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정택운] 뮤지컬 그들. 그리고 별빛 : 나의 하이드_ 하나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4/7/4/474777c7585248b747dc7d5496c93c09.png)
우연히 택운을 카페에서 만났다. 혼자 있는 그에게 다가가 정말 오랜만이다, 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까닥거렸다.
한 3년 만으로 기억한다. 택운은 여전히 멋있고 개성 있는 사람이었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조금 더 성숙해지고 남자다워졌다는 것.
3년 전, 나 없인 아무에게도 못 다가가는 그 겁쟁이는 더 이상 내가 아는 택운이가 아니었다.
"별빛 선배. 난 가끔 그때가 그리워요. 같이 연습하던 그때가."
"나도 그래."
풋풋하고 생기 있던, 자유롭게 노래 부르고 연기하던 정택운은 이젠 성인이 되어있었다.
열여덟이었던 학창시절의 정택운은 어엿한 남자로 변해 나에게 당당히 손을 내밀고 있었다.
3년 전 하나가 되어 숨결을 내뱉었던 그때가 벌써 아련하게 흩어져 가고 있었다.
/3년 전.
아이스크림 같은 사람. 그는 달콤했고, 하얀 피부는 사르르 녹았으며 늘 새로운 맛을 자아냈다.
사람마다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다지만 택운이는 조금 특별했다. 사람과 친해지는 시간도 느렸고 친화력도 부족했다.
또한 다가오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낯설어했다. 그래서 모두들 한 발짝 물러나 그를 작품 감상하듯 구경하곤 했다.
잘빠진 몸을 감싸는 조금 헐렁한 니트는 어깨를 부각시켰고 아무거나 걸친듯한 바지도 긴 다리를 자신 있게 드러냈다.
차가운 그에게 다들 다가가기 무서워하고 있을 때 나는 달랐다. 접근하기위해 택운이 들어가 있는 뮤지컬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애를 썻다.
연기와 노래는 젬병인 평범한 내가 연기하는 아이들을 제치고 당당히 오디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별빛. 네가 무슨 뮤지컬이야, 하며 나를 무시하는 뮤지컬과 3학년들에게 자신 있게 외쳤다.
"날 합격 시켜준다면 최고의 시나리오를 써 줄게요."
대체 어디서 나온 패기였을까. 아마 나를 조용히 지켜보던 오디션장에 있던 택운의 눈빛에 혼미해서였을 것이다.
택운은 누군가의 귀에 소근 거렸다. 무슨 이야기였을까.
들리지도 않는 그 소리를 듣겠다고 귀를 쫑긋 세우려고 아둥바둥대는 찰라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누군가가 벌떡 일어나 손뼉을 쳤다.
"반가워요 선배. 그 발언 정말 마음에 듭니다. 이제 우리도 우리만의 작품을 만들 때가 왔거든요."
"작품?"
"네. 최고의 시나리오를 써주세요. 기대할게요."
그는 생기있게 웃었다. 약간 어두운 피부색을 가지고 있는 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이름표를 보자 흔하지 않은 이름 석자가 새겨져있었다.
'차학연'.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졸업하는 작년 선배들이 3학년이 아니라 2학년에게 리더 자리를 맡겼다는 건 이미 전설 아닌 전설.
3학년들이 학연에게 꼼짝 못한다는 것이 사실이었는지 학연이 내가 맘에 든다고 나서자 날 비웃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버렸다.
학연이 밝게 웃으며 동아리 사람들에게 박수를 유도했다.
자, 이제부터 우리 동아리 담당 작가 별빛 선배이십니다! 동아리실에 있던 사람들은 마지못해 짝짝짝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조용한 무용실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메아리쳐 다시 돌아왔다. 해맑게 웃는 학연의 웃음에 나도 덩달아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나는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VIXX라는 뮤지컬 동아리에 들어오게 되었다.
/
"난 처음부터 다 기억해요. 선배가 우리 동아리에 들어왔던 처음 그날."
"그만해. 나 진짜 쪽팔린다고. 최고의 시나리오는 무슨, 지금 생각하면 딱 고삼 병 걸려서 아무 말이나 내뱉은 거야."
너 때문에. 물론 이 말은 삼켰다.
"선배, 나 부탁할 것이 있어요."
"뭔데?"
택운은 눈을 반짝였다. 뜸을 들이는 모양새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정적을 못 참고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그는 재촉하지 말라며 작게 웃더니 입을 때었다.
"우리를 위해서 두 번째 시나리오를 써줘요."
"뭐?"
"3년 전에 완성했던 '나의 지킬'과 같이…."
"…우리 빅스를 위해서 두 번째 최고의 시나리오를 써줘요."
생각지도 못 했던 터라 커피가 담겨있는 머그잔을 잡은 손이 가느다랗게 떨렸다.
우연히 만나 내가 다가갔던 이 만남에 택운은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추억을 꺼내더니 덥석 시나리오를 부탁했다.
난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싫어. 너도 알잖아. '나의 지킬'은 내 첫 작품이 자 마지막 작품이라는걸. 그냥 인사만 건네려고 왔는데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설마 너 그 일을 잊은 거 아니지?"
"학연이도 홍빈이도 그날의 잘못을 기억하고 있어요.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거예요. 다만.. 상혁이와 원식이를 찾아야 해요."
"나한테 말하지 마. 너네 친구관계에 날 포함시키지 마."
".. 친구관계가 아니에요."
택운이는 화난 목소리였다. 격양된 내 목소리와 맞물린 그의 목소리는 낮게 카페를 울렸다.
"우린 같은 팀이었어요. 별빛 선배와 나. 그리고 다섯 명. 빅스."
나, 너, 우리. 그 말이 공허한 가슴을 울렸다.
무언가 꽉 막혀버린 느낌. 답답한 마음에 숨이 턱 막혀왔다.
"누나는 빅스를 벗어날 수 없을 거예요."
마지막 말을 듣자마자 망치에 한대 맞은 듯이 멍해져왔다. 급히 가방을 챙기고 일어났다.
벌떡 일어나자 끼이익 의자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밀려났다.
"항상 기억에서 잊지 않았잖아요."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 했다. 잘생긴 그 얼굴이, 아직도 날 미치게 하는 그 눈빛이 내 가슴을 파고들고 있었다.
하지만 3년 전 그 사건을 꺼낸 건 순전히 택운이의 잘못이었다.
나는 그 사건을 잊지 못할 것이다.
견고했던 우리의 성이 무너졌던, 내가 다시 펜을 잡지 못하게 된 그 사건은 나에게 아픔으로 남아있었다.
그날 나는.. 다시는 시나리오를 쓸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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