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찬열을 좋아하게 됐다고 느낀지 한 달이 지났을까 나는 점점 박찬열을 피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마다 같이 등교하던 우리는 내가 공부한다는 핑계로 20분은 먼저 집에서 출발해 학교를 갔는데 그게 문제였다. 그렇게 혼자 학교를 다닌지 일주일이 지났을까 어제와 같이 나는 아침 일찍 학교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어쩐지 오늘따라 앞머리 고데기를 하고 싶더라지... 아니나 다를까 우리 집 앞에는 박찬열이 서있었다. 순간 멈칫했지만 그걸 들키면 이상한 애가 될까 아닌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집을 나섰다. "야." "ㅁ, 뭐." 나 방금 말 더듬은 거 맞지... 이 바보. 역시나 난 박찬열 앞에만 서면 어버버 바보가 된다. 내가 얘를 좋아한다고 그 마음만 눈치만 안 챘어도 적어도 그랬다면 안 이랬을 텐데. "너 왜 나 피해 다녀. 공부한다는 그 이상한 말도 그렇고." "내가 공부하는 게 뭐 어때서 그래? 나도 공부 열심히 하거든!" "구라까고 있네. 김종대가 아침에 가면 자고서 점심에 일어난다고 다 말해줬는데." "아씨... 김종대 도움 지지리도 안 돼." "그래서 대답은? 왜 나 피해 다녀." 왜 피해 다니냐는 말에 '나 너 좋아해. 그래서 피해 다니는 거라구.' 이리 말하면 안 봐도 비디오지. 박찬열 얼굴이 어떨까...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을 해야 좋은 걸까. 하나님, 예수님, 부처님... 저 이제 절도 성당도 교회도 다 열심히 다닐 테니까 이 상황 좀 벗어나게 도와주세요. "아! 나 체육복 놓고..." "병신아. 너 오늘 체육 안 들은 거 앎. 아, 그냥 가. 시발." 내 가방 끈을 잡고서 질질 끄는데 끙... 찬열아, 미안해! 혼자 속으로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는데 왜 구하는 건지는 모르겠단 말이다. 사실 찬열이가 내 앞에서 욕을 하는 건 거의 없어서 그런가... 찬열이 입에서 욕이 나오면 아주 쬐끔... 진짜 쌀 한 톨만큼 무섭다. 절대 쫄아서 손 공손히 모아서 학교 가는 거 아니야. 아마도... *** "김종대! 이 도움 안 되는 자식아!" "아, 아! 아파. ㅇㅇㅇ! 왜 또 아침부터 이래?" "박찬열한테 잔다고 말하면 어떡해. 진짜! 이 도움 안 되는 당근보다도 못한 자식아." "그니까 누가 박찬열 피해 다니래? 혹시... 설마..." "... 설마...?" "박찬열 옷에 뭐 묻히고 도망갔냐?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김종대 설마... 이러는 말에 설마 들켰나. 이랬지만 역시나 아니였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칠칠 맞다지만 옷에 뭐 묻히고... 뭐... 그런 적은 많았네. 찬열아... 항상 미안해. 그건 그렇고 평생 이렇게 다닐 수는 없는 건데... 그냥 나도 확 남자 친구 만들어 버려? 그러면 박찬열 얼굴 보기 좀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내 기억 속에는 남친이 있었어도 박찬열이 신경 쓰였다. 분명 남자 친구와의 기념일에서 찬열이는 이거 좋아하는데... 이러며 찬열이 물건 고르고 있는 나란. 아무래도 나 박찬열 좋아해도 단단히 좋아하나 봐. 혹시 나 박찬열한테서 못 벗어나고 그러는 거 아니지? 그런 거 아니지? 나 어떡해요 언니... 내 말을 들ㅇ... *** "야 못생." 엄마 나 박찬열 아무래도 엄청 좋아하나 봐요. 꿈 속에서도 박찬열 목소리가... "못생 안 일어나? 아줌마가 너 얼른 끌고 내려오래." "꺄아아악" "아, 귀 아파. 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야." 귀 막고 얼굴 찡그리고 있는 저 사람... 박찬열... 맞네. 아... 오늘 토요일이구나. 평소에도 나 깨우러 잘 왔었는데 나 왜 이래. 왜 호들갑이야. 진정하자... 진정. 그래 진정하자. 지금은 박찬열이 날 평소와 같이 깨우러 온 거고 나는 자연스럽게 내려가면 되는 거야. 그래 아주 자연스럽게... "ㅇㅇ아 이리로 와서 엄마 좀 도와줘." "이거 그릇 올려 놓으면 되는 거야?" "응, 의자 밟고서 조심하고." 아침부터 엄마는 뭔 난리래. 부엌에 그릇이란 그릇은 다 꺼내져 있고. 어휴, 이 놈의 아줌마 또 홈쇼핑에서 그릇 샀나? 아빠가 또 한 소리 하겠구만? "어, 어." 혼자 궁시렁 거리면서 그릇을 챙기고 의자에 올라서는데 찬열이가 내 손에 들려져 있는 그릇을 채가고서는 찻장에 넣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 맞다. 얘 나랑 다르게 키 크지. 엄마는 얘 시키면 되지. 왜 나를 시켜서... 내 얼굴 빨개지게 만들어... "야 너 얼굴 빨개." "ㄷ... 더워서 그래." "뭐래. 서늘한데. 야 오늘 할 거 없으면 얼른 씻고 나와. 영화 보러 가자." 영화? MOVIE? 얼른 씻으러 가야겠다. 옷은 뭐 입지? 너무 꾸며 입으면 이상해 보이겠지? 써니힐이 부릅니다 두근두근. 어휴, 박찬열한테까지 내 심장 박동 소리기 안 들리면 다행이지. 나 또 얼굴 빨개진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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