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 상술의 시대
{04}
(부제: 종대의 일기)
written by Miss 氷 (미스 빙)
(종대의 일기)
# 4월 7일. 맑음.
신입이 들어왔다!!
남자들 사이에 홀로 가늘은 팔뚝. 그래도 자기가 뭐라도 해보겠다는 듯이 열심히 하는 게 기특했다.
고기잡이 일에 나가도 괜찮겠느냐는 김부장님의 걱정스런 말에도,
"그럼요, 할 수 있죠!"
라며 씩씩하게 대답했더랬다.
그러나 실상은 그물하나 혼자서 못 끌어올리는, 영락없는 보통 아가씨였다.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선 그물을 끌어올리는데 애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러나 부러 애쓰는 게 안쓰러워, 내가 대신 할 테니 물러서라고 했다.
내 등 뒤쪽에서 쪼그려 앉아 물고기를 골라내고 있을 미스징을 생각하니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꾹 참고 그물만 묵묵히 끌어올렸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더라.
(중략)
# 4월 10일. 맑음.
일주일간 임시 휴가를 가졌던 찬열이가 돌아왔다.
녀석, 메이랑드 섬으로의 가족 여행은 어땠느냐고 물어보려했는데,
찬열이 녀석은 나를 지나쳐 미스징에게로 직행했다. 그리곤 호들갑을 떨었다.
"우와, 이 여자분은 누구셔? 누구신데 우리 회사 작업복을 입고 계시지. 혹시 직업체험? 아니면 혹시 나 없는 새에 신입사원이?"
찬열이는 미스징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미스징의 직속 선배 담당은 종인인데도 불구하고, 저가 미스징의 멘토를 적극 자처했다.
처음엔, 여직원이 들어와서 챙겨주고 싶은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갈수록 맘에 안 드는 건 기분탓일까.
(중략)
# 4월 22일. 약간 흐림.
오늘은 내 휴일이다.
작업장에 가만히 앉아서 동료들을 기다리는 게 지겨웠다.
그래서 에스텔 환전소에 들러서 외화 정리도 하고, 코지 아줌마네 피자집에 들러서 안부도 묻고 수다를 한참 떨었다.
코지 아줌마는 내 어깨를 찰싹 때리면서, 총각은 어쩜 여자처럼 수다도 잘 떠냐며 호호 웃어댔다.
코지 아줌마는 페퍼로니 피자 두 조각을 공짜로 쥐어주셨다. 역시 아주머니가 짱이에요!
피자를 좋아하는 미스징과 함께 나눠먹을까, 기대에 부풀어 부둣가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찬열이가 생각보다 일찍 와 있었다. 그런데 내 일기장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왜 남의 서랍을 맘대로 뒤지냐며 일기장을 뺏었다.
찬열이는 잠시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이내 실실 웃으며 미안하다고 했다.
아...읽었겠지...ㅠㅠ 앞으론 잘 숨겨 놔야겠다.
(중략)
# 5월 9일. 맑음.
종인이가 오늘 미스징에게 목재 주문 결재를 대신 맡겼다고 한다. 미스징에게 경험을 많이 시키려는 종인이의 깊은 뜻이다.
고기잡이 일을 끝내고 찬열이와 같이 배를 정박시키고 있는데, 찬열이가 흥얼거리듯이 말했다.
"미스징 진짜 귀엽지 않냐? 히히. 빨리 가서 얼굴 봐야지."
불안했다. 내 눈에만 귀여워보이는 게 아니구나.
괜한 치기심에, 나 먼저 들어가 있을게, 하며 빨리 와버렸다.
미스징은 또 종인이에게 욕을 먹고 있었다.
입술을 쭉 내밀고 따박따박 반박하는 게 귀여웠다. 내가 자기편을 들어줬더니 나를 영웅 보듯이 쳐다보더라.
외식을 하러간다는 소식에 미스징은 금새 표정이 밝아졌다.
찬열이 녀석이 흥에 겨워 애를 너무 혹사시키는 것 같아 일부러 둘을 떼어냈다.
그러자 찬열이가 나를 보고, 뭐 이런 거에 질투를 하시고 그러나, 라며 빙글 웃었다. 무엄하도다, 일기장 강도야!
병아리처럼 총총총 밖을 나서는 미스징의 꽁무니를 뒤따랐다.
루한 차장님과 종인이의 토론 배틀을 지겹게 지켜보고 있는데, 미스징이 작게 중얼거렸다.
'저렇게 말 잘하는 남자도 매력이다' 라고.
깜짝 놀랐다.
간만의 외식에도 별로 맛있지 않았다. 우울하다. 오늘은 더이상 일기를 쓰고 싶지 않다.
To Be Continued, {05}
다른 일 때문에 일주일 간의 텀을 둬야겠어요. 일주일 뒤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