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눈을 뜨니 여기다. 벌써 며칠째 같은 꿈이 반복된다. 꿈이라는것을 알고있으면서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괴로운 악몽이 벌써 일주일째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배경은 항상 같지. 검은 건물들이 기분 나쁠정도로 빽빽하게 늘어선 도시에 서서 역시 또 그곳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다니엘이 나를 암흑에서 건져올렸던 우리의 첫 만남이었던 장소.
왜 나는 계속해서 여기로 들어오는걸까. 정신을 놓고 무작정 걸었다. 너와 같이 샌드위치를 먹던 공원에 다다른다. 킬킬거리며 강아지에게 샌드위치 조각을 나눠주던 네가 보인다. 이미 여러번 겪은 일이라 나는 더이상은 놀라지도 않았다. 다가가지도 않은채 웃는 너의 얼굴을 보노라니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 너의 잔상이 사라질 무렵, 나도 걸음을 옮겼다.
걷다 지쳐 벤치에 앉으니 또 다시 다니엘이 태연하게 말을 걸어온다. "아저씨 혼자에요?" 요전번 꿈까지는 입만 뻥긋 거리더니 이제는 발전했는지 그의 목소리가 똑같이 흘러나온다. 꿈이란걸 알아서일까, 눈물 한방울조차 나지 않았다. "얜, 내 강아지 밴딧이야. 아니 밴딧이에요." 존댓말이 서툰 것까지 똑같았다. 나는 그때 참 귀찮은 꼬마라고 생각했었지.
다시 자리를 옮긴다. 으레 꿔왔던 꿈들처럼 너는 허공에 대화를 계속하겠지. 뒤를 살짝 돌아보다 다니엘의 의아한 눈빛과 마주쳤다. 순간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다가가려다가 다시 뒤를 돌았다. 맘속에서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가 맴돈다. 한 아이가 꿈을 꾸고 일어나 매우 울고있자, 그의 스승이 악몽을 꾸었냐고 물었다. 하지만 소년은 달콤한 꿈을 꾸었다고 대답했다. 헌데 왜 우냐고 묻자. 그 꿈을 이루어질수 없는 꿈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나 또한 이루어질수 없는 신기루를 잡고 깨어나 텅 빈 손을 바라보며 울고싶지는 않았다.
정처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너의 타투샵이다. 작은 타투 하나를 새겨준다는데 나는 왜 그렇게 싫어했을까. 그때 손목에 네 이름을 새겼더라면, 지금도 너의 흔적이 내 몸에 남아있을텐데. 여기까지오면 악몽의 클라이맥스다. 항상 이곳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후회를 하고, 또 너를 그리워하고. 그렇게 항상 어린애처럼 울다보면 현실의 천정이 보이곤 한다.
실제로도 눈물을 흘리며 잠이 깬다. 푹 자지 못해서인지 머리가 띵하다. 베개는 눈물로 축축하게 젖었다. 몸을 일으키자 항상 네가 끓여주던 커피 냄새가 상상처럼 코로 흘러들어온다. 나는 이제 꿈에서 깨서도 신기루에 잡히는건가. 병원에 가봐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내게로 네가 웃으며 걸어온다.
"잘 잤어요? 악몽 꾼거야?" 네가 놀리듯이 웃으며 나에게 커피잔을 내민다. "…너는 죽었잖아." 내가 눈을 크게 뜨고 읊조리자 다니엘도 눈을 크게 뜬다. "그랬었죠." 그리고 곧신기루는 사라진다. 옆집 커피 향기가 들어오는 건지, 여전히 향기는 씁쓸하게 방 안을 맴돈다. 내일은 꼭 병원에 가봐야겠다.
-
열심히 썼어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