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
어렸을 때 부터 입이 짧았던 성규는 고등학교 와서도 여전히 그랬다.
점심시간 급식실로 뛰어가려는 성규를 붙잡고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자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기는 했지만
급식실에 도착하자마자 알아서들 앞으로 보내줘 일찍 밥을 받는데 성규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조금만 주세요."
였다.
"김성규 많이 먹어야지!"
"나 많이 먹고 있어!"
"너 내 반도 안 받았잖아. 빨리 먹고 더 먹어!"
"몰라. 일단 먹어 보고."
신기한 건 떡볶이랑 치킨이랑 가끔 해주는 명수형의 샌드위치는 엄청나게 먹는다는 거랄까?
김성규가 떡볶이, 치킨, 명수형의 샌드위치를 먹는 것만을 본 사람은 김성규가 엄청 잘 먹는 아이로 생각할 정도니 말이다.
"너 또 이따가 집에가서 명수형한테 샌드위치 만들어 달라고 할 거지?"
"응!"
"형도 출장 갔다와서 힘들었을텐데 좀 쉬게 하지 왜 부려먹어."
"치이. 내가 만들어 달라고 말 안해도 형이 만들어 줄거다 뭐."
"네, 네. 명수형이 언제는 안 해줬냐. 니 말이라면 죽는 시늉도 할 걸."
그건그래 하며 베시시 웃고는 다시 밥을 먹는 성규를 보며 미소 짓고 있는데......
"야, 남우현! 밥 안 먹냐. 넌 왜 김성규만 쳐다봐. 좀 먹어라 먹어. 먹으면서 얘기해도 되잖아."
그러고보니까 나 아직 밥 한번도 안 먹었네. 어디 밥 좀 먹어볼......ㄲ....ㅏ.......응?
"어이, 남우현. 여기 있었냐?"
아, 귀찮아. 또 너냐. 나 배고픈데. 그냥 좀 가지.
옆에서 누가 떠들던 말던 밥을 먹고 있는데
"얜 또 누구야? 아이코! 이거 전교일등 김성규 아니야! 남우현 니가 웬일로 이런 애랑 같이 다니냐."
"우현아! 니 친구들이야?"
밥 먹다 말고 나 한번 무리들 한번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다가 나에게 묻는 성규.
"아니야. 신경쓰지 말고 얼른 밥 먹어."
대답하며 두부조림을 성규 숟가락 위에 얹어 주는데,
"우현아? 거기다 그 소름끼치는 다정한 말투는 뭐냐. 설마, 남우현 너 김성규랑 자..ㅆ...."
더 들을 수가 없어서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다.
헉! 성규 앞이었는데...... 어떡하지......
일단 질러놓고 성규쪽으로 끼기기긱 목을 돌리는데, 벙 쪄 있는 성규가 눈에 들어오고 곧......
"성규야! 김성규!"
급식실에서 뛰쳐나간 성규를 찾으러 온 학교를 뛰어다니며 찾는데, 학교 뒤쪽에서 들리는 성규의 목소리.
목소리? 울 듯이 뛰쳐나가서는 누구랑 얘기하는거지?
조심스럽게 다가가보니 누군가와 얘기를 하는 성규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렇다니까. 아무튼! 너랑 얘기하고 나니까 속이 확 풀린다."
"그치! 성규는 나 밖에 없지?"
"그래그래. 그렇다고 쳐 줄게."
"에이~ 그렇다고 쳐 주는게 어디 있어!"
"난 형도 있고 나무도 있는데?"
"으이그. 알았네요. 그럼 난 간다. 나 교실가서 숙제 해야되."
"또 안 했어? 장동우 진짜 여전하네."
"너랑 다른 반 되니까 나 숙제 챙겨 줄 사람이 없어, 성규야."
"숙제가 생기면 항상 핸드폰 배경 화면에다가 써 두라니까. 그럼 핸드폰 볼 때마다 보이니까 하게 될 거야."
"응! 한 번 해볼게! 그럼 난 진짜 감. 빠이빠이"
장동운지 뭔지 하는 녀석이 가고 나자 벤치에 걸터 앉아 한숨을 푹 내쉬는 성규.
다가가서 성규 머리에 손을 얹었다.
"남우현."
갑자기 성까지 붙여서 부르니까 무서운데,
"응?"
"주먹질 하지마."
"아, 그건 그러니까......"
"변명하지 말고. 누가 뭐라고 하던 말던 주먹은 쓰지마. 난 니가 주먹 쓰는거 싫어."
"............그래도......"
"쓰지마."
"......에휴......알았어. 대신 진짜 어쩔 수 없는 상황에는 쓸거야. 그건 뭐라고 하지마."
"어떤 어쩔 수 없는 상황?"
"글쎄, 그건 그 상황에 가 봐야 알 것 같은데?"
"뭐야? 어쨌든 주먹 쓰지마! 너 한번만 더 주먹 쓰면 이모한테 다 얘기해버릴거야!"
저기 성규야. 우리 엄마는 너보다 먼저 내가 이러고 다니는 걸 알았어......
얘기하면 또? 하는 반응이 나오겠지......
"알겠어. 주먹 안 쓸게. 들어가자. 3월이어도 아직 밖은 추워."
"응! 근데 우현아."
다시 우현이로 돌아왔네.
"왜."
"나 업어줘."
"뭐? 왜?"
"그냥그냥. 빨리빨리. 업어봐 빨리."
"알았어."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업어달라는 성규에 뒤돌아 등을 내 줬다.
"으챠!"
"무거워?"
"아니, 괜찮아."
"응."
하고는 내 어깨에 코를 묻고 훌쩍거린다.
"김성규, 울어?"
"아니......"
말하는 목소리가 잠겨있다.
"왜 울어?"
"안 울어."
"손 놓는다. 빨리 말해. 왜 울어."
갑자기 우는 성규때문에 당황해서 교실로 가려던 걸음도 멈추고 물었다.
"우현아."
"왜."
"아까 급식실에서 걔 있잖아. 너한테 말 걸었던 애."
"걘 신경쓰지 말라니까 왜."
"너랑 나랑 잤냐고 물어본거지?"
"어?......"
"그러니까, 그냥 잔거 말고. 다른 거, 그런거, 막 암튼 그런거 물어본거지?"
"............"
"왜 그랬을까? 내가 진짜 .......게 생겼나?"
마지막 말은 너무 속삭이듯이 얘기해서 못 알아 들었다.
"니가 어떻게 생겼다고?"
"아니야, 아무것도."
성규를 업고 있던 손을 풀어 내려놓은 뒤 몸을돌려 성규와 마주보고 얼굴을 쳐다봤다.
"똑바로 말 해. 너 어디서 무슨 얘길 들었던거야."
갑자기 목소리가 커진 나 때문에 놀랐는지 잠시 움찔 하다가 갑자기 안겨온다.
"우현아. 너는 나 그렇게 생각 안 하지?"
"그런게 어떤 생각인데."
일단 성규의 울음이 멈추기를 바라며 토닥여본다.
"넌 날 보면 야한생각이 나?"
"뭐?"
"너도 나 보면 꼴려?"
갑자기 돌직구로 날아오는 성규의 질문에 토닥이던 손이 멈춘다.
"누가 너한테 그런 얘기를 했어?"
"먼저 내 질문에 대답해, 남우현."
"난 아니야. 난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내가 널 두고 어떻게......"
"그럼 됐어. 조금만 있다가 가자."
그러더니 다시 나한테 꼬물꼬물 더 파고든다.
다시 성규 등을 토닥토닥 해주는데......
"이야~ 그림 좋네~" |
+++
오랫만입니다!
이상하게 글을 올려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던 요 며칠이었습니다.
이걸 엎을까? 처음부터 다시 쓸까? 공지를 올리고 죄송하다고 할까? 잠적할까?
별의 별 생각을 했지만 결국에 나온 결론은
처음부터 질렀던거니까 이번에도 그냥 질러버리자 였어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전 너무 부족해서 어찌할바를 모르겠어요
이 글이 완결이 나고 다른 글을 또 쓰게 된다면 더 많이 공부해서 열심히 쓸게요!
항상 고맙습니다.
| 샌드위치의 첫 번째 암호닉 확인 대작전 |
여러분들의 암호닉을 확인합니다 댓글에 [암호닉/메일주소/05편의느낌(이건그냥평소같이댓글달아주시면되어요)] 이렇게 써주세요! 혹시라도 암호닉 신청을 하시고 싶으신 분들은............. 죄송하지만 다음편이 올라오면 그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지난번편까지의 암호닉은 제가 따로 쓰지 않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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