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인은 모두가 잠든, 새벽 두시. 조용히 집을 나섰다. 부모님은 결혼 기념일 여행에 가셨고, 누나들은 친구집에서 지금쯤 술판을 벌이고 꽐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종인은 지갑과, 휴대폰.덧 입을 옷가지 몇개를 가방에 넣고는 아직은 찬 공기의 까만 허공속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할 일은 없었다. 그저 걷는 것 뿐이었다. 드문드문 24시간 편의점이나 야식집의 간판, 배달부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종인은 어느날 생각했다. 가출을 해볼까, 하고. 종인은 꽤나 착실한 모범생이었기 때문에, 굳이 학교를 빠진다거나 하며 가출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다고 친구집에서 어물쩡하게 묵을 생각도 없었지만. 마침 종인의 부모님과 누나들이 부재했고, 종인은 그 기회를 이용 했을 뿐이었다.
종인은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강가에 놓여져 있는 벤치의 먼지를 한 번 툭툭 털고는 털썩 주저 앉았다. 새벽 공기가 쌀쌀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벤치를 비추고 있는 가로등 하나와 그 불빛이 번져나가며 반짝거리는 강물 그 곳에서 소년을 만났다.
"마셔."
종인은 멀뚱히 제 앞에 내밀어진 캔맥주를 바라보았다. 뭐해, 안 받고? 팔떨어지겠다. 약간은 짜증스러운 재촉에 종인은 어어..하는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며 맥주를 받아들었다. 종인이 맥주를 받아들자 마자 당연하다는 듯 그 소년은 종인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제 몫의 맥주캔을 따 들이켰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그 일련의 행동에 종인은 멍하니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그런 종인의 눈길을 눈치 챘는지 종인을 휙 돌아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 물음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들려서 종인은 조금 웃었다.
"왜 안마셔?"
"..."
"뭐야, 왜 웃냐."
"...나 못 마시는데."
"사내새끼가."
종인은 가만히 눈을 내리깔고 맥주캔만 바라보았다. 부모님이 주시는 한 두잔 정도는 받아 마셔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다른 누군가에 의해 마셔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소년은 다시 한 번 맥주를 들이켰다. 재촉하지 않고 새벽을 가로지르는 옅은 바람처럼 그렇게 두 사람의 시간은 지나갔다. 종인은 이내 맥주캔을 따고 크게 한 모금을 마셨다. 으..이상해.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이 웃겼는지 소년은 키득대며 웃었다.
"너 가출했지."
"..어."
"왜? 부모님이 용돈 안 주시냐?"
"그냥."
"..."
"사는게 존나 지루해서."
소년은 다시 한 번 웃었다. 이번에는 조용한 웃음이었다. 종인은 다시 한 번 더 맥주를 들이켰다. 쓰다.
"..너는?"
"뭐가?"
"너도 가출 한 거잖아."
"나는..."
"..."
"여기가 내 집인데."
뜸들이던 소년의 말이 허무하게 마무리 되자 종인은 바람빠지듯 힘 없이 웃었다. 야, 뻥 치지 말고. 뻥 아닌데? 영양가 없는 대화들이 오가고 저 멀리 아지랑이부터 푸릇한 기운이 올라올 즈음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이름은 세훈이야, 오세훈."
"..나는 김종인."
"김종인.. 그래."
두 소년은 마주보며 웃었다. 두 사람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세훈이 휘적휘적 강가의 공원을 빠져나갈때까지 종인은 벤치에 앉아있었다. 세훈의 모습이 모두 사라지고나서야 종인은 몸을 일으켜 집으로 돌아갔다. 집은 여전히 아무도 없었고, 종인은 만족했다. 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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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공부하다 가출하고 싶은 제 마음을 담은 즉석 글이라 고자고자 하지만 재밌게 읽...고...가주셨음 좋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편에서는 뗚도 나와야 세종섹쇼행쇼진리겠죠 흐흐흐흫ㅎㅎ흐 그럼 저는 이만 다시 공부하러 갑니다 ㅠㅠ...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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