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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 상술의 시대

{01}


(부제: 그렇게 근검절약은 자린고비가 되고)



written by Miss 氷 (미스 빙)











오후 5시, 북해 부둣가의 고기잡이부 작업실.




점심을 먹고 고기잡이 일을 나갔던 종대(22, 천사 선임)가 들어왔다. 벌써 작업복과 고무장화를 씻고 온 건지, 짠내가 그리 심히 나지는 않았다.

건조대에 올려놓은 고무 장화에선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고, 미스징의 머리 위로는 직속 선배의 구박이 떨어졌다.






"야, 25플랫이 뭐야, 25플랫이. 군것질 비 장만하냐?"


"......그래도 25플랫 짜리 과자는 없잖아요. 그정도면 피자 두 판 먹고도 남는 돈인데......"


"얘 또 한마디도 안 지네. 아니 우리가 지금 한끼 식사 비용 마련하자고 돈 아껴?"






아나 선임한테 차마 욕은 못하겠고... 미스징은 차분히 듣고서 차분히 반박했다.

일을 마치고 때맞춰 들어온 종대는 이 광경을 보고 종인에게 한마디 했다.




"왜 애한테 그래~ 디씨해 온 것만으로도 기특하지. 심부름시킨 입장에서."




종대 선배...! 이 구역의 보살은 너야...! 미스징은 한마리 송아지와 같은 슬픈 눈망울을 하며 종대를 바라봤다.

그런 미스징을 보고 종인은 '얼씨구 얼씨구'하며 표정을 구겼다.






"아니야 종대형, 얘 지금 바가지 쓴 거라니까. 아나 톰슨 아저씨 그렇게 안봤는데."




종인은 제 머리칼을 한 손으로 마구 헤집으며 잠시 뒷걸음질 쳤다. 난감하다는 표정이었다.

미스징 또한 특정 부분에서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얘 지금 바가지 쓴 거라니까'


'지금 바가지 쓴 거'


'바가지 쓴'


'바가지'




바가지? 바가지!


미스징은 갑자기, 며칠 전 종인이 제게 했던 독설이 뜬금없이 떠올랐다.


'싸가지가 바가지네'


미스징은 고개를 홱홱 저었다. 이 바가지가 그 바가지가 아냐!

그리고는 갑자기 자존심이 팍 상했다. 내가 얼마나 만만해 보였으면 그거 하나 파는데 바가지를 씌웠을까...

미스징은 서러워졌다.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잖아, 너는. 너 여기 들어오기 전에 장삿일도 해봤다며? 장삿일 해본 애가 그래?"




정수리로 날아와 콕콕 박히는 쓴소리가 마음속 까지 아프게 했다.

평소같았으면 '저런 인간한텐 한마디도 지면 안된다'는 신조를 따랐을 텐데, 미스징은 시무룩해져 아무 말도 반박하지 않았다.

자신이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다는 것에 대해 어느정도는 동의했으니까.

미스징은 풀이 죽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종대는 시무룩해하는 미스징을 발견하고, 종인의 오른쪽 팔을 톡톡 쳤다. 그러고는 종인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였다.




"너만 속상한 거 아니잖아. 징이는 더 속상할거야. 좀 봐줘."




똑같이 속상해 할 종인의 마음까지 위로해 주는 다정한 말투였다.

종인은 머리를 헤집던 손을 내리고 표정을 관리하려 애썼다.

눈 앞에 서있는 미스징은 누가봐도 한겨울의 잔디처럼 풀이 죽어 있었다.


종인은 목소리 톤을 한결 낮추고 말했다.




"한번 당했으면 조심할 거지?"






끄덕끄덕. 미스징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야 너 싸가지가 바가지니까 바가지 쓰는 거야. 싸가지가 바가지가 아닌 애들은 바가지 안 써!"






뭔 개소ㄹ... 미스징은 방금 직장 상사의 면전에서 비속어가 튀어나갈 뻔 했다.




"그런 게 어딨어요. 제가 싸가지가 바가지라는 건 선배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싸가지가 바가지인게 바가지 쓰는 거랑 뭔 상관이에요? 듣는 물바가지가 웃겠네."


"아니거든? 싸가지가 바가지가 아닌 애들은 바가지 안 써! 선배들한테 잘해봐라, 바가지 쓰나."






이 상황을 보고있던 종대(22, 소외된 이웃)는 생각했다. 뭐지? 간장공장 공장장인가? 마치 랩 배틀 같아...






To Be Continued, {02}


추석 연휴 끝나면 뵙는다고 했는데 그냥 옴...... 빠르면 내일 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대표 사진
독자1
아낰ㅋㅋㅋㅋㅋ 재밌어요 저런 논리로 싸우다니 둘 다 귀여워라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을께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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