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 상술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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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그렇게 근검절약은 자린고비가 되고)
written by Miss 氷 (미스 빙)
물고기 잡이 배 1개월 경력의 '미스 징'은 한참을 고민했다. 어떤걸 얼마나 싸게 사야 쓴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살거니, 말거니?"
"...사긴 하겠죠...? 잠시 확인 좀 하고요."
미스징은 오늘 아침 자신의 직속 선배 김종인(21, 개같은 선임)이 친필로 적어준 쪽지를 다시 꺼냈다.
꾸깃꾸깃한 주름을 지문으로 문질러 펴갔다.
그리고는 쪽지 내용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지만 아무리 들여다 본들 쪽지 내용이 변하기야 하겠는가.
쪽지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
[[[ 에스텔 환전소 옆옆의 톰슨 목공소.
시세보다 저렴한 목재 아무거나 4각목, 12목판. (단, 저품질 제외)
시장가보다 싸게 사라. 믿는다.
배달료 비싸다. 들고와라. ]]]
-
과연. 후임을 끔찍이 아껴주는 선임의 눈물겨운 마음이렸다.
손끝이 떨리고 이마엔 식은땀이 났다. 위의 '아무거나' 라는 단어를 되뇌일수록 쪽지를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일단 미스징은 목재의 시세가 어떤지를 전혀 알지 못했고, 각 목재의 특성과 용도에도 문외한이었다.
미스징의 눈에는 은행나무니, 체리나무니, 단풍나무니, 소나무니, 뭐든 다 같은 '그냥 나무' 였다.
미스징은 생각했다. 저품질 제외라고? 품질이 좋은데도 저렴할 수가 있단 말인가? 통상적으로, 저품질이 저렴하고 고품질이 비싸지 않은가.
"아가씨, 안 살거야?"
옆에서 톰슨 아저씨의 따가운 눈총이 느껴졌다. 미스징은 두 목재를 번갈아 관찰하다가, 손가락으로 하나를 콕 집으며 말했다.
"은행나무 각목으로 4개하고 목판으로 12개 주세요."
"40플랫 더하기 480플랫, 합쳐서 520플랫이다."
미스징을 침을 꿀꺽 삼켰다. 쪽지의 '시장가보다 싸게 사라, 믿는다'란 구절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60플랫 에누리는...안 되겠죠?"
"뭐? 60플랫? 이봐, 아가씨, 우리집은 이 일대에서 싸게 파는 편이라고. 여기서 그만큼을 깎으면 난 정말 가져가는게 얼마 없어."
턱수염이 복실한 톰슨 아저씨가 눈썹을 구기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미스징은 덩달아 마음이 약해졌지만 아예 발을 뺄 수는 없었다.
"아... 그럼 30플랫은......"
"차라리 배달을 공짜로 해주도록 하지. 레이디 분이니까."
"배달은 얼만데요?"
"이정도 무게는 25플랫이란다."
오호, 통재라! 미스징은 즐거운 마음으로 흔쾌히 결재를 한 후 목공소를 나섰다. 목공소 안에서 식은땀을 흘리는 동안 푸른 하늘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25플랫을 깎은 정도면 그리 구박은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히려 칭찬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미스징은 비현실적인 상상을 하며 직장으로 돌아갔다.
꼬투리를 잡아 구박을 해댈 직속 선배(김종인, 21, 개같은 선임)의 성격을 간과한 채.
-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수산업에 종사하는 소기업 '㈜힘찬하루'에
이제 막 채용된 고기잡이 선원
Miss 징 (통칭- 미스징)에 관한 이야기.
㈜힘찬하루 의 사장 김준면(26, 사장님)이 왜 미스징을 채용했는지는
고기잡이부 동료들 사이에서도 미스테리. (미스징 본인도 모름)
톰슨 아저씨로부터 25플랫을 디씨한 미스징의 앞날은?
To Be Continued, {01}
{00}은 프롤로그 입니다. 추석을 쇠고 오겠어요. 아마 추석 연휴가 끝나면 뵙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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