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개 동시에 들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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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은 계절변화가 심하고, 빠른 편이다. 마을 외곽이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탓이다.
여름엔 상당히 덥고 겨울에는 상당히 춥다. 여름엔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고 겨울에는 지겨울 정도로 눈이 쌓인다.
여름, 지금 우리 마을엔 때 이른 여름이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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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O / 세훈 ] 이상기류上
writing by. 포그
하늘에 구멍이 났나 싶을 정도로 거센 비가 쏟아진다. 구름이 잔뜩 낀 어두운 하늘은 축축하고 무거워 보였다.
품에 안으면 쏙 들어올 정도로 작은 구형 티브이에서는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 기상 캐스터가 곧 다가올 여름에 대해 주의를 주고 있었다.
이번 여름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거라는 기상 캐스터의 말은 곧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을 뜻하고 있었다.
기상 캐스터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일기예보가 끝이 났음을 알리고, 새로 나온 스마트폰에 대한 광고가 화면 가득 떠올랐다.
한국인 남자가 외국에 가서 새로 나온 스마트폰을 들고서는 현지인에게 길을 묻는 내용의 광고였다.
터무니없는 내용의 광고들이 슉슉 지나가는 걸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가, 화면이 까맣게 변하는 걸 보고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예전 같았으면 이게 무슨 일인가, 티비가 드디어 수명을 다했구나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류의 걱정이 아니라 짜증 섞인 한숨밖에 나지 않았다.
다리에 감기는 솜 이불들을 걷어차고 일어나 두꺼비집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가장 근접한 창문을 열었더니 익숙한 머리통이 퐁 하고 들어왔다.
" 누나아.. "
오세훈이다. 내가 지 친 누나도 아닌데, 나를 가족이라 인식하고 꼬박꼬박 찾아오는 멍청한 오세훈.
몸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이 어린아이라는 것이 큰 몫을 차지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오세훈은 동네를 이리저리 쑤시고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이 사는 집의 두꺼비집을 내리는 주 범인이었다.
나름 자신한테는 재미있는 장난이겠지만, 정작 당하는 이들은 그렇지 못 했다.
한소리 들을세라 싶으면 쏜살같이 도망치는 탓에 훈계도 제대로 이루어진 적 없다고 들었다.
이참에 혼내줄까 싶었는데 푹 젖어서 비 맞은 생쥐 꼴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커서 다그치기를 포기하고 오세훈을 집에 들였다.
내가 생일 때 사준 검은색 줄무늬와 흰색 줄무늬가 반복적으로 그려진 스프라이트 티가 물에 젖어 살갗에 척척하게 붙어있었다.
우산을 펼 줄 몰라서 누가 펴서 손에 쥐여주지 않는 이상 비가 오는 날이면 늘 이렇게 비에 흠뻑 젖어서 다녔다.
오세훈에게 우산 펴는 법을 가르쳐 줬는데도 자꾸 까먹는 것 같았다.
" 비 오는 날에는 우산 가지고 누나 집 와. 그럼 누나가 우산 펴 줄게 "
" 진짜루? "
" 대신, 네 덩치에 맞는 우산 들고 와. 전처럼 뽀로로 우산 쓰고 다 젖지 말고 "
" 세훈이는 뽀로로 우산이 더 좋은데… "
말끝을 흐리며 말하는 것, 세훈이의 버릇이었다.
" 뽀로로 우산한테 너는 너무 버거워. 모지리인 거 티 내고 다닐 거야? "
모질게 말하는 것, 세훈이에게만 유일하게 적용되는 나의 이면 중 하나였다.
" 세훈이 괴롭히는 비는 큰 우산 쓰면 다 막을 수 있어. 그러니까 누나 말 들어 "
" 비 맞는 게 좋아 세훈이는.. 그러니까 큰 우산 안 써도 상관없는데.. "
질질 늘어지는 오세훈의 말을 숭덩 자르고 머리에 큰 수건을 겨우겨우 올렸다. 정면에서 마주한 오세훈의 발끝엔 빗물이 고여있었다.
오세훈의 머리 위에 얹어져 있는 수건에 손을 뻗었다. 키가 큰 오세훈의 머리까지 내 손이 올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개 좀 숙여봐. 고개를 몇 번 끄덕끄덕하더니 곧바로 자세를 바꿨다.
내가 손이 닿을 정도로 몸을 낮춘 건 맞는데, 엉덩이는 뒤로 빼고 고개는 위를 보는 엉성한 자세였다.
" 누나 얼굴 보고 있을래 "
" 그러던가 "
머리카락의 물기를 대충 털었다. 푹 가라앉아있었던 머리카락이 붕 떠올랐다.
수건이 많이 젖지 않아서 그 수건으로 얼굴도 닦아주고, 목도 닦아주고, 몸 구석구석 닿는 곳까지 닦아줬다.
내가 자기 주위를 빙빙 도는 와중에도 오세훈은 나를 보고 계속 웃기만 했다. 입술은 시퍼렇게 물들어가지고, 멍청한 게.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
" 옷 대충 말리고 집에 가. 신발장 옆에 있는 우산통에서 아무 우산이나 꺼내서 쓰고 갔다가, 비 그치면 가져다줘 "
젖은 수건을 빨래통에 대충 구겨 넣으며 말했다.
평소보다 자신에게 더 모질게 구는 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자꾸만 엉겨 붙어왔다.
얼른 집에 가라는 투로 말했더니 그 큰 덩치로 자꾸만 놀아달라고 보챈다.
" 나랑 놀아줘 "
" 나 공부할 거야.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앉아 있어 "
공부를 한다는 말은, 불편하고 짜증 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뻔한 변명이었다. 오세훈이 그걸 눈치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엉덩이를 바닥에 깔고 앉은 오세훈을 뒤로하고 방에 들어왔다. 칭얼거리는 목소리가 자꾸 내 뒤를 따라왔다.
문을 닫아 그 소리를 차단했다. 칭얼거림은 웅웅거림으로 변해서 내 귀에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책상 위에 있는 휴대폰을 들어 엄마에게 전화했다. 연결음이 길게 이어졌다.
기계적인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며 통화료가 부과….
요 며칠 동안 엄마는 부재중이었다.
오세훈을 잘 부탁한다는 엄마의 문자를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더 이상 연락은 오지 않았다.
엄마와 문자 한 기록을 보면 중간중간에 문자가 하나씩 빠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문자를 삭제했으니까,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책상에 앉았다. 얼마 안가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오세훈이 집에 간 모양이었다.
방금 전까지 아마 내 방문 앞에서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을 것이 분명하다.
더하자면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어린아이다운 귀여운 고민도 했을 것이다.
잘못? 그딴 거 없는데. 오세훈은 쓸모없는 속앓이를 잘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아 넣고 한꺼번에 몰아서 다운로드한 팝송을 재생시켰다.
알아들을 수 없는 꼬인 영어 발음들이 둥둥 떠다녔다.
한참을 공상 속에 빠져있다가 잠이 들었다.
오세훈, 엄마, 축축하고 무거운 비 오는 날. 머릿속이 텅 하고 비워지는 느낌이 좋았다.
상, 중, 하 번외 중 上편입니다.
모지리 세훈이.. 읽으시면서 느끼셨겠지만 세훈이는 어린 정신연령을 가지고 있는게 맞습니다.
우울한 기분에 마음대로 쓴 글이라 이상할지도 모르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몰라 덧붙입니다. 누전차단기 = 두꺼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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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아프고 친척 돌아가셨는데 내가 못봐서 힘들다 해서 화났는데 내가 잘못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