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봄
ㅇㅇㅇ.너 나랑 꼭 결혼해야해 알았지? 2014년 9월 부산 20년전이였나. 내 첫 뽀뽀 4살때 전정국이 했지 뭐. 지금도 같이다니냐고? 우리? 미쳤냐. 언제적 얘기를 너도 참. 전정국 서울로 이사가고 연락 끊겼어. 서로 번호도 바뀌고. 다 잊었지 뭐 그래 너도 잘지내고 . 조만간 보자 부산 한번 내려와 기집애야. 그래. 들어가 전정국. 오랜만에 전화통화를한 중학교동창때문에 다시 그 이름이 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내 나이 23. 대학교 졸업반. 부산에서 23년을 보냈다 그중 절반은 전정국과 함께. 태어날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만나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꼭 붙어 다녔고, 중학교 졸업식을 하자 전정국은 말도없이 서울로 이사를 가버렸단다.(물론 이것도 부모님을 통해 들었다. 서울로 갔다는) 그 후 나도 전정국도 먼저 연락하지않았다. 나는 말없이 가버린 전정국에게 서운함을 느꼈던거였고, 전정국은 날 싸그리 잊어버린 건지도. 서로 흔해빠진 자존심세우다 먼저 연락도 못했던 거 였을까. 그 후 자연스럽게 고등학교에가고 바쁘게 공부를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번호도 바뀌고, 연락도 끊기고.... 물론 우리가 사귀던 연인사이냐고? 그건 절때 아니다. 전정국과 난 단지 불알친구, 뭐 그런거라고 해야하나?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잘때 우리집에 들어와 내 볼에 몰래 뽀뽀를 하던 전정국도, 수업시간에 엎드려있던 날 뚫어져라 쳐다보던 전정국도. 우리가 연인이 아닌건 확실하니까 뭐. 우린 무슨 사이였을까? 전정국은 그럴때마다 웃으며 넘겼다. 그런 질문 받을때마다. 동네 어른들도,학교선생님들도, 친구들 ,선배들로 부터 너네 사귀냐? 라는 질문을 줄기차게 들어왔던 것 같다. 그럴때마다 전정국의 웃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건지. 그때는 몰랐다. 지금도 사실 모르겠다. 속을 알수없는 새끼다. 나한테 결혼하자고 100번도 넘게 말했으면서. 나쁜새끼. (물론 나이먹으면서 횟수가 줄고 말투에 장난이 녹아있었지만,) 왜 술이 땡기는지모르겠다. 내일 공강인데 황금같은 목요일에 혼자청승맞게 포장마차에서 우동한그릇에 소주나 까는게 어쩐지 지지리 궁상 맞아 보이네. 내 팔자야 전정국이란 이름 3글자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돌아다니는것같다. 왜 오랜만에 그새끼 이름을 꺼내선. 보고싶긴하네. 어렸을때도 이목구비는 뚜렷했는데. 코도 동글동글한게 높기는 드럽게 높았단말이지. 중학교때 선배들한테 인기도 진짜많았는데. 키도 컸겠지. 그 능글능글한 성격은 여전할까. 노래도 잘불렀었는데. 춤추는것도 좋아해서 댄스동아리였는데 대학가서도 했을라나. 군대나 갔을라나.. 술이 들어가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머릿속에 머리가 지끈거리는것 같다. 아줌마 .! 여기 소주 한병 더요 혼자 3병은 마신 것 같다. 아, 나 주량 1병반인데. 훌쩍 넘었네 눈 앞이 뱅뱅도는것 같아. 어지러워. 자취하는 대학생이라 12시가 넘었는데 아무도 안찾네. 서러워... 쿵. 무슨 소리냐고? 그거야 당연히.. 23살 여대생이 혼자 자취하는 원룸 앞 포장 마차에서 우동이랑 소주먹다가 취해서 테이블에 머리박는 소리 전정국 나쁜시끼. 난 어떻게 되었을까. 일어나니까 거짓말같게도 내 침대위다 왜? 나 포장마차에서 우동이랑 소주먹은 꿈꿨나? 포장마차아줌마가 데려다주셨나? 내가 아무리 단골이라지만 아줌마가 설마 그랬을리가. 우동이랑 소주값은 계산됬을까. 아으 머리아파.. 죽겠다 그냥.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는데 내 옆에 뭔가가 있는것 같다....? 전정국...? 전정국이다.....! 얘가 왜 여기있어..? 대체 어제 무슨일이 있었던 거야. 하나도 생각이 안나잖아 !!! 11시간 전 . 포장마차 아가씨!! 아가씨!! 어유 정신 좀 차려봐 뭔 술을 이렇게 취할정도로 마셨대. 우응.. 전정국 나쁜시키... 나쁜놈..주길놈...어어엉 ... 아가씨!! 일어나봐 좀 !! 나쁜노마 ㅠㅠㅠㅠㅠㅠ 어휴.. 어!! 마침 전화오네 아가씨 . 어여 받아봐 전화기를 대주시는 아주머니의 손에 전화를 받았었지 ,분명. 여보세여 !!! 전정국 나쁜 개새끼 야 !!!! 라고 했었나 내가 ... 후.. 미쳤다 그때 그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했다. 아니 그날 술을 마시는게 아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