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 Wears PradaDIORHOMME
악마는 디올 · 옴므를 입는다. w.허리표
지호는 다시 완벽하게 '런웨이'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불가능했던 지시들은 다시 가능의 선으로 돌아왔고, 몸은 그 힘들고 익숙한 일에 물들었다. 태일과는 제멋대로 형, 동생하는 사이로 회사 내에 확실히 자리매겨졌다. 둘 중 한명이 보이면 자연스럽게 다른 한명을 찾는다거나 하는 것은 이제 정말로 일상. 커피와 서류를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태일이 딱, 하고 부르면 금세 그 앞으로 걸어가 셔츠의 어깨나 손목을 정돈해주는 손을 가만 기다리는 지호는 여직원들의 소소한 눈요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하루는 형은 진짜 나 좋아하는 것 같아. 하고 득의양양하게 뱉은 지호의 말에 태일이 내가? 너를? 하는 표정으로 까르르 웃었다. 지호는 자신을 민망하게 만드는 웃음에 괜히 으씨, 하고 돌아서고 말았지만,
"…조금?"
뒤에서 턱을 만지며 중얼거리는 태일의 목소리를 들은 것도 같고, 아니면 말고.
*
'런웨이'는 다다음 호에 실릴 컨셉을 도시 정글로 정했다. 몇주에 걸쳐 컬렉션이 만들어지고 모델이 정해졌다. 이 모든 것은 지훈의 손을 거쳐 갖가지 촬영장비들과 함께 호수공원에 자리잡았다. 동물 프린팅이 매력적으로 잡힌 옷을 입은 모델들은 야생동물같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주변에는 전문가가 데려온 뱀이나 파충류 등이 제 집을 만난 듯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고 지호는 조금 질겁을 하며 촬영장으로 들어섰다.
"이게 뭐에요? 도시정글?"
지호가 모델들의 피팅을 봐주고 있는 태일에게 다가가 물었다. 허리라인이 잘록하게 잡힌 야생적인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빙글 도는 동안 태일이 눈을 떼지 않으며 답했다.
"맞아. 현대 여성들이 도시를 접수하기 위해 내면의 동물성을 표출해내는거지."
크앙.
하고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양이가 위협하는 듯한 손짓을 하던 태일은 "됐어. 가봐." 하고 돌아섰다. 태일의 팔 한쪽에 걸쳐져 있는 지브라 패턴의 천을 보고있던 지호가 퍼뜩 고개를 들어 태일과 눈을 맞췄다. 태일은 오늘도 지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조금 인상을 찌푸리며 지호의 귀를 더듬었다.
"너 왜 내가 준 피어싱 안해."
"어,"
아아 그거,
"오늘 아침에 친구 좀 빌려줬어요."
태일이 마음에 안든다는 듯 지호의 귀를 꾸욱 아프지 않게 잡아당겼다. 분명히 샴브레이 셔츠에 같이 하라고 줬는데 뭐? 빌려줘? 누구맘대로. 아악 제맘대로요. 지호는 괜히 엄살을 피우며 태일에게 웃어보였다. 다음에 하고올게요 다음에. 지호는 오늘 아침 아끼던 피어싱을 수챗구멍에 흘려보낸 박경에게 출근을 하기 직전 급하게 귀에서 뽑은 피어싱을 던지듯 빌려준 것에 태일에게 약간 미안함을 느꼈다. 그래서 네? 응? 아이, 혀엉 하고 애써 애교를 부리는데,
그런 지호를 아닌척 못마땅하다는 듯 보던 태일은 제 오른쪽 귀에 자리하고 있던 피어싱을 뽑았다. 오늘은 이거 하고 다니고 내일 내 사무실에 이어커프 받으러 와. 봐둔 거 있으니까. 지호는 약간 고개를 숙여 귓바퀴를 더듬는 태일에 고개를 끄덕이지도 못하고 몸을 가만히 했다. 뱀을 두른 모델이 살풋 웃으며 "둘이 또 뭐해요?"하고 지나가는데 지호는 그녀를 등진 태일 대신에 입모양으로만 '피어싱이요' 하고 눈을 접어 웃었다.
"자. 최대한 빨리 표지훈한테 갖다 줘. 그리고 '로샤'랑는 내가 계약조건을 바꿨다고 전해."
지호는 태일이 끼워준 피어싱을 만지작거리며 종이 몇장을 건네받았다. 으, 편집장님이 형 결정을 마음에 들어해야 하는데….
"감히 나한테 하는 말이야? 말투 건방져 우지호."
여차하면 널 모델들한테 먹이로 던져버리는 수가 있어. 앓는 소리를 내는 지호를 태일이 돌아보며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장난섞인 농담에 지호가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는 듯 나름 애절한 목소리를 꾸몄다.
"미안해요 형, 요즘에 너무 바빠서…."
"축하해. 그건 일을 잘하고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거든. 혹시 담배를 피우게 되면 말해. 샴페인 터뜨리게."
그건 니가 승진을 할 때가 됬다는 거거든.
*
'런웨이'에서는 몇달에 한번 있는 중요한 회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지훈과 태일을 비롯해서 여러 디자이너들과 각층의 대표들이 자리했다. 말이 회의지 실제로는 계획서 피드백으로 태일의 표현에 의하면 '표지훈의 사람잡기'다. 지훈이 툭, 하고 계획서 몇장을 떨구더니 펜을 들었다.
"…안돼. 2월 일정을 먼저 해야겠어. '셀마 헤이엑' 쪽하고 이야기 해본 사람 있습니까?"
"예, 근데 그쪽에서는 여름표지로 했으면 하던데요…, 그때 즈음에 영화가 개봉,"
"안 돼."
지훈은 디자이너의 말을 묵살하고는 봄 여성 코너에는 터번을 사용하도록, 말을 뱉었다. 몇몇이 지훈의 말을 듣고 각자 메모를 남기는데 또 다시 편집장의 지적이 날아왔다.
"성형수술에 대한 기획안은 엉망이더군. 초안부터 다시 써. 이 겨울 원더랜드 특집 기사의 레이아웃은, 내가 바란 원더랜드의 원더만을 쏙 빼놨더군."
지훈은 눈짓으로 지시했고 그 끝의 대표가 알겠습니다. 제가 살펴보도록 하죠. 하고 서류에 고개를 박았다.
"데스티나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잭 포젠이 사진 촬영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구찌가든에서 촬영을 부탁해놨습니다."
태일의 대답에 회의 중 처음으로 지훈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완벽하군. 오늘 일하러 온 사람은 한명뿐인가?"
물론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왔지만. 죽을상을 애써 고민하는 듯한 손짓으로 가리는 한 디자이너에게 지훈이 시선을 돌렸다. 금발의 웨이브를 한 미녀는 잔뜩 얼어있는 모습이 모두의 눈에 일순 가련하게 보였다. 아, 지훈을 제외하고.
"4월에 나갈 악세사리는?"
"제 생각엔 뱅글이나 펜던트, 귀걸이…."
"아니, 2년전에 했어. 다른 건 없나?"
"그게…, 꽃장식으로도 생각을 해봤…,"
"꽃? 봄에?"
참신하기도 하지. 그 목소리는 낮지만 부드럽기는 또 부드러워 일견 감탄으로 들리기까지했다. 그게 또 디자이너에게는 불만족스러운 악마의 반응인 게 뚜렷이 보여 절로 울상이 지어졌다. 맞은편에 앉은 그녀와 같은 프로젝트를 맡은 남자가 변명했다.
"하지만 사막이나 도시정글 컨셉과 비슷하게 아스팔트 같은 곳에서 플로랄의 여성성을 대비시키면 아주 그럴듯한 효과를…,"
남자는 '비슷하게'라는 지뢰를 밟은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식상하고, 창의적이지 못해. 그리고 비슷하게? 이 엉망인 회의에서 모처럼 나온 나쁘지 않은 컨셉까지 아주 말아먹으려고 시위하나?"
그마저도 친절한 지훈의 설명에 몇마디 더 해보려던 노력이 무산되었지만. 회의실을 채운 정적을 깨트린 것은 유권의 기침소리. 며칠째 기침감기, 코감기로 고생하고 있는 유권은 중요한 회의실에서의 기침을 참아보려 했다. 지훈 앞에 서류 두어장을 올려놓고 나가는 와중에 기침은 다시 터져나왔다. 콜록, 콜록! 하고 죄송하다는 뜻으로 고개를 한번 숙이고 사라진 유권에 회의실 모두는 생각했다. 그 기침 소리로 정적을 깨줘서 고맙다고.
아, 이번엔 지훈과 태일을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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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늦은주제에 짧기까지 하네요 ㅠㅠ 이젠 죄송하단 말도 못하겠닼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블독방에서 숫자놀이와 썰은 제가 거의 맡았다 ㅋ.. 아 블독방에서 무슨썰1 무슨썰2 이렇게 쓰는게 본인표출로 고기 먹는단거 알고 식겁ㅠㅠ 다음부터는 썰 올릴때 다 몰아서 하나로 올려야겠네요 ㅋㅋㅋ 아무튼 이번편은 짧아서 죄송합니다 ㅠㅠ 금방 다시 돌아올게요! 한... 일주일? 정도만 기다려주세요 ㅎㅎ.. ㅎ...
+ 저는 '더듬다' 라는 말이 좋습니당 뭔가 아련할때는 아련하고 야할때는 야한 것 같아서() + 이번 편에서 태일과 지호의 피어싱 부분은 영화에는 없는 부분입니다. 연애전선이 너무 없어서 그냥 써본 게 함정. 마음에 드는 게 더 깊은 함정. |
| NIC |
커텐 말복이 정석 이어폰 JJ 폰 쿠쿠 행쇼 라푼첼 용마 까망 신알신 갈비찜 이불 Ps 객관식 광란의밤 쓔 규요미 스꼬르 둘리 0201 열이 비즈 올리비아 파워생수♥ 생수 뉴뉴 딲따구리 젤리 그대 몽몽몽 베지밀 뀨 가란 달달 삐맨 떡덕후 유학생 가락 핫삥꾸s2 홍두무 곰돌이 색연필 잠와 굥지철 끄앙 상어 기린 후후하하 열두시 앨리스 뽀뽀틴 표부 씹덕터져 죠무룩 피코방앗간♡ 보끔밥 벨 핑크팬티 토끼 쿠쿠 외수 하품 아닛어머! 탤탤 표르르 비회원 떡쳐라 삐뽀삐뽀 꿀징어 스파르타 우죠코털 봉봉 바게트 곶감 틴트 짜세 프라푸치노 노트 우유 빨간빗 쇼주파 우산 글리슨 스티치 손톱 풔쿼 환자 당근박경 소금 군만두 백프로 미시오 비글
암호닉 신청 모두 감사합니다 ctrl+f 로 암호닉 찾아보시고 빠지신 분은 덧글 남겨주세요! 하ㅌ튜 만약 빼먹으신 분 있다면 죄송합니다 ㅠㅠ 그런 취미는 없지만 밟아주세요 ㅇ<-<
(즈는 지금 올리는 글 바로 이전글의 암호닉만 확인하고 있어요 ㅠㅠ 혹시 여기 암호닉이 없으시면 다시 덧글로 달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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