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쁜 우리 수험생 형제·자매님.
어느덧 오지 않을 것 같던 수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인사를 하네요.
지금까지 고삼, 고삼, 수험생, 수능은? 이런 스트레스를 주는 말들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저 역시 알고 있어 마음이 짠합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세요.
아직 우리에게는 50일이라는 시간이 남아있고 그 기간에도 또다시 치열하게 경쟁을 하게 될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분명 당신에게 수시를 너무 높게 썼다고 그럴 것이고, 왜 그렇게 안전만 보고 낮게 썼느냐며 어리석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속상한 건 우리 소중한 형제·자매님들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뭐라고 말을 해야지 마음이 편해질지 잘 모르겠네요.
사실 저는 아직도 수능시험이 약 50일 남았다는 것이 꼭 꿈만 같습니다.
눈 뜨고 일어나면 중학생 시절로 돌아가 교복을 입고, 등교하고, 이 성적이면 외고는 꿈도 못 꾼다는 담임의 말을 들으며 우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것만 같거든요.
아니면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한다고 잔뜩 신이 나서 교복을 맞추고, 신발과 가방을 새로 사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뭘 했다고 벌써 10대의 끝을 마주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모든 사람은 어떠한 선택을 해도 실패 혹은 좌절, 또는 후회한다는 말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 한 소절의 글귀를 봤을 때 사실 그것만큼 맞는 소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보다 한 살 많은 사촌이 공부를 그렇게 잘했는데 외고 진학에 실패했을 때, 그때만큼 충격이 컸던 일이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 나는 저 사람보다 잘난 것이 하나 없는데 외고에 진학할 수 있을까?
내가 외국어를 한다고 해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런 여러 가지 생각들 때문에 머리가 참 복잡했던 16살 겨울에도…….
외고에 지원해서 합격했을 때, 그 기뻤던 기분도 잠시 내가 해낼 수 있겠느냐는 고민에 밤새 잠을 설쳤던 17살 겨울에도…….
막상 공부를 열심히 해서 외고에 진학한 후에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18살 봄에도…….
뒤늦은 후회로 가득했지만 새로운 출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예체능 계열로 다시 돌아왔던 19살 여름에도…….
무엇인가를 선택했던 그 순간만큼은 후회라는 단어 없이 가장 소중한 가치를 찾아가겠다고 다짐을 하고는 했던 것 같습니다.
실기가 며칠 안 남은 지금에야 그냥 외국어 관련으로 안전빵 대학 하나 넣어둘 걸 하고 또 후회하는 걸 보면 정말 모든 것은 선택과 후회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보면서 얘는 무슨 소리를 하고 싶어서 이런 말들을 하나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신이 선택한 모든 것이 언젠가는 후회가 되어 삶의 무게를 가중시킬지도 모릅니다.
수험생.
마지막이면서도 시작인 그 단어 하나로 당신이 얼마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지 눈 앞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저는 지금 당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후회가 된다면 지금 당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안전한 것과 불안전한 것.
당신의 선택이 어떤 것일지는 잘 모르겠으나 뭐든 결국 후회를 하게 된다면 불안전할지라도 당신이 하고 싶었던 당신의 꿈을 펼쳐나가길 바랍니다.
좋은 대학, 좋은 과, 좋은 선배들.
그 기준이 참으로 모호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에게는 이름있는 대학이 그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도 있겠고,
또 어떤 분에게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배우는 것이 그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있겠죠.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존재합니다.
남들과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당신은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51일 남은 이 순간.
이 순간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수능 날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안 했으니 지금 시작해도 변할 건 없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지금이라도 시작한다면 평소보다는 다섯 문제 정도 더 풀 수 있지 않을까요.
수능시험이 필요 없는 수시 올클인 형제·자매님께서도 아예 손 놓고 있으면 안 되는 거 아시죠? :-)
많이 사랑하는 나의 형제·자매님들.
지금까지 수고하셨던 것처럼 조금만 더 노력하도록 합시다.
당신의 영원한 교회 형 올림.
*) 원래 수고라는 말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쓰는 말인데 뭐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다 가장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되어 사용했습니다.
당신은 나의 아랫사람이 아니라는 점.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
**) 내년 봄에 벚꽃 놀이 보러 가자는 의미로 BGM은 봄, 벚꽃, 그리고 너를 넣었습니다! 배경도 핑크핑크한 벚꽃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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