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자꾸 따라와."
가로등 불빛이 금방이라도 꺼질 듯 깜빡거렸다. 그 밑에 모인 나방들도 불빛 아래가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주위를 맴돌 뿐이었다.
달칵달칵-
라이터 소리였다.
" 학교에서부터 따라붙었어? 내가 여자애도 아니고 니가 스토커냐."
백현은 대답이 없는 상대가 있을 쪽을 한참 바라보다 지체되는 시간이 아까워 서둘러 가파른 계단을 오르려 몸을 돌렸다.
" 뒷모습이 하도 예쁘길래 여잔 줄 알았지."
종인은 가무잡잡한 입술에 하얀 담배를 물곤 골목 귀퉁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긴 다리로 빠르게 백현의 앞까지 다가왔다.
" 그리고 나 너 따라온 거 아닌데. 우리 집도 저기거든."
긴 손가락을 쭉 펼쳐 보이며 어두워 끝이 보이지 않는 길가를 가리킨 종인은 백현을 한 번 바라보곤 가방을 고쳐 매 앞서 나갔다.
" 이웃사촌이네."
지랄하네- 입 밖으로 꺼내고 싶었지만 백현은 속으로만 그 말을 곱씹으며 혼자 오해한 게 멋쩍은 듯 볼을 긁적거리다 종인의 뒤를 따랐다.
" 언제부터 살았는데. 난 등교하면서 너 한 번도 못 봤는데. 집에 올 때도 그렇고."
" 넌 항상 정각에 나오고 난 10분에 나오니까. 난 너 많이 봤는데, 뒷모습."
대충 고개를 끄덕거렸다. 더 말을 잇고 싶지 않기도 했었지만 종인이 발걸음을 멈췄기 때문이다.
" 우리집."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제 집보다 더 낡고 볼품없는 집이었다. 종인은 조심히 가라, 라며 손을 한 번 흔들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잘 사는 줄 알았더니. 백현은 남은 가로등이 꺼지기 전에 서둘러 골목을 올라갔다.
-
-끅...끄윽...히익, 아!!
방에서 흘러나오는 기괴한 신음에 낮게 욕을 읊조린 종인은 저만의 공간에 들어가 들은 것이 없어 가벼운 가방을 벗어던져 구석에 쳐 박아 넣곤
불투명한 유리로 되어있는 안방문을 세게 열었다.
" 씨발, 또 그 짓이야. 어? 지겹지도 않아?"
전보다 냄새가 더 진해졌다. 약에도 면역력이라는 게 존재하는 건가. 더 독하고 새로운 것이 없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그런,
" 으, 끅... 우,리 아들, 왔어?"
저 정신머리에도 지 아들은 알아본다고 손을 뻗어 오는 모양새가 웃겼다. 종인은 문지방에 걸터 서 방을 한 번 훑어보다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모형 주사들을 발견하곤 그것들을 주워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 이번엔 또 얼마나 넣으셨어. 이러다 그 새끼들 찾아오면 어떡할 거냐고!!!"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크게 소리친 종인은 가스버너를 발로 차버리며 주저앉아
원피스를 가슴께로 올린 채 다리에 경련을 일으키며 히죽히죽 웃고 있는 제 엄마를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 흐... 으억, 좋아, 허."
"... 이렇게 살바엔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종인은 몸을 엎드린 채 너무 말라버려 뼈가 듬성듬성 튀어나온 제 엄마의 손을 꼬옥 쥐어잡곤 중얼거렸다. 이대로, 죽어버리고만 싶다고.
(짧은 떡씬을 쓰고 싶어서 급전개를 했는데 얘기가 완전 망가져서 구독룍 없앴어요ㅠㅠ 이상해도 그냥 스토리상 봐주세요ㅠㅠ 섹스까지 가려면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일부러 두 편으로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