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저것 봐, 저거! 왜 다른 여자랑 히히덕 거리냐고. 아니. 난 쟤 여자친구도 아닌데 뭐라 할 수도 없는 건데... 이 바보. 나 혼자 별 생각을 다하며 위를 올려다 봤는데 그 때 딱 박찬열이랑 눈이 마주칠게 뭐람. "야, 못생. 너 혼자 뭐하냐?" "네가 알게 뭐세요." "너... 아침에 내가 우유 뺏어 먹었다고 화난 거 아니지. 설마." "내가 그런 걸로 삐칠 그럴 사람으로 보여?" "당연하지. 못생 가자, 매점으로. 이 오빠가 쏜다." 내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두르며 가는데 후하후하. ㅇㅇㅇ, 너 설마 떨고있냐. 아니지? 그런 거 아니지? 박찬열이 옆에서 뭐라고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설마 내 얼굴 빨개진 거 아니지? 박찬열 얘는 왜 좋아져서 나 혼자 이리 난리야, 정말. "뭔 일 있냐? 아침부터 왜 이래." 얘랑은 십 년도 넘은. 그러니까 내 흑역사, 박찬열 흑역사 서로 공유까지 하며 지낸 애인데 왜 좋지? 왜? 도대체 왜? 이 못난...은 아니고 잘생겼구나... 그래 그건 인정.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아, 야 조심하란 소리 몇 번이나 해. 뭔 생각을 하길래." "어... 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나는 박찬열 품 속. 박찬열 팔 너머로 봤을 때 지금 상황은 라면을 들고서 가는 저 아이와 내가 부딪힐 뻔 한 것 같다는 내 궁예질. "정신 좀 차려. 너 진짜 이러다 다치겠다. 딸기 우유랑 초코 우유랑 덴마크 뭐... 베리믹스? 그거면 되는 거 맞지? 딴 소리 말아라." "메론 우유도 사다주면, 땡큐 베리 감사!" 이 와중에 먹을 거 밝히는 나란 돼지... 못난 돼지... 아, 엄마. 제가 이런 애한테 빠졌어요. 어렸을 때 'ㅇㅇ이는 찬열이한테 장가가면 되겠네.' 이 소리를 듣고서 헤헤 이랬는데 지금은 엄마... 쟤랑 연애하고 싶어요... 가 아니고... 그냥 친구 사이로라도 남게 해 주세요. 우럭우럭. *** 때는 바야흐로 일 년 전. 내가 그 때 박찬열을 좋아한다고 깨달았다지. 박찬열이 여친 생겼다고 자랑을 하면 나도 바로 남친을 만들고... 참 유치하고 남자 애들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관심 요만큼도 없었다. 그래서 금방 헤어지고 그랬지만. 어렸을 때 엄마가 사고쳤다고 머리를 귀까지 자르고서 찬열이한테 안겨서 운 적도 있고, 찬열이랑 나랑 둘이서 반항하자! 이러며 놀이터에서 덜덜 떨며 서로 붙잡고 벤치에서 잔 적도 있고. 생각해보면 내 기억 속에는 거의 박찬열과 연관이 되어 있었다. 박찬열이 부르는 내 별명인 못생도 중1 때 또 다시 엄마한테 머리를 잘리고서 붙여진 별명으로 기억되는데... 나는 이랬다. 좋고, 슬프고, 화나고 희노애락 모든 감정을 느끼던 간에 다 박찬열한테 가서 말하기. 내가 하던 일 중 하나였다. 찬열이는 이런 나를 받아주는 게 너무 고맙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이 감정은 그 누구한테도 말을 못하겠다. 이런 내가 너무 부끄러운 걸... 이런 감정을 찬열이에게 내비추면 그 뒤로 친구로도 못 남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 이제 나는 어떡해. 끙, 끙. 당분간은 박찬열 피해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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