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 오기만 해 봐 이마크.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집을 나서는데 마크도 본인이 잘못한 걸 아는 건지- 아니 사실은 내 멋대로 이렇게 생각했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신호등 앞에서 말이야. 그래서 일부러 인사도 안 하고 생 지나치려고 하는데 내가 살짝 지나치자마자 내 손목을 턱 붙잡는거야. 근데 좀 귀여운 건 본인도 놀라서 너무 세게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사과하면서 손 떼더라. 하나도 안 아팠는데. “나 미워?” 어제부터 계속 무슨 소리인지 정말 모르겠어서 마크를 마주보는데 애 표정이 굳어있어. 그 표정 알아? 얼굴 딱딱하게 굳어서 눈 똑바로 뜨고 있는데 그 너머 어딘가로 불안함이 보이는 표정? 딱 그렇더라고.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그리고 그렇게 불안해 하는게 뭐가 그렇게 귀여운지. 나는 결국 웃어버렸어. “네가 왜 미워.” “아니..” 말을 끝까지 안하는데 대충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지 알겠더라고. 이 상황에 마크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자꾸 쪼다처럼 굴면 미울지도 몰라.” “쪼..다?” “아,” 이걸 뭐라고 말해줘야 되는거지? 영어로 쪼다가 뭐야.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들어서 검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쪼다라는 게 되면 나를 미워할거야?’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마크를 외면할 수도 없고. 그래서 그냥 안밉다는 거라고 둘러대고 넘겨버렸어. 마크가 뭔가 찜찜하다는 듯이 뒷통수를 긁적였는데.. 그럼 어떡해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데. 전처럼 나란히 학교까지 걷다가 또 따로 들어가겠지 싶어서 살짝 먼저 걷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마크가 나랑 계속 같이 걷는거야. “따로 들어가지 않아도 돼?” “응 괜찮아. I will be with you.” 그런 오글거리는 말을 이 상황에 한다고? 근데 또 김여주 너는 그거에 얼굴이 붉어진다고? 큰일났다 큰일났어. 이거 마크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그런게 아니라 내가 여중 여고 다녀서 그런거야. 진짜, 진짜로. 솔직히 말해서 마크랑 나란히 교실로 들어가는게, 아니 복도 걷는 것부터가 나는 또 무슨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서 심장이 귓가에서 쿵쿵거렸거든? 근데 마크는 태연한 거야. 아니 마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애들도 우리가 같이 있는 걸 보고도 소곤거리는 거 없이 다시 제 할 일을 하는 게 너무 이상해. 각자의 자리에 앉아서까지 반애들이 별 이야기를 안 하길래 나는 와 진짜 무슨일이냐 싶어서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니까. 너희 왜 내 뒷담 안 해? 하고. 물론 그렇게 물어보면 뒷담 해줄까? 하고 또 와르르 말 시작될까봐 꾹 참고 필통이나 꺼냈다. >>오늘따라 애들이 조용하네. Isn’t it good?〈〈 >>Little weird, but better than before. 다행이다 :) 〈〈 다행이라고? 마크는 얘네가 왜 이렇게 조용한 건지 안다는 뉘앙스 아냐 이거? 갑자기 뇌 팽팽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그 타이밍에 딱 선생님이 들어오냐. 그리고 뭐라고 문자를 넣어야겠다 하고 마음 먹었는데 마크는 또 왜 엎드려 자고 있냐 진짜.. 너 뭐 있지? *** 진짜 뭐가 달라졌구나 라는 걸 매 순간 느끼고 있지만 가장 크게 실감하는 건 마크가 교실에서 대놓고, 마치 다른 애들 들으라는 양 큰 소리로 나보고 같이 점심을 먹지 않겠냐고 물어본 거야. 나야 당연히 오케이 했지만.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더라고. 그런데 애들 분위기가 뭔가 오묘해서 다시 마크를 보니까, “뭐야.” “뭐가?” “나 봤어.” 마크 표정 완전 쎄하게 굳어있다가 내가 돌아보니까 풀어지는 거, 그 찰나의 얼굴 나 봤다고. 왜 모른척해. 무슨 일인데. 내가 기분 기분 나쁜 티를 내기 시작하니까 마크가 나가서 얘기하겠다면서 건물 바깥 벤치로 나를 이끌었어. 각자의 몫의 샌드위치를 꺼내는 것도, 이렇게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점심을 먹는 것도 처음이라 새삼스럽게 어색하더라. “자 이제 말해 봐. 무슨 일이야?” “Nothing.” “Are you kidding me? 나더러 그걸 믿으라고.” “진짜 별 거 아냐 여주야.” 별 거 아닌데 왜 못 말해주는데. 그런 억지가 입술까지 차오르더라. 마크도 사정이 있으니까 못 말해주겠지. 상대방을 그렇게 생각하는 애인데, 나한테 말을 안해주는 거라면 너도 생각이 있어서 그런거겠지 싶은데도 짜증이 치밀었어. 그래서 일부러 미운 말 했어. “그래, 안 말해줘도 돼.” “Really?” “응. 어차피 나, 금요일까지만 나오고 캠프 안 와.” “What?” “내일, 내일 모레. 이렇게 이틀 남았다고.” 마크 표정이 굳어지는 걸 보니까 심술궂게도 마음이 좀 나아지더라. 너도 속 좀 답답해봐라, 기분 좀 상해봐라 싶었나봐. 진짜 나쁜놈 심보다 나. 사실 캠프 끝나고도 일주일은 더 여기에 있을 예정이지만 그냥 그 순간에 마크가 너무 미워서 그건 얘기 안 해 줬어. 엄마가 언제 한 번 마크 얼굴 보고 싶다고 한 것도, 그냥 저 멀리로 밀어놨지. 무슨 말을 먼저 해야할지 모르겠는지 마크 입술이 계속 열렸다 닫혔다 하더라. 나는 모르는 척 내 샌드위치를 한 입 먹고 앞을 바라봤어. 아 날씨 좋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중얼거리면서 말이야. ————— 분량을 늘리겠다며 연재 주기를 바꾼건데,, 그리 늘어난 것 같지 않아 죄송하네요ㅠㅠ 아무래도 에로스 같은 줄글이 아니라 길게 쓰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변명변명) 암호닉 : 동쓰 베리 딸랑이 하라하라 혀긔 메리 슈비두바 작결단1호 찬네 쪼코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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