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새 학교, 새 사람들. 낯선 풍경 속에서 새 시작을 맞이했다. 첫 시작은 어딜 가나 다 똑같은가보다. 서로를 알리는 시간 속에 쑥스러움을 머금은 소리들을 배경삼아 창 밖을 쳐다보니 황량한 풍경이 가득했다. 3월 초, 새로움이 만연한 시기인데 어째서 밖은 차갑고 허전하기만한지. 밖은 봄이라기엔 너무나 푸석하고 금이 가있는 듯 했다. 유리창의 금처럼 뻗어있는 앙상한 나뭇가지들. 교정을 가득 메운다던 벚꽃은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밖을 쳐다보고 있었을까. 문득 들려온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해사하게 웃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을 꼼질거리며 주변을 살펴보는 두 눈동자. 입꼬리가 살풋 올라가더니 눈도 곱게 접어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사정상 2년을 쉬었으니 너희들보다 형이고 오빠라고. 청춘 사업을 하느라 늦었다며 사람 좋게 웃어보였다.
특이한 억양, 발그레 한 두 뺨, 기분 좋은 곡선을 그리는 눈꼬리와 입술, 긴장을 한 듯이 가슴께로 모은 두 손.
그 순간 알아챘다. 내 봄의 시작은, 이 꽃봉오리같은 사람이구나.
*
맴맴-찌르르. 매미소리가 가득하다. 내 눈 앞의 사람은 미동도 않는다. 의자에 앉아 책상에 고개를 뉘인채 창 밖만 쳐다보고있다. 책상 위로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동그란 뒤통수, 일정하게 오르내리는 몸.
방학중에 청소하라고 불러낸 것도 짜증스러운데, 에어컨조차 틀어주지 않고 선풍기는 고물처럼 돌아간다. 맴맴-찌르르. 털털털. 선풍기는 열을 식히는건지, 내뿜는건지. 선풍기를 쳐다보며 짜증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동그란 뒤통수가 내게 질문을 했다.
"넌 매미가 왜 우는지 알어?"
한층 또박해진 말투로 내게 물어왔다. 매미? 매미가 우는 이유를 내가 어떻게 안단말인가.
"음, 그냥요..."
그냥. 그냥밖에 이유가 더 있나? 맴맴-찌르르. 매미가 대답해라보는 듯이 울어대는 것 같다.
"아, 매미는 7년간 땅에서 죽은듯이 산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땅에서 지내다가 올라왔는데, 자기가 살 수 있는 시간이 7일뿐이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맴-맴.찌르르-. 그러니 저렇게 크게 울겠죠.
"그런가?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나는, 나는 조금 다른데."
여전히, 미동도 않고 나지막하게 말을 한다.
"너무 기쁠 것 같은데. 드디어 땅 위로 나왔으니까. 그러니까 이 세상에 자기가 있었음을 알리려고 저렇게 목청껏 울지. 마치 나 여기 있어요. 여기에 있었어요. 내가 이 곳에 있었어요 하면서."
마지막 말을 하며 일정하게 오르내리던 몸이 살짝 들썩였다. 낮은 웃음 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다. 맴-맴.찌르르. 듣고보니 그럴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 말은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후덥한 여름바람과 그 바람에 얕게 흔들리는 흰 커튼, 삐걱삐걱 돌아가는 선풍기, 석양에 물든 교실, 석양에 물든 당신의 머리칼, 교실을 가득 매운 매미소리, 내 귀를 가득 매운 당신의 목소리. 교실은 그 소리, 그 풍경, 그 공기 그대로 영원히 멈출 것만 같아서.
웃음소리가 그친 후 내가 마주친 이 곳의 풍경이, 숨이, 막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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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글이던 누구를 대입해서 읽으시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험기간이라 의식이 가는대로 쓴 거라 두서 없지만
좋은 새벽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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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