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엉! 저 요기, 요것 좀 들어주시면 안되요?”
책 여러권을 손에 든 승현은 땀이 뚝뚝 흘러 젖은 머리칼이 축 쳐진 눈을 가렵게했다. 지용은 승현을 한번 쳐다보고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이 더운날 깨끗하다 못해 청렴하기 그지없는 승현이 도서실 정리를 도와주러 가자며 조르는 바람에 눈 한번 따악, 감고 따라왔다.
“싫어. 너도 그만하고 여기와서 앉아,”
자기보다 무거운 책만 들고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기만하고 놀 생각이 없는 승현에게 지용은 뿔이났다. 지용이 언제까지 그것만 할거냐며 괜한 승현을 다그쳤다. 그러자 웃으며 책을 내려놓고 도서실 귀퉁이에 있는 작은 냉장고 안에서 쭈쭈바 두개를 들고와 내게 하나 건넸다. 승현은 쇼파에 앉아 쭈쭈바를 입에 물었다. 지용은 승현을 슬쩍 한번 쳐다보았다. 붉은 입술이 오밀조밀 움직였다. 야,맛있냐? 지용은 아이스크림이 다 녹을 때까지 승현의 입술만 내내 쳐다보고있었다. 그 사이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승현은 다시 일어나 책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책 열댓권을 높게 쌓아 들고있던 승현이 꽤나 위태로워보이기까지 했다.
“으악!”
승현이 들고있던 두꺼운 책들이 전부 쏟아져 버리고 앉아있던 지용의 무릎위로 승현이 엎어졌다. 속눈썹 수를 하나하나 다 세어볼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승현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지용이 속눈썹 진짜 기네.하며 생각했다.
“뭐하냐 너?”
“엄마야!”
정신을 차린 승현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홍당무처럼 발갛게 오른 승현의 얼굴을 보며 지용은 웃어대었다. 그러자 승현은 웃는 지용을 바라보며 헐.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 표정 하지마. 진짜 못생겼어.”
“뭐라고요? 그쪽도 썩 잘생긴 얼굴 아니라는거 알고는 있고 말하는거죠?”
“됐고. 저 책들 어쩔거야 이제?”
“그러니까 좀 도와달랬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안도와준다고 했잖아,”
승현은 굳은 얼굴로 됐어요,됐어. 라며 쭈그려 앉아 책을 주웠다. 무안해진 지용은 슬쩍 옆으로 와 책을 주웠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듯 승현은 활짝 웃으며 '도와주는거죠?'하고 일어섰다. 당했다, 얍삽한 놈…. 결국 하는 수 없이 도서실 정리를 함께 끝냈다. 저녁 해가 지고있을때쯤 도서실정리를 끝내고 나온 둘은 저벅저벅 길을 걸었다.
“오늘 같이와서 너무 좋았어요,”
“대가로 그럼 오늘 저녁 쏠래?”
고민하는듯한 승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좋아요!콜!' 이라며 웃어대었다.
“나 그럼 스테이크 사줘,”
지용이 말하자 승현은 뭐가 어쩌고 저쩐다고요?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지용은 크게 웃으며 장난이라고 등짝을 때렸다.
“아, 아파요!”
지용은 '그럼 뭐 사줄건데? 나 비싼남자라 원산지 불분명한 싸구려 안먹는거 알지?' 하며 승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승현이 콧방귀를 뀌어대며 '저도 뭐 원하는거 많은 사람한텐 안쏘는거 알고계세요.' 라며 먼저 걸음을 앞세웠다. 뭐냐, 그래서 안사주겠다 이거야? 지용은 먼저가버리는 승현을 잡기위해 뛰어가고 있었다.
“승현아!”
누군가 승현을 부르는 소리에 둘은 뒤를 돌아보았다.
“어어! 형!”
앞서가던 승현은 뭐가 그리좋은지 밝게 웃으며 승현을 부른 남자에게로 달려가 손을 잡았다. 지용은 가만 서서 보고만있었다. 남자는 승현에게 밥은먹었냐는둥, 오늘 뭐했냐는둥, 종일 전화도 못해서 미안하다는둥, 꼭 싫은 소리만 해대었다. 한참 웃고있던 승현이 지용에게로 달려왔다.
“형…저기, 오늘은 밥 같이 못먹을것 같아요,”
“어어…. 그래, 나중에 보자.”
“오늘 뭐했어?”
“아, 아까본사람 있죠? 학교 선밴데 같이 오늘 도서실 정리 도와줬어요,”
남자와 승현은 팔짱을 끼고 걸어가며 생글생글 웃는 승현이 행복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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