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지요.
'하늘이 높아지길 기다리고 있단다, 하루빨리 청명한 하늘 아래서 놀다가고 싶구나'
네, 저는 약조하였습니다.
당신의 청명한 하늘이 비추인날 그대, 그 나비같은 고운 자태 흩날리수 있도록...
그대는 문득 제게 물으셨습니다.
'저기 비단 중에 정말 좋아하는 색이 없느냐? 참말로? 그럼 내가 하나 골라줘도 되겠구나'
끝없이 펼쳐져있는 비단 뭉치들 사이에서 물으셨지요.
그때도 그대는 한마리 노란 나비같은 비단옷을입고 계셨습니다. 아십니까? 저는 노랑색이 참 좋습니다. 당신에게 어울리니까요...
그대 비오는 날에도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있었지요.
'얘, 정국아 보이느냐 드디어 내리는구나, 저 이름모를 꽃들 말이다. 내일 너와 함께 또 세우러 갔으면 하구나'
희미한 부슬비내리는 밤, 당신은 조용히 웃으며 말하셨지요.
제가 말하지 아니하였습니까, 부슬비 따위가 꽃을 굽히게 할수 없다고 말입니다. 저 꽃은 마치 당신같아 빗속에서도 그저 아름다울뿐이니까요...
그대 언젠가 지나는 상인들을 보며 말씀하셨지요.
'저리 살다가는 것도 주위에 사람많아 좋아 보이는구나, 내 청이 하나 생겼다, 저기 저 붉은 가락지 하나만 사오거라'
우연히 눈에 띄인 그 붉은가락지, 당신의 여린 손에 무난히 잘 어울리셨습니다. 사실 짐짓 붉어지던 그 고운 얼굴이 더 신경쓰여 바라보았습니다...
당신은 모르실껍니다. 제가 바라보는 그대를요, 모르셔야만 했을까요. 바라보는 제 시선을...
그대 항상 말하셨지요.
'사내되어 한 여자의 마음한번 얻지 못 한다면 어찌 사내라 할 수 있을까'
네. 저는 그 사내가 되지 않으렵니다.
당신을 두눈에 담지 못 할 바에는...
아니요. 평생을 바라보지 못해도 좋으니, 곁에서 소식이라도 전해듣고 싶었습니다. 그대는 저에게 이 많을 것 들을 어찌하라고 남겨두고 가신건가요.
다가오는 가을이 무섭습니다, 하늘이 높아지면 그대얼굴이 떠오를테니까요.
눈에 비추이는 밝은 노랑색들이 눈물 짓게 만듭니다, 한 마리 나비같은 그대가 날아올 것 같으니까요.
비가 오는 날이 존재하지 아니하였으면 합니다, 당신을 닮은 저 꽃이 굽혀질까 두려워, 잠들지 못하니까요.
지나는 상인들이 부럽습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잊혀질 사람이 생길테니까요.
하지만 그대 어찌 이리 이기적이십니까. 곱디 고운 손에 끼고 다니시던 붉은 가락지, 그 가락지는 언제 제 소맷단에 숨겨놓으신 겁니까, 붉은색이 볼때마다 아련하여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으시고는 어찌 제게 주시고 가시는 겁니까. 이번에는 제가 감히 청하겟습니다. 이 가락지를 제게 주시고 간 데에 의미를 좀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당신의 말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는 저에게 너무나 큰 짐을 안겨주시는 군요. 그대가 없는 이 거대한 별채끝 한자락에서 남아있는거라곤 이거하나니 감히 제뜻데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저는 당신의 붉어지는 얼굴이 생각납니다. 결코 저 혼자만의 외사랑이 아니였음을 알려주시는 겁니까. 아니라고 하지는 마십시요.
그대가 영원히 떠나던 날, 그 날에 말입니다?..
제게 그 고운 얼굴, 수줍게 물들이며 말하셨습니다, 기억나십니까...?
'정국아, 이번 훈련 마치거늘, 새벽이라도 좋으니 내게 와주지 않으련?'
왜 하필 그날따라 말이 씨가 되듯, 새벽에 당신을 찾아갔을까요. 왜 얇은 창호문이, 흔들리는 호롱불빛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고만 생각했을까요. 문을 열어 쏟아져버린 붉은 꽃잎들을 뒤짚어쓴 듯한 당신의 모습에 저는 숨이 막혔습니다. 숨이 막혀 죽길 바라였습니다. 무심하게도 하늘은 제 숨을 거둬가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그대의 모습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안아들고 오열하던 기억이 끔찍합니다. 그대는 홀로 차갑게 희미해져가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혹 오지 않은 저를 원망하면서 가셨습니까. 그렇다면 제발 이 세상의 역적을 만난듯 원망하십쇼. 어찌 그대는 마지막까지도 그리 무디게 착하시기만 합니까. 원망하고 싶지 않으셨습니까. 그 상황에 어찌 미소를 지으실수 있으십니까, 제가 올 것을 아셨던 걸까요. 그대는 제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였습니까, 저는 이 붉은 가락지를 믿고 그대에게 감히 청합니다.
"제가 그대를 사모해도 됩니까.."
지금 혹여 싫어 하시는겁니까, 그리하여 이리 비를 내려주시는 겁니까. 아니면 그대를 닮은 저 꽃도 데려오라는 의미인 겁니까. 저는 후자로 생각하고 꽃을 데리러 갑니다. 그대 외로이 지고있어 내가 데려갑니다. 그대가 골라준 비단옷도 쟁여놓았습니다. 그대가 준 붉은 가락지, 지금 제손에 잘 끼워져있습니다. 어찌 이리도 슬피 비를 보내시나요. 조금만 아주 조금만.. 고요히 기다려주세요. 당신이 보고싶어 내 이리합니다. 왜 당신을 원망하겠습니까. 저는 아직도 눈에 선한 그대가 날 원망하길 바랍니다. 제가 가거든 환영따윈 감히 바라지도 않으니 원망하십시오. 그리고 그 후에.. 그대가 날 용서해준다면 그 때 나 당신과 영원히 눈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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