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남고괴담
그 후
W. 검은여우
성규의 발인 마지막날, 부반장을 앞에 세운 2학년 5반의 아이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 중에는 우현도 포함되어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성규의 장례식장을 찾자고 제안한 사람은 우현이었다. 성규의 자살과 함께 강당에 소집된 아이들은 학교폭력에 관한 강의를 들어야만 했고, 그 강의 후 우현은 부반장에게 조문을 건의했다. 우현의 말은 학급회의에 부치기도 전에 만장일치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 후 단정한 교복 차림의 아이들이 장례식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성규의 부모님은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유서에 적혀있던,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네 명의 아이들과 그리고. 부반장이 문득 흐느끼기 시작했다. 영정사진 앞에 먼저 절을 하던 부반장이 흐느낌을 시작으로, 평소 성규와 친분이 있던 아이들 몇몇이 따라 울어버렸다. 우현은 그 가운데 있으면서도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네 명의 아이들 중, 지훈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누구보다 큰 울음소리에 이목이 집중됨과 동시에 성규의 어머니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지훈의 얼굴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던 성규의 어머니는 곧 까무러쳤고, 놀란 부반장과 다른 조문객들이 그녀를 업고 나갔다. 아수라장이 된 장례식장에서 우현만이 덤덤했다. 출석 번호 순서대로 국화꽃을 놓던 아이들이 우현의 차례에서 약간 멈칫했다. 우현은 느린 걸음으로 영정사진을 마주했다. 제 아래서 울며 신음을 뱉던 성규. 자신과 눈도 맞추지 못했던 성규가 사진 속에서는 저와 진한 눈맞춤을 하고 있었다. 우현은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국화꽃을 내려놓는 손길엔 머뭇거림이 없었다. 우현에게 겉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우현 뒤로는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40여개의 국화꽃이 나란히 누워있는 것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아이들이 눈가를 훔쳤다. 소심하고 말수도 많지 않았지만 착하고 예의 바르고, 무엇보다 반 아이들을 신경 쓰던 반장이었다. 있을 땐 몰랐던 그의 소중함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입술을 곱씹거나 약간의 흐느낌을 드러내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우현이 먼저 그 곳을 빠져나왔다. 답답하고 지루한 것은 딱 질색이었다. 장례식장 바깥쪽 흡연구역으로 나와 담배를 한 대 물었다. 교복을 입은 채로 무는 담배에 어른들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바닥에 쭈그려앉아 담배를 뻑뻑 피우던 우현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성규의 아버지. 제 아내를 부축해나가던 중년의 남자.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 수 있는 얼굴이었다. 성규와 닮은 눈매에 저보다 약간 큰 키. 우현이 담배를 비벼끄고 그의 앞에 섰다. 그는 우현의 명찰을 보다가, 그제서야 아ㅡ하는 감탄사 아닌 감탄사를 뱉었다. 우현이 손을 비비면서 제법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였다. 아버님, 힘드시죠?ㅡ 예의 가득한 말에 그가 고개를 숙였다. 내 새끼가 나보다 먼저 가서 한이야. 평생의 한이야.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현은 그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아끼던 니 새끼가 나를 좋아했어, 알아?ㅡ 하는 말은 차마 내뱉지 않았다. 그것은 예의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었다. 그저, 속으로만 비웃고 싶었을 뿐이었다. 우현은 그의 말에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가 우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우현군ㅡ하고 부르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우현은 제 손을 빼내고 싶었다. 더럽고, 심지어는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그렇지만 우현은 입꼬리를 올리는 것을 택했다. 예 아버님. 한번도 써보지 않은 호칭. 익숙치 않은 말에 웃음이 터질 뻔한 것을 간신히 참자 그가 말했다.
"유서에……자네 이름이 써있더군."
"예, 지훈이랑 석채랑 민석이랑 정호 그 자식들이 성규한테 몹쓸 짓을 하려는것을……"
"……그 자리에 있었던건가?"
"사실 우연히 그 자리를 지나가고 있었어요. 제가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어서……. 도와주고 싶었는데 너무 안타까울 뿐이었어요……. 죄송해요 아버님. 제가 성규를 죽인것만 같아 마음이 좋질 않아요. 성규 정말 착하고 좋은 친구였는데……"
우현의 말을 듣던 그가 굵은 눈물을 토했다.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우현의 입에서 나오는 그 상황들을 듣다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지 굵은 눈물을 뚝뚝 토해내었다. 우현은 제가 말하면서도 웃기다고 생각했다. 아비나 자식이나, 똑같이 찌질해서는. 눈물을 보고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그러나 우현은 연기를 잘 할줄 알았다. 잠깐 고개를 들었다가 저도 똑같은 눈물을 흘려보냈다. 완벽한 가식의 눈물. 그는 우현을 다독여주었다. 성규는 그렇게 생각안할거야. 우현군도 너무 미안해하지말게나. 너의 탓이 아니야. 성규의 죽음은……. 그 나쁜 아이들 네 명……. 그의 말이 끊겼다. 우현은 팔을 뻗어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 네명은 정말 인간도 아니에요."
"……"
"질이 나쁘죠 아주. 어떻게 사람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완벽한 연기에 더해진 떨림이란 달콤하고 정직해보여서 그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우현에게 연신 고맙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우현에게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힘내세요ㅡ. 그 말을 끝으로 우현은 그를 놓아주었다. 홀로 남겨진 그를 보며 웃지 못했던 것을 배까지 잡으며 박장대소했다. 그제서야 빠져나오는 반 아이들. 우현은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 중간고사 언제야? 끝나고 고기 파티?"
우현의 말에 아이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우현은 그것에 별 신경쓰지 않았다. 병신 같은 것들. 태어나면 다 뒈지는거지 뭐. 그러게 누가 나 좋아하래?ㅡ 택시를 잡고 먼저 장례식장을 빠져나간 우현을 보면서 반 아이들은 분노에 떨어야했다. 자신들도 비겁했으면서. 성규의 고민이 전교에 소문난 것을 즐겼으면서. 결국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으면서 분노를 떠는 자신들이 모순이라고 느껴졌다. 그래도 일말의 죄책감 없는 우현을 보면서는 더욱 치를 떨었다.
[정호랑 민석이랑 석채랑 지훈이 혼내주세요. 저한에 이상한거 시키고 괴롭혔어요. 강간하거 사실이에요. 근데 우현이는 저한테 안그랬어요. 그 네명만 저한테 그랬어요. 우현이한테 뭐라고 하지마세요. 그 네명만 그랬어요 진짜로……정말이에요. 우현이 혼내지 마세요. 우현이는 저 도와주려고 했었어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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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의 유서 중에 '강간하거'는 의도적인 오타에여. 정신줄을 놓아버린 성규를 표현하려다 그냥 유서가 난잡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썼는데 혹시 알아보셨는지 허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록글 보내주신 것도 넘넘 감사해요S2 문체 칭찬해주신 분들도 모두 내가루팡핡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리 써놓은 이 글이 끝이에요. 혹시 댓글에 영화제목 던져주시면 제 싱크빅을 더해서 글 써올수도 있으니 생각나시면 던져주세요! (영화제목 패러디할 것도 이제 고갈이랍니다...Hㅏ......)
메일링 원하시는 분 계셔서 말씀드려여. 메일링은 나중에 [목표는 형부다+분노의 윤리학+뜨거운 것이 좋아+남고괴담+a] 묶어서 이벤트 형식으로 하려고 생각중이에요 나중에~
댓글 일일이 답 못달아드려서 데동해요ㅠㅠㅠ 저한테 질문해주신 분 위주로 댓글 달아드렸어요ㅠㅠㅠ 하지만 댓글 하나하나 다 보고 있답니다 너무 힘이 되고 좋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 댓글 남겨주신 모든 분들 알러뷰S2
굿밤 되세요! (우현이가 미우시면 제가 워더해감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