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949485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사향 전체글ll조회 1251


허준 OST - 사향
(BGM과 함께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글은 MBC드라마 '제왕의 딸, 수백향' 에서 일부 설정을 차용했음을 알립니다.







*






"천신, 미천한 몸으로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고개를 들라."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여인을 향한 황제의 목소리가 궁 내를 메웠다. 황제의 얼굴에는 만연한 웃음이 수 놓여 있었고, 목소리에서 역시 다정함이 담뿍 흘러내렸다. 양 옆으로 고개를 조아린 신하들을 대하는 그것과는 다른, 황제의 따스한 시선이 여전히 숙여진 여인의 머리칼에 닿았다.


"고개를 들래도, 어찌 그리 죄인 처럼 있는 것인고. 내 너에게 상을 내리려 불렀거늘."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이어진 황제의 말에 여인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올렸고, 말갛고 하얀 얼굴이 서서히 그 모습을 보였다. 수려하고도 화려한 여인의 낯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듯 하여 궐 내 신하들의 눈 또한 모두 여인에게 모여있었다. 이윽고 시선이 주목된 새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여인이 입술을 달싹이자, 그의 용모 만큼이나 맑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상이라니, 그저 과분하신 말씀입니다."
"어찌 그리 생각하느냐? 네가 큰 공을 세운것을 내 익히 아는데."


이어진 여인의 짤막한 대답에 황제가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나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이냐. 황제의 물음에 여인이 묘연히 흔들리는 눈동자를 빛내며 또박 또박 말을 이어갔다.


"송구하오나, 폐하. 부모를 섬기는 것은 자식의 도리이니 그것이 어찌 상을 받을 일이며, 지아비를 섬기는 것이 여인의 도리이니 그것이 어찌 칭찬 받을 일이겠나이까."


더불어 나라와 군주를 섬기는 것 역시 신하의 도리이니, 그 역시 상을 받을 만한 일은 아니옵니다. 한 자 한 자 제 뜻을 전한 여인이 웃어보였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황제 또한 함께 웃어보였다.


"허허, 참으로 맞는 말이로구나. 그렇다면 너는 내가 무엇을 했으면 좋겠는고?"


여인의 지혜의 끝이 어딘지가 못내 궁금했는지 황제가 물음 가득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고, 여인이 다시 조그마한 입술을 뗐다.


"폐하께서는 지금과 같이 여민동락 (與民同樂, 임금과 왕이 함께 즐기다) 하시어, 천년 만년 태평성대를 누리시면 되나이다."


주저하지 않고 답하는 여인의 말에 자리 하던 모든 이가 속으로 탄성을 내며 미소지었고, 얼굴을 붉히며 따라 입꼬리에 웃음을 거는 여인이었다.


"그래, 그렇지. 듣던 대로 참으로 총명하구나."
"과찬이십니다, 폐하."


다시 고개를 숙인 여인이 고운 입을 열었고, 옅게 보이는 꽃다운 얼굴선에 궐 안에 있던 한 남자가 덩달아 얼굴을 붉혔다.


"그럼, 이만 가보거라."


내 너를 조만간 다시 부를 터이니. 뒷말을 입 속으로 조용히 접어 넣은 황제가 여인을 돌려보냈고, 이어 여인이 고운 자태로 자취를 감추었다.


화용월태(花容月態).

꽃다운 얼굴과 달 같은 자태라 하였던가. 저 아이에게 꼭 맞는 말이로구나, 하고 생각한 황제였다.




*



[EXO/종대찬열민석종인세훈] 만인의 꽃, 수백향 00 (부제 :胡蝶夢) | 인스티즈




*





"컷트!"

아주 좋았어요! 함박 웃음을 지으며 만족스럽게 커트를 외치는 촬영감독의 목소리가 촬영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렸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컷 소리가 들리자 마자 조금 전 고운 자태로 궐을 나섰던 여인이 예쁘게 인사를 하며 촬영장 내를 돌아다니는 모습에, 신하들이 아닌 스텝들의 얼굴에 웃음 꽃이 활짝 피었다. 

요즈음 젊은 여배우들 답지 않게 참 싹싹하고 예뻐. 작은 발을 총총거리며 돌아다니는 여자의 뒷 모습을 보며 감독을 비롯한 여러 명의 스텝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인정 받는 곳은 비단 촬영장 내 뿐만이 아니었다. 언론에서는 뛰어난 외모 만큼 성품도 고운것이 극 속 '설희' 와 꼭 닮았다며 그녀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했고, 하다 못해 드라마를 꼭 챙겨보시는 우리 할머니마저 며늘아기 삼고 싶은 예쁜 처자라고 부르셨다.


와, 예쁘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나 역시 든 생각이었다.




.
.
.




..진짜 개 이뻐. 게다가 착해. 아직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이유비님의 뒷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유비언니를 쫓아가서,

언니!!! 존나 예뻐요!! 나 언니 여덕이란 말이야!!!

하며 사인이라도 해달라고 조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촬영장 내에서 그랬다가는 내 돈줄 뿐만 아니라 유비를 둘러싼 강한 친구들에 의해 목숨줄이 위태해질 것만 같아 금방 그 생각을 접고는 다시 유비 여신님의 뒷 모습에 집중했다.

한 걸음 뗄 때마다 나풀거리는 옷을 입은 유비는, 옷이 화려하지 않음에도 말 그대로 선녀 같았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여자인 나 조차 떡 벌어진 입에서 탄성이 나올 지경이었으니. 더불어서 뒷 모습에서도 광채가 난다는 말이 딱 이 때 사용하는 표현이구나, 하고 알게된 참이였다.


"다들 다음 씬 준비할게요."


넋을 놓고 유비를 쳐다보다가 끝내 막내 스텝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고, 우렁차게 답을 하며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그제야 유비가 입은 예쁜 한복이 아닌 내가 입은 주막집 유모같은 옷이 눈에 띄었고, 내가 입은 옷은 그에 비해서는 수수하다 못해 후줄근해 보이기까지 했다. 


지나치게 넓어 이상하게 펄럭거리는 소매가 내 몸을 스치는 순간, 갑작스레 서러움이 치밀었다.


지금 내가 맡은 배역은 평소 롤모델과도 같았던 유비 언니를 잠깐이라도 만나기 위해 알바천국까지 돌아가며 어렵게 구한 '엑스트라 18 : 궁녀의 심부름꾼' 자리였다. 의지의 한국인, 의지의 빠순이랬던가. 그 배역을 따낸 나는 결국 이렇게 유비 언니를 만났지만,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한 여배우의 여덕이기 이전에, 나 역시 배우 지망생이였다는 것을 까맣게 잊은 탓일까.
 
아니, 어쩌면 애써 잊으려고 노력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내 처지가 너무 불쌍했다. 아무리 언니라도 고작 몇 살 차인데 누구는 세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여배우고, 나는 같은 꿈을 꾸고 있는데도 빠순이나 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 비참하니까.


그래도 애써 그런 생각은 떨치고, 여신 같은 유비 언니 보면서 힐링이나 하자! 하고 마음 먹었는데. 결국 이렇게 이상한 핀트에서 서러움이 막 치밀어 올라버리고 말았다.


"저기, 저 잠시만 어디에 좀 다녀올게요."


막내 스텝을 찾으려고 한참을 눈을 굴렸지만, 결국 스텝은 찾지 못하고 내 옆의 엑스트라 17 에게 짧게 말을 남기곤 촬영장을 뛰쳐 나왔다. 한참을 뛰어서 사람들이 많은 곳을 벗어나자 거짓말 같이 참았던 눈물이 뚝뚝 떨어졌고, 곧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누구보다 추하게 울기 시작했다.


"흐어엉엉, 흐읍,"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씨발!"


급기야 소리까지 내지르면서 짐승같은 포효를 했고, 한참을 그렇게 우니 기분이 좀 풀리는 듯 했다. 


"그래. 나도 성공할거다. 유비 언니랑 같은 작품에서 연기할거야! 이렇게 엑스트라 같은 거 말고 주연으로, 씨발!"


근거 없는 자신감 가득한 말을 내뿜고는, 한복 소매로 눈물을 박박 닦아냈다. 미친. 지금 이거 찍히기라도 하면 내 배우인생 망하는데.그렇게 울고 나서야 마음이 좀 진정되는지 쓸 데 없는 생각이 들어 픽 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울어서 될 일이 아니잖아. 이럴 시간에 연습이라도 더 해야지.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현자타임을 겪다보니, 우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던 현실이 그제야 다시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는 아직 한낱 엑스트라일 뿐이고, 지금 나는 주제에 땡땡이를 치고 있다는 것.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입이 떡 벌어졌다. 나는 미친년이 분명하다. 어떻게 얻은 배역인데, 미쳤다고 거길 뛰쳐나와. 
이제라도 어서 돌아가야겠다 싶어 내 머리를 쿵쿵 치며 황급히 몸을 일으킨 순간,


"여기서 뭐 하시는 거에요!"


내 눈이 마주한 것은 내게 성질을 내고 있는 웬 남자였다. 




*




[EXO/종대찬열민석종인세훈] 만인의 꽃, 수백향 00 (부제 :胡蝶夢) | 인스티즈

[EXO/종대찬열민석종인세훈] 만인의 꽃, 수백향 00 (부제 :胡蝶夢) | 인스티즈




*


"어, 저기, 그게."


엑스트라 주제에 촬영장에서 도망쳐 나온 것을 들켰다는 사실에 잔뜩 쫀 내가 스텝으로 보이는 남자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지만, 내 말을 못 들은 건지, 아님 못 들은 체 하는건지. 한참이 지나도 남자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뭐 저딴 놈이 다 있냐. 씩씩 거리며 조용히 남자의 뒷통수에 따가운 시선을 내다 꽃았다.

근데, 저런 잘생긴 스텝을 내가 못 봤을리가 없는데. 아까 나한테 화낼 때 얼굴을 봤는데, 분명 본 적이 없는 얼굴이였다. 게다가 존나게 잘생겼으니 내가 기억 못 할리도 없을 거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여전히 앞만 보고 있는 남자를 쫄레 쫄레 따라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야. 갑자기 저런 훈남이 어디서 튀어나왔지.


"나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궁금해요?"


와, 씨발. 깜짝이야. 남자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말을 걸어 왔다. 혹시 저 남자, 독심술 할 줄 아나. 하는 생각으로 남자의 눈을 빤히 쳐다봤지만, 다행스레 그냥 다시 봐도 잘생겼을 뿐 초능력 따위는 없어보였다. 끄덕 끄덕.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고, 그 모습에 남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안 알려 줄건데."


남자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내 썩은 표정을 보고는 지 혼자 멈춰서서 막 웃기 시작했다. 아, 그냥 또라이 새낀가. 아직도 낄낄대며 웃는 남자를 보며 얼굴을 더 굳히고는 묵묵히 남자가 가는 길을 따라갔다. 기분도 안 좋은데, 상대를 말자. 하면서.


"나 또라이 아니에요."


이렇게 잘 생긴 또라이 봤어요? 하고 남자가 나에게 생글 생글 웃어보였다.


"혹시,"


독심술 할 줄 알아요? 아니면 초능력 같은게 있으신가? 하고 간절히 묻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나까지 더불어 쌍또라이가 될 것 같아 급히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것도 아녜요."


내가 말하자 남자가 김이 빠진다는 듯 어깨를 으쓱 하더니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재촉했고, 또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막 걷기 시작했다. 걸음 한번 존나게 빠르네. 다리가 길어서 그런가.


"그런데 지금 어디가는 거에요? 전 뭐 하면 되는거죠?"


한참을 그렇게 말 없이 걷기만 하다가, 남자의 뒷통수에 대고 말을 걸었다. 아까 내가 촬영장에서 뛰쳐나오는데 걸린 것 보다 시간이 한참은 더 지난 것 같은 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또 하나의 이유는 심심해서 였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남자가 또 답이 없다. 역시 젊은 나이에 윗사람이 되면 싸가지가 없어지나.


"아까 주연 되고싶다고 속으로 빌었죠?"


그것도 질질 짜면서. 남자의 말에 입을 떡 벌렸다. 이 남자 진짜 뭔가 있나봐. 혹시.... 무당인가.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빛내며 남자에게 눈을 맞추자, 남자가 다시 씩 웃어보였다.


"주인공 되러 가잖아요."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지금 누구 속 긁나. 하고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뭘 아는건지 막 뱉어본건지 내 상황을 맞췄긴 했지만, 주인공이 된다니. 웃기고 자빠졌네.

다행히 이번에는 남자가 내 생각을 못 읽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덕분에 잠시 동안 신발이 바닥에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만이 들렸다.


"다 왔네요."


어디에 가는지를 아는 것은 체념한 후, 고개를 푹 숙이고 발만 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무슨 꽃집 같은 곳에 도착해있었다. 이곳 저곳에 형형 색색의 꽃이 잔뜩 피어있었고, 꽂 내음이 그 안에 가득했다.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자, 그 광경이 너무 예뻐 잠시 잊고 있었던 남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마음에 드나보네요?"


네. 정말 예뻐요. 여전히 꽃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답하자 남자가 키득 키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저렇게 기분 나쁘게 웃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쳐 남자 쪽으로 내 몸을 휙 돌렸다.


"..여기서 거의 살아야 할텐데, 다행이네."


분명, 남자가 내 쪽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니, 내가 왜 여기서 살아요? 촬영이 그렇게 오래 걸려요?"
"네? 저 아무말 안했는데여?"


이유가 있어서 혼잣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묻지 않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이 궁금증과 어이없음을 참을 수가 없어 남자에게 물었다. 내가 여기서 산다니. 
근데, 돌아오는 대답은 더 어이가 없다. 아무말 안 하기는 무슨. 분명 내가 중얼거리는 걸 들었는데. 

잔뜩 골이나서는, 아무리 엑스트라여도 그렇지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니에요? 하고 남자에게 따지듯 묻자 남자가 이번에는 입까지 틀어 막고 막 웃어댔다.


"저기, 아까부터 계속 기분나쁘게 왜 웃기만 해요?"
"그 쪽이 웃긴 짓만 골라서 하잖아요."


웃음을 뚝 그친 남자가 얼굴을 무섭게 굳히고는 답했고, 무표정이 되자 한층 날카로워진 인상에 잔뜩 쫄아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제길, 내가 인상으로 지다니. 나도 나름 한 인상 하는데.


"뭐, 그래서 걱정은 안 되긴 한다."


입을 삐죽 내밀고 있자, 남자가 다시 굳은 얼굴을 풀며 말을 걸어왔다. 다행히 화난건 아니였나보다. 근데 문제는, 분명 한국어인데. 아까부터 저 남자가 하는 말을 당최 알아먹을 수가 없다. 여기서 산다느니, 웃긴 짓만 하는데 걱정은 안 된다느니. 나보고 하는 말은 맞나 싶어 얼굴을 확 찌푸렸다. 그보다 왜 자꾸 반말이야. 나보다 어려보이는게. 그렇게 생각하며 남자를 열심히 야리고 있는데, 남자가 갑자기 씩 웃더니 어디론가 걸어간다.


그리고는 저 구석에서 웬 꽃을 따와서, 내 머리에 슥 꽂아준다.


..지금 나보고 미친년이라는건가. 아니 그보다 여기 있는 꽃 막 따도 되는 건가, 소품일텐데. 뭐하는 짓인지 싶어 구겨진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가 몸을 숙여 내 앞으로 제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내 이름은 오세훈이에요."


알아두는게 좋을 걸요. 손가락으로 내 머리에 꽂힌 꽃을 두어번 건드리더니 슥 웃어보인다. 

..이게 웬 아니땐 심장에 핥어택이람. 좀 또라인것 같지만 잘생긴 남자, 아니 세훈의 가까워진 얼굴을 보며 넋을 놓고 있자 세훈이 다시 내게서 한 발 물러섰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반대 쪽 손에 있던 꽃 한송이를 내 코 앞에 들이민다. 내 머리에 꽂혀진 꽃과 같은 종류의 꽃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꽃. 아니 근데, 이게 뭐하는 시츄에이션이지. 설마 지금 나 꼬시는건가?


"꼬시는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이 꽃 향기좀 맡아 봐요."


또 내 속을 읽은건가. 얼굴이 빨개지는 나를 보고 세훈이 턱짓을 했다. 망상 관두고 얼른 꽃 향기나 맡아보라는 의미인 듯 했다. 아 시발, 쪽팔려. 차오르는 민망함에 세훈을 한 번 쳐다보고는 내 코앞에 있는 꽃향기를 맡았다.


향긋한 꽃내음에 머리가 어질해 왔다. 맡아보라는 이유가 있었네. 처음 보는 꽃에 처음 맡아보는 황홀한 향내였다. 

뭔 놈의 꽃이.. 이렇게 향기가...


....치명적이냐.


"다시 만났을 때는, 웃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점점 진해지는 꽃 내음, 희미해지는 정신 속 마지막으로 들려온 것은 세훈의 목소리였다.




*



[EXO/종대찬열민석종인세훈] 만인의 꽃, 수백향 00 (부제 :胡蝶夢) | 인스티즈 [EXO/종대찬열민석종인세훈] 만인의 꽃, 수백향 00 (부제 :胡蝶夢) | 인스티즈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종대찬열민석종인세훈] 만인의 꽃, 수백향 00 (부제 :胡蝶夢)  7
11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사극 매우 좋아요ㅠㅠ작가님 너무 재밌어요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헐 우와우와 기대되요 뭔가ㅠㅠㅠㅠ 실은 드라마 수백향 애청자였던 사람이라 움찔하면서 들어왔는데 엄청 기대되네요!!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우오ㅡ 그 드라마 안봤지만 꿀잼일듯ㅇㅇ 신일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5
뭐죠 이 대박스멜은...? 신알신할께요!!!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6
아 대박이다 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 갈께요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7
오 대박 진짜 재밋어요 !!!신알신하고가용!!!!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피어있길바라] 천천히 걷자, 우리 속도에 맞게2
10.22 11: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존재할까
10.14 10: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쉴 땐 쉬자, 생각 없이 쉬자
10.01 16:56 l 작가재민
개미
09.23 12:19
[피어있길바라] 죽기 살기로 희망적이기3
09.19 13:16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09.08 12:13 l 작가재민
너의 여름 _ Episode 1 [BL 웹드라마]5
08.27 20:07 l Tender
[피어있길바라] 마음이 편할 때까지, 평안해질 때까지
07.27 16: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 같은 마음에게78
07.24 12:2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자2
07.21 15:4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은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야1
07.14 22: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이 필요하면 사랑을2
06.30 14:1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