑소를 좋아해...."
"오오오, 누구 좋아해?"
"나는 시우민....좋아해."
"오, 다행이다! 나는 카이 좋아해. 카이 내꺼 찜!"
엑소를 좋아하는 듯한 친구의 말에 대답을 해주는 데 카이 내꺼라는 그 친구의 발언에 웃음 소리가 가득찼다. 그리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선생님을 쳐다보자 고개를 끄덕이시며 '00이는 들어가고, 이제 17번 나오자.'라고 말을 하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후다닥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00아, 오늘 야자 빼라는데?"
"어?"
"아까 나 학주쌤 만나서 얘기했는데, 행사 예산이랑 이런거 2학년 애들 잘 모르니까 확실하게 가르쳐 줘야 된데 그리고 간부수련회 준비까지 해야되고. 경수쌤한테 말해야 되니까, 교무실가자."
"어, 그래."
수정이의 말에 교무실로 내리가니 수업 준비 중이 신 듯 열심히 교과서에 필기를 하고 계시는 선생님이 계셨다.
"쌤!"
얼마나 집중하시는지 가까이 다가가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신 선생님에 수정이가 큰 소리로 불렀고, 그에 놀란 듯 선생님은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우릴 쳐다보셨다.
"어, 00이랑 수정이구나. 왠일이야?"
"어, 저희. 또 이런 말 해서 죄송한데 오늘 야자 빼야될 거 같아서요."
"그래?"
"네.. 이것저것 할게 많은 가 봐요. 학주쌤이 빼라고 하셔서."
"아...그래. 너희 진짜 바쁘네. 힘들겠다."
"에이, 쌤만 하시겠어요."
"그래도. 너희 이제 고3이고 공부하기 바쁠텐데.."
걱정스러운 듯 눈썹을 축 늘어뜨린 채 말을 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어? 00이 왜 웃어?"
"네?... 아, 아니요."
"왜 웃었어? 궁금한데?"
"....아니...아, 그냥... 쌤 멋있어서요...."
귀엽다고 말하려 하니 뭔가 선생님이 좋아하지 않으시면 어쩌나라고 생각해 겨우 뱉어낸 말이 뜬금없는 멋있다는 말이 었다. 그 말이 웃긴 듯 수정이가 뭐냐는 식으로 쳐다보며 웃자 나 역시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런데 선생님은 잠시 갸웃하시더니 금새 환하게 웃으시며 '고마워.' 라고 하셨다.
"그래. 그럼 열심히 하고, 나중에 선생님이 맛있는 거 사줄게."
"오오,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를 하는 우리에게 두 손을 흔들며 잘가라고 인사하는 선생님이 정말 귀여워서 또 입꼬리를 바짝 올린 채로 돌아섰다. 그리고 아까의 내 말이 웃긴 듯 멋있냐가 뭐냐며 내 팔을 때리며 웃어대는 수정이에게 민망한 듯 웃고는 교무실을 나가기 직전에 선생님의 자리로 돌아봤다.
고개를 돌리자 마자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것 처럼 시선이 마주쳤고,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자 선생님은 웃으며 다시 한 번 손을 흔들어주셨다.
"뭐해, 안가?"
"....어, 가."
그 인사에 답해주지 못하고 수정이의 재촉에 바로 고개를 돌려 다시 걸어갔다.
폭풍 연재! 를 하겠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헣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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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