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X년 4월 15일 날씨 비옴
주말에는 사슴을 관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친구들과 놀러가기로 했는데 비가 와서 기분이 꿀꿀했는 우연히 마트에 심부름을 가는 길에 사슴을 만났다.
기분이 좋아졌다.
간편한 츄리닝 복장을 하고 있는것을 보아 사슴은 아마 우리 동네에 사는 모양이었다.
사슴은 품에 한 가득 빵을 사서 가고 있었다.
빵 좋아하나?
201X년 4월 16일 날씨 맑음
어제 사슴이 왜 그렇게 많이 빵을 사갔는지 의문이 풀렸다.
사슴은 매점에서 빵을 사먹는 반 친구들에게 공장에서 만드는 빵 보다는 빵집 빵이 더 좋을거라며
친구들에게 빵을 나누어주었다.
사슴은 나에게도 빵을 주었다. 달콤한 크림이 들어간 보드라운 빵이었다.
수줍은 표정으로 빵을 건네는 사슴에게 처음으로 말을 했다. 고맙다는 짤막한 말이었다.
어쩌면 관찰자로만 남아있을거란 결심이 흔들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201X년 4월 17일 날씨 맑음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져서 학교를 일찍 가기로 했다.
등교를 하는 길에 사슴이 빵을 샀던 빵집을 보았다.
사슴의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빵집으로 들어갔다.
어제 사슴이 주었던 빵을 골라서 계산을 했다. 두 개.
빵집에 들렀음에도 교실에 아무도 없었다. 사슴의 자리에 몰래 빵을 넣었다.
등교를 한 사슴이 누가 넣어놓았냐며 친구들에게 물었지만 아무도 모른다고 하였다.
사슴은 잠시동안 빵을 바라보다 내 쪽을 보았다. 너무 빤히 바라보고 있어서 그런건가?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 비닐을 뜯는 소리가 들려서 다시 살짝 바라보니 사슴은 빵을 먹고 있었다.
201X년 4월 18일 날씨 맑음
등교 하는 길에 사슴이 빵집에 들리는 모습을 보았다.
역시 우리 동네에 사는 것 같았다.
조금 떨어져서 사슴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사슴은 내가 몰래 사주었던 빵을 사서 나왔다.
천천히 걸어가며 가방에 빵을 넣고는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뛰었다.
나도 따라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니 등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나도 뛰었다.
201X년 4월19일 날씨 맑음
오늘은 대망의 불금이었다.
사슴은 하루종일 친구들과 오늘 놀 계획을 이야기 했다.
그 무리의 한명이 나에게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았지만 거절했다.
더 이상 사슴에게 가까워지면 위험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오늘 하루는 나도 사슴 생각은 하지 않고 친구들과 놀기로 결심하였다,,
하지만 친구들과 노는 도중에도 자꾸 사슴이 떠올랐다.
오늘 처음으로 사슴을 관찰하기로 한 것을 후회했다.
201X년 4월 20일 날씨 비옴
어째 주말마다 비가 오는 기분이다.
사슴이 보고싶다.
아무래도 사슴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