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ears PradaDIORHOMME
악마는 디올 · 옴므를 입는다. w.허리표
켈빈 클라인 스키니진, 라코스테 셔츠, 휴고보스 크로스 백, 돌체 앤 가바나 슈즈 컬렉션, 비스토어 셔츠와 수트, 베스트까지.
'런웨이' 의상실에는 그 규모만큼 옷의 가짓수부터 디자인, 브랜드까지 아주 다양했다. 대부분이 표지훈에게 퇴짜를 맞은 옷이고─태일은 샘플링의 반이 세상에 나가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에 모두 촬영했던 것들, S/S 컬렉션들이 나머지였다. 남성의류는 상대적으로 여성의류보다 적었지만 정말 '비교적'이었다. 전체 옷이 만 벌을 훌쩍 넘는다고 하니 남성의류가 적어봤자다.
*
"형, 옷 세탁해왔어요."
선배라고 불러. 태일은 짐짓 엄하게 지호의 머리를 툭, 쳤다. 그러면서도 다시 작업대로 돌아가 하는 말이,
"뭐하러. 어차피 시즌도 지나고 컬렉션 출품도 다 된 것들이라 안팔아. 가져."
"아 정말요?"
그리고 보나마나 뻔하지, 동네 세탁소에 맡겼다 가져왔을 것 아냐. 그런 걸 다시 여기다 걸어놓으라고? 버리는 게 낫지.
또, 또. 가격이 싸지 않을 옷을 선뜻 줘버리면서도 말은 못되게 내뱉는 것은 여전하다. 이젠 익숙해져버린 말투에 지호는 그러려니 웃어넘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태일은 처음부터 자신에게 친절했다. 물론 태일의 말을 빌려 '불쌍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진심은 그게 아니었을 거다.
식당에서 마주쳤을 때, 옷에 튄 콘 수프를 닦아내는데 태일은 '집에 그딴 옷 많'지 않냐며 자신을 긁었었다. 그 순간에는 낮은 시선에 닿은 입을 때려버리고 싶었지만 최근 지호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태일이 그러지 않았다면 주변으로부터 더 심한 말을 들었을 지도 모른다고. 오히려 회사에서 아는 사람은 알만한 태일이, 아주 대놓고 '이 패션에 무지한 녀석은 구제불능이다.'라고 알린 게 되지 않았나, 하는. 이것도 모두 태일에 대한 자신의 호감에서 비롯된 생각일거라고 지호는 또 웃고 말았지만.
"아무튼 고마워요. 잘입을게요 형."
"위아래도 없지."
눈을 접으며 태일의 사무실을 나간 지호의 등으로 선배가 욕을 뱉었다. 사실 그것도 애정과 장난이 담겨있다는 걸 눈치챈 지호는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
태일이 대수롭지 않게 주는 옷들은 한 벌이 박경의 월급과 맞먹는다거나, 시계 하나가 둘의 몇 달 생활비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을 모르는 지호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었다.
*
지호는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유권이 '지호씨도 이제 익숙해 지지 않았냐'며 맡긴 편집장실 잡무때문이다. 정해진 잡지를 여러권 펼쳐 두고 서류를 정리했다. 지훈이 일부러 꺼내쓰는 펜의 심을 교체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볼빅'이라는 쓸데없이 비싼 생수를 준비하는데 이게 뭐라고 그렇게 마시나 싶다. 지호가 슬쩍 밖에 있는 유권의 눈치를 보며 컵을 입가로 가져가는 순간,
"샘플 괜찮던데,"
세번째 와인색 드레스를…, 지훈이 통화를 하며 편집장실로 들어섰다. 화들짝 놀라 제 입술이 닿은 컵을 그대로 내려놓고 나가려는데,
"…."
지훈이 발걸음을 딱, 멈췄다. 동시에 슬쩍 빠져나가려던 지호도 그대로 몸을 굳혔다. 봤나? 아ㅏ아아아ㅏㅏ 왜 쓸데없이 물 맛 한 번 보겠다고 설쳐서! 지호는 비상구 자세로 멈췄던 몸을 스을쩍 차렷자세로 만들었다. 땀이 차오르는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쓸었다.
지훈의 눈이 지호가 갖춘 하이톱 구찌 스니커즈부터 디스퀘어스 12ss 프리컬렉션 "레드스트랩", 2012 F/W 프라다 말리노 셔츠, 재킷까지 올랐다. 어깨선이 잘 맞는 검은 재킷을 걸친 목이 하얗다. 마지막으로 눈이 마주쳤다. 그 느린 시선에 지은 죄가 있는 지호는 컵에 닿았던 입술을 벌을 주기라도하듯 꾸욱 물었다. 저번보다 확실히 자신을 훑는 게 부담스럽기도 부담스러워, 지호는 어색하게 눈꼬리를 접었다. 지훈은 한쪽 입가를 매력적으로 말아올리는가 싶더니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다.
"…커버에 쓰도록 하지."
지호가 후다닥 급한 듯 아닌 걸음으로 편집장실을 빠져나왔다. 뻣뻣한 걸음걸이를 지훈이 다시 한번 훑었다. 도망이 급했던 지호는 눈치채지 못했다.
흐어ㅓㅡ어어ㅓ 소리없는 긴장을 뱉으며 지호는 자신의 책상에 엎드렸다. 멍청했던 2분전의 자신을 패주고싶다. 유권이 화장실을 다녀와서 본 것은 제 책상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차석비서. 유권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호씨, 또 무슨 실수라도 해서 긁혔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유권이 곁눈으로 본 것은,
휴대전화를 귓가에 붙인 채 커버에 쓰일 모델을 정하며 새삼스럽게 컵 윗부분을 손가락으로 더듬고 있는 지훈.
'런웨이'의 수석비서는 몇년의 일을 도운 제 상사가 그런 버릇이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
"누구세요?"
경이 진심으로 정색을 하며 묻는 탓에 태운과 한해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업무로 조금 더 활기찬 모습으로 술집을 찾은 지호가 들은 첫마디였다. 아무튼 인생이 장난질이지 박경. 지호가 기분좋게 웃었다.
"아니 진짜 몰라보겠다. 딱 한번만 더 물으면 안되냐?"
누구세요?
"때린다?"
앉아, 앉아. 친절하게도 의자까지 빼주는 경의 센스에 나머지가 웃었다. 아아 나랑같이 고무냄새 나는 검정색 반팔티 입고 랩했던 애 어디갔어. 친구를 잃은 영화속 주인공인 척 아련한 대사를 치는 경도 오히려 즐거운 얼굴이다. 걔 유학갔잖아. 어디? 뉴질랜드? 한해와 태운이 낄낄거리며 맞장구를 쳤다.
"아, 줄 거 있어."
지호가 셋을 잔뜩 기대하게 만들어놓고 제 가방에서 꺼낸 것은, ? 상아냐? 뭐냐? 건네받은 태운이 얼굴을 구겼다.
'뱅 앤 올룹스' 전화기. 편집장님이 받았던 건데 싫대.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이 싫을만도 하다. 한해가 옆에서 짱 부럽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웃어재꼈다.
"검색해봤는데 천백만원짜리야."
순간 지호를 제외한 셋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재밌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지호는 가방에서 계속 뭔가를 꺼냈다. '메이슨' 브러쉬, '클리니크' 화장품. 이거는 형 써. '기업ㅋㅋ경젴ㅋ연구소ㅋㅋㅋㅋ'에서. 한해가 과장되게 목소리를 꾸몄다. 어유, 고맙다 새끼야.
"오이야, 자."
안그래도 커다란 이목구비가 깜짝 놀라 더 커졌다. 옹오오! 이거 마크 제이콥스 신상이자나! 24초만에 매진됬다는데! 어디서 구했어! 가방을 건네받고는 잔뜩 흥분해서 발음을 씹는데, 저게 진짜 언더에서 알아주는 랩퍼인가 싶다. 의상실에 짱 박혀 있던데. 경은 질문을 해놓고 답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각자 받은 것을 챙기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기업ㅋㅋ경젴ㅋㅋ연구소ㅋㅋㅋㅋ는 좀 어떠냐, 아 깝태운 짜증.
한해가 몇시간을 직장을 들먹여지며 잔뜩 놀려지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음에 보자, 이 못된 것들. 동시에 경이 화장실로 항했다.
지호야,
"괜찮아."
둘만 남은 형제 중 지호가 먼저 선수를 쳤다.
"이젠 익숙해져서 뭐 힘들고, 상처받고 그런 거 없어. 진짜. 가끔씩은 또 주먹쥐고 얼굴을 때려주고 싶기도 한데, 나름 배우는 것도 많고 그래.
또 내가 좀 단순해서, 한번씩 은근 인정해주는 거 보면 일주일은 거뜬하고."
지호가 약하게 태운의 어깨를 쳤다. 어디가서 내 이야기 하지 마. 형 진짜 동생 팔불출 소리 들을라. 태운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맥주를 마셨다. 경이 테이블로 돌아오는 것과 동시에 지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표집장' 타이밍 봐. 이 사람은 내가 자기 이야기 하는 거 알고 전화하는건가? 지호는 슬쩍 팔을 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보세요? 네. …어어, 지금요? 아…, 금방 갈게요. 네."
지호가 자리로 돌아와 잔을 비우고 있는 둘에게 말했다.
"미안, 나 지금 가야 되겠다."
"지금?"
응. 편집장님이 부르네. 태운의 얼굴이 낫모양 전화기를 받았을 때보다 더 구겨졌다. 지호는 취한 정신을 깨려 노력하며 옷매무새를 정리하느라 보지 못했다.
"나 괜찮아?"
"누구세요?"
멋지다는 장난을 치는 경에게 지호가 실실 웃으며 인사했다. 술집의 여성들의 시선을 빼앗으며 나간 지호의 뒤로 경과 태운이 조용히 남았다.
내가 너랑 둘이서 뭘 해. 그니까.
*
어지러운 밤거리로 나오자마자 택시를 잡고 향한 곳은 한 바(Bar). 특히 주로 상류층만 이용한다는 회원제. 그런 곳을 지호는 지훈의 이름만 대고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두껍지만 세련된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옅은 붉은색 조명이 박힌 넓은 복도. 지호는 잠깐씩 자신을 향하는 시선을 느꼈지만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실례합니다. 미노라는 분이 어디 계십니까?"
매혹적인 색의 음료가 든 잔을 들고 대화를 나누던 여성들에게 지호가 다가갔다. 정중한 질문에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상냥하게 바 가운데를 가리켰다.
미노는 올블랙에 튀지않는 수트차림이었지만 간단히 사람들 사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 표지훈 편집장님이 보내셨는데요."
"오, 당신이 '새'김비서인가 보네요."
지호는 미노의 농담에 살짝 미소지었다. 미노는 실력있는 디자이너로 상당한 재력가였지만 전혀 지호를 아래로 보지 않았다. 상당히 친절한 태도에 지호는 밖에서 이사람과 부딫혔으면 형, 동생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미노는 바로 자신의 비서에게 가방을 가져오라 부탁했다. 그러고는 지호를 대놓고 감상을 하듯 보는데, 사람이 좋아 기분이 나쁘질 않다.
"흠…. 멋진 가방이네요. 좀 봐도 될까요?"
"예?"
"부드러운 가죽에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메탈장식. 완전 스타일리쉬하네요. 누가 만들었죠?"
지호는 능청스러운 미노의 감탄에 킥킥 웃었다. 그쪽이요. 눈앞의 유쾌한 디자이너는 들고있던 음료를 한모금 마시더니 시원하게 웃었다. 음, 아시네. 이어 돌아온 비서에게 커다랗지만 두껍지 않은 가방을 받아 지호에게 건넸다. 이번 자선파티에 있을 수트 도안이랑 시즌 드레스 신상 디자인이 가득한 가방입니다. 일급비밀이에요. 아주 소중하다는 자세로 내미는 것을 받으며 지호가 말했다.
"목숨보다 우선시 할게요."
아뇨 그냥 오버한거에요, 목숨 다음으로만 생각해주세요.
"표지훈 편집장 밑에서 일하려면 독한 술은 기본이죠."
미노는 만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지호의 손을 잡아 바툴로 이끌었다. 진한 노란색의 펀치를 주문해 지호의 손에 꼭 쥐어주고는 곧 자리를 떠났다. 사람좋게 웃으며 '좋은 시간 보내요.'하는 멘트를 남긴 채.
지호가 잔을 들고 아직 분위기가 어색한 주변을 잠깐 둘러보는데,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이 맞아요."
지호가 뒤를 돌자 흡사 단정한 조각같이 생긴 남자가 있었다. 예?
"그 펀치요. 저번에 마시고 일어나보니 친구 집 옷장에서 자고 있더라고요."
…조용히 펀치를 내려놓는 모습에 남자가 눈을 반달모양으로 접으며 미소지었다.
"현명하네요."
"하하,"
지호는 다정하지만 초면의 칭찬에 머쓱해져 턱을 쓸었다. 안녕하세요, 성함이?
"안재효에요."
"안재효요? 농담이죠?"
지호는 손을 내밀어 악수했던 손을 자신도 모르게 두손으로 부여잡으며 되물었다. 반쯤 진심이었다. 재효가 고개를 저으며 왜요? 하고 물었다.
"제가 좋아하는 모든 잡지에 글을 쓰셨어요. 저, 저 대학 다닐 때는 그쪽 글에 대한 논문도 썼고요."
"제가 잘생겼다는 말도 넣었어요?"
"어억, 아뇨. 하지만…,"
"지금 무슨 일 해요?"
어…, 지호는 잠깐 말을 멈췄다.
"지금은, 사정이 좀 있어서 '런웨이' 편집장 밑에서 일해요."
재효가 조금 인상을 굳혔다. 아마추어 작가라서요, 경험이죠. 나중엔 그…, 같은 잡지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정말요? 이번엔 재효가 되물었고 지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모르게 펀치를 입에 가져다대었다. 입술에 닿자마자 대충 감이 잡히는 도수에 다시 조용히 내려놓았지만. 근데 그 일, 아무도 살아남질 못하던데요. 옅게 걱정이 깔린 말에 재효의 말에 지호는 다시 그를 돌아보았다.
"그래도, 그쪽이라면 괜찮을 거 같네요."
"어…, 칭찬 감사해요. 이제 가봐야 겠어요. 편집장님이 기다릴 거 같아서."
가기전에 이름이 뭐에요, 날 좋아하는 현명한 후배님?
지호는 후배님이라는 단어에 조금 들뜨는 마음으로 뒤를 돌았다. 입꼬리가 휘는 건 어쩔 수 없다. 지호는 재효와 눈을 맞췄다. 사르르 웃는 얼굴이 순간 무뚝뚝한 상사의 것과 겹쳤지만 다르다. 지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우지호."
바를 나와서야 지호는 자신이 정말 냅다 이름만 말하고 온 것을 깨달았다.
언제봤다고 반말이야 반말은.
망할 펀치는 입술만 가져다 댔는데 정신을 빼먹게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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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은 항상 못드리지만 덧글들 언제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짱ㅋㅋㅋㅋ웃곀ㅋㅋㅋㅋㅋㅋㅋ 덧글이 제 글보다 잼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편으로 캐릭터 설정은 다 끝났습니다 ㅎㅎ 오늘 이거 쓰다가 집에 있는 우유 다먹음; 혼나겠다ㅠㅋ
독자님들 읽어줘서 사랑해요! 항상 감사해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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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텐 말복이 정석 이어폰 JJ 폰 쿠쿠 행쇼 라푼첼 용마 까망 신알신 갈비찜 이불 Ps 객관식 광란의밤 쓔 규요미 스꼬르 둘리 0201 열이 비즈 올리비아 파워생수♥ 생수 뉴뉴 딲따구리 젤리 그대 몽몽몽 베지밀 뀨 가란 달달 삐맨 떡덕후 유학생 가락 핫삥꾸s2 홍두무 곰돌이 색연필 잠와 굥지철 끄앙 상어 기린 후후하하 열두시 앨리스 뽀뽀틴 표부 씹덕터져 죠무룩 피코방앗간♡ 보끔밥 벨 핑크팬티 토끼 쿠쿠 외수 하품 아닛어머! 탤탤 표르르 비회원 떡쳐라 삐뽀삐뽀 꿀징어 스파르타 우죠코털 봉봉 바게트 곶감 틴트 짜세 프라푸치노 노트 우유 빨간빗 쇼주파 우산 글리슨 스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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