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제공: 줄리안
춥다. 어영부영 고민하다가 결국 밤을 같이 보낼 여자를 찾지 못했다. 클럽 앞에 처량하게 기대고 서 있으려니 내 자신이 불쌍해진다. 혼자 모텔로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 가기도 뭐하고 고민하며 서 있으려니 옆에 웬 그림자가 있다. 코를 훌쩍이는 코흘리개 꼬마 녀석이 나를 뻔히 바라보며 서 있다. 어쩐지 시선이 느껴지더라니. 말을 걸어달라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무시하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기도 전에 누군가 훽 낚아채간다.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니 꼬마가 배시시 웃으며 내 담배를 제 입에 문다. 그러더니 당당하게 불을 붙여달라는듯 내밀며 손으로 라이터 켜는 시늉을 한다. 헛웃음을 흘리며 어떻게하나 보자 싶어 불을 붙여줬다.
"켈록… 아저씨 몇살?"
나는 다니엘이라며 녀석이 활짝 웃는다. 진짜 태평한 녀석인 것 같네 싶어 웃음이 나온다. 담배도 필 줄 모르면서 왜 가져간건지. 어차피 오늘은 더 이상 볼 일도 없고 갈 곳도 없으니 꼬마와 장단 맞춰 놀아볼까 싶어진다.
"어딜봐서 아저씨야. 28살이면 청춘이지."
"그럼 오빠?"
...한국말을 제대로 못 배운건지 알면서 그러는건지 오빠냐며 되물어온다. 대충 그렇다고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좋아하는 녀석. 더이상 못 피겠는지 장초를 던져버린다. 아깝게시리. 땅에 떨어진 담배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녀석이 내 얼굴을 덥썩 잡아 자기와 시선을 맞춘다. 남자치고는 속눈썹이 길고 예쁘게 드리워져있다. 속눈썹 안쪽의 눈도 마치 예쁜 구슬같다. 꼬마가 눈을 몇번 깜빡이더니 얼굴에서 손을 떼고 안아달라는듯 양팔을 벌린다.
"다니엘, 추워."
솔직히 귀엽다. 아직 남자랑은 모텔에 가본 적은 없지만 이 꼬마라면 괜찮지 않을까. 코트를 열어 그 안에 꼬마를 안아 가뒀다.
"내가 너랑 자면 법에 저촉되나?"
너무 어려보였길래 우선 확인해야될것 같았다. 다니엘이라는 녀석이 고개를 빼꼼 들어 나를 올려다보더니 아니라고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근처에 갈만한 모텔이 어디있나 생각하고 있으려니 누군가 내 품에서 따뜻한 꼬마 난로를 채간다.
"주인 있어요."
왠 아저씨가 나타나 무표정하지만 화난게 분명한 얼굴로 꼬마의 손을 꽉 잡고있다. 젠장, 남자친구가 있었나. 꼬마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이 없다.
"집에 가자."
남자가 꼬마의 차가울 것 같은 뺨을 어루만지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꼬마가 고개를 들더니 그 남자에게 확 안겨버린다. 결국 오늘은 혼자 자야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