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김종인
‘아 저… 종인이 핸드폰 아닌가요?’
‘맞는데요. 누구세요?’
‘그냥 종인이보고 도경수라고 해주세요…’
‘오빠! 종인오빠! 도경수? 라는사람이 찾아! .. 그냥 끊어’
뚝뚝 끊긴 소리를 듣고 경수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한두번이 아니니까 참자, 참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녹아 없어질듯한 마음에 새겼다. 정말 김종인을 끊어버리고싶은 경수였다. 자신도 모르게 눈이 스르르 감겨버린 경수는 새벽 5시경에 종인이 도어락을 여는 소리에 깼다. 새벽이지만 종인을 맞이하기 위해 나간 경수는 종인과 눈이 마주치자 올렸던 입꼬리를 슬쩍 내렸다. 종인은 경수를 잠시 쳐다보는가 싶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경수는 종인을 뒤따라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 종인에게 말했다.
“종인아 이제 일찍일찍 들어오자 응?”
“… …”
“피곤하지? 샤워먼저 해”
“도경수.”
“응?”
“나 사랑해?”
“… 당연하지”
“그럼 됬어”
갑자기 물어보는 종인때문에 경수는 무척이나 당황했다. 평소에는 대답도 안해주고 그러더니 무슨 바람이 들어 저렇게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종인은 정말 경수의 말대로 샤워를 할려는지 옷가지들을 가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들어가고 남은 옷들을 정리하는데 바지속에서 튀어나온 핸드폰에 주춤했다. 사람의 호기심은 끝도없다더니 경수는 홀드를 열었다. 기본테마의 핸드폰에 문자가 와있었다. 연주, 송현, 현지… 끝도 없다.
《도경수인가 걔말고 나랑살자니까? -04:48 현지》
《알아서할테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걘 알아서나갈꺼야 -04:49》
《진짜? 아 빨리좀 나가지ㅡㅡ 눈치가 없냐.. -04:49 현지》
《아님 내가먼저나가지뭐 근데 얘 나없이안될껄? -04:50》
《나는!!!!! 나도 오빠없이 안된다고!! 그렇게 소중한것도 아니면서 -04:51 현지》
도저히 못읽겠다…. 울상인 경수는 뒤는 정말 못볼꺼 같아서 핸드폰을 종인의 책상에 가지런히 올려놨다. 그리고 느꼈다. 도경수는 정말로 눈치가 없구나. 김종인의 마음도 몰라주는 구나. 종인이 다시 회사에 나갈때 자신은 짐을 싸야되겠다고 느꼈다. 경수는 꽤 빠르게 아침을 하고 일곱시가 될때쯤 종인을 깨웠다. ‘종인아 일어나자 회사가야지’ 종인은 경수의 어깨에 팔을 걸친 체 식탁에 앉았다. 경수는 눈을 마주칠 용기가 나지않아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갈려자 종인이 말한다. ‘도경수 어디가 앉아있어’ 마지막인데 이까짓이 뭐라고 울며겨자먹기로 앉아있었다. 종인이 옷을 갈아입고 나갈채비를 다하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자 경수가 말했다.
“종인아- 뽀뽀”
“… …”
“… …”
“나중에- 나중에 해줄께 지금 빨리가야되서 미안”
그래 끝까지 속썩여라. 그래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살짝 가벼워진 마음으로 경수는 청소를 했다.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까 울고싶어졌다. 그냥 쳐다만 보고있었는데 눈물이 뚝뚝흘렀다. 같이 양치도하고 종인의 방에서 같이 잠도자고 쇼파에 서로 허벅지에 누워 영화도 보고 주말되면 장보고와서 요리도 했다. 커플 슬리퍼는 종인이 아직까지 신고있다. 커텐색도 내가 맞춘건데. 영화를 자주보는 우리둘은 디비디 모아서 진열도 해놨다. 거실에 있는 계단때문에 자주넘어지는 나때문에 카펫도 깔아놨다. 종인이는 기억못하겠지. 카펫도 물론 돌돌말아 버렸다. 화장실에도 내 모든것을 버렸다. 내가 쓰던 수건. 양치컵, 라벤더향좋아서 마트에서 지른 오일도 전부 버렸다. 냉장고에 붙어있는 내 존재를 모두 버렸다. 젓가락, 숟가락 그릇, 컵 다 버렸다. 모든건 버릴수 있었는데 내 방에있는 종인이 사진은 차마 버릴수 없었다. 가방에 옷과 스킨, 로션, 내 책, 우리 기념일을 챙긴 모든걸 챙겼다. 그리고 김종인 사진과 아직까지 살아있는 내 마음까지 챙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추억, 시간, 사랑 모든걸 버렸다. 안녕 종인아. 잘지내. 이제 내 존재는 없다. 우리가 처음 이집에 들어왔을때 모습보단 낫지만 내 존재가 이렇게 컸었나. 옆집을 보는 느낌이다. 진짜 굿바이다 김종인.
쌀쌀한 날씨에 야상에 고개를 뭍고 버스정류장에서 생각했다. 어디로 가는게 좋을까? 아-? 부모님께 가서 사죄해야겠다. 아직까지 아들이 게이인지는 모르시겠지만 해외로 보내려는 마음을 잘라버리고 어디론가 숨어서 생활한 나에대한 사죄. 곰곰히 생각하며 집으로 도착했다. 우와- 집 되게 컸구나. 고등학생때까지는 몰랐는데. 띵동 하고 누르자 아주머니께서 나를 보고 놀랜다. 히히 오랜만이죠.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등짝을 후려친다. 역시 유쾌한 엄마다. 건강하니 다행이라며 일단 아빠오시기 전까지 씻고 푹 쉬란다. 이젠나도 김종인 존재를 잊고 다시 재벌사업가 아들 노릇이나 할란다. 잔지 꽤 됬을무렵 누가나를 흔들어 깨웠다. 미영누나다. 헬로- 누나는 나를 보자마자 운다. 정말 보고싶었다고. 나는 멋쩍은듯 웃었다. 그리고 아빠 오셨다며 같이 내려갔다. 아빠는 나를 보고 놀랜듯했지만 기쁜마음은 숨길수 없었나보다. 같이 저녁을 먹는데 뭐하고 지냈냐고 물어봤다. 그냥 책만 읽었다고 했다. 1년동안 사라졌지만 분위기는 그냥 내가 하루 외박한 느낌이다. 실종신고를 하지않았던 이유는 나를 믿어서였다. 또다시 감사함을 느낀 나는 아빠께 말했다.
“아빠 회사에 내일부터 나가도 되요?”
아빠는 놀랬는지 일단 자리는 언제나 마련해놨으니 가보라고 했다. 같은 부서 이사는 일이 줄었다고 좋아할거라고 말했다. 저녁을 먹고 누나는 내방에 왔다. 내방에 와서 말했다. 1년동안 뭘했는지. 솔직히 난 사실대로 말했다. 굳이 누나에게까지 거짓말을 할 필요는 못느껴서였다. 누나는 미국에서 살다와서 그런지 그다지 놀래지는 않았다. 그래도 빨리 집에 오지 그랬냐며 타박했다. 그리고 자정이되서야 눈을 감았다. 얼마 안잤다고 생각했는데 전화한통이 와서 깜짝놀랬다. 그리고 부스스 일어나서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도경수 어디야.”
씨발. 핸드폰 깜빡했다.
“신경꺼. 내가 내집왔다는데 너랑 무슨상관이야. 내가 언제까지 니옆에만 있을줄 알았는데.”
“… …”
“앞으로 한번만 더 전화해봐. 이젠 내가 가만 안있어. 이땟동안 멍청이짓 했다고 진짜 멍청이로 보면안되지.”
“… …”
“… …”
“..도경수 내말 한번만 들어봐.”
“들을 가치 없어 끊는다.”
새벽에 기분나쁘게 뭐하는짓이야. 다시 잠에 들어 아주머니께서 깨우자 일어났다. 그리고 검은 양복을 준비하고 아침먹고 씻고 입으세요 라고 말하며 웃었다. 2층에서 내려오니 벌써 아침을 먹고있다. 에구구- 내가 늦게 일어났네. 아침을 체할정도로 빨리먹자 부모님이 뭐하냐고 천천히 먹으라고 한다. 괜히 내가 늦게 준비하면 출근시간이 늦어질까 걱정되 얼른 씻고 양복을 입고 마지막 향수까지 칙- 뿌렸다. 그리고 내려오자 누나가 팔짱을 낀다. 차에 다 같이 타고 창밖을 보니까 금방 도착했다. 아빠를 따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인사를 받고 설명을 들었다. 전에도 몇번 들린적있어서 그렇게 어려운곳은 아니였다. 몇개의 서류를 결제하고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다. 누나보고 전화해 점심을 먹자니까 좋단다. 그리고 만나고 근처 음식점을 돌아다니는데 김종인이다. 동료인지 3명과 함께 다니는데 눈이 마주쳤다. 원체 애교가 많은 우리 누나는 그것도 모르고 팔짱을 끼고 눈웃음을 지으며 꺄르르됬다. 괜히 마음이 아파서 고개를 숙이고 갔다. 김종인은 그자리에서 우리가 사라질때까지 쳐다봤다. 속상하게.
점심을 코로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모르게 먹고 다시 들어갔다. 아침을 급하게 먹고 점심을 이상하게 먹어서 그런지 체한듯했다. 그리고 의자에 기대서 골골되고 있는데 도어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 곧 협상을 할 회사 간부들이 올라온다고 해서 불편한 몸을 일으켜세웠다. 어릴때부터 귀하게 자라서 그런지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가거나 쉬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똑똑하며 들어가도 되냐고묻자 오라고 했다. 안그래도 얼굴이 하얀데 아파서 창백하고 검은셔츠까지 입으니 정말 하얬다. 한명한명 들어왔는데 김종이다. 맞다. 회사이름을 까먹고 있었다. 다른 이사한테로 넘길껄. 괜히 후회를 했지만 벌써 앉아있다. 협상이나 거래는 처음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들 생각을 안한다. 제일 높아보이는 사람이 ‘도경수 이사님’ 이라고 말하자 고개를 확- 하고 든다. 놀랬는지 큰눈이 더 커졌다. 모습이 웃겨 미소를 짓자 간부들은 분위기가 잘풀린다고 생각해 다같이 웃었다. 으음- 내가 바보도 아니고
“저희는 여기말고도 좋은 조건을 많이본데를 봤습니다. 저희에게 어떤것을 더 걸수있죠?”
“… …”
“전 여기와 할 생각이였습니다. 근데 회사직원들중 저에게 무례함을 끼친 직원이있어서요.”
“누구든지 말하며 바로저희가…”
“아아 말해드릴순 없고요. 제가 지금 몸상태가 안좋아서 그런데 여기서 끝내면 너무 이르죠?”
“… …”
아 도저히 못말하겠다. 숨찬다. 고개를 숙이자 간부들은 당황했다. 괜찮다고 손사레를 치자 얼굴들만 빨개졌다. 숨소리만 거칠어지니 누군가 나한테 다가왔다.
“도경수 고개들어”
간부들은 당황해 하지말라고 뭐하는짓이냐고 역정을 낸다. 머리가 웅웅거려 ‘조용히하십쇼.제발’ 이라고 말하니 어쩔줄만 몰라한다. 그냥 김종인이 닥치고 있는거만 바란다. 김종인은 상관않고 계속 말한다.
“도경수 어디아파. 너또 체했지.”
“… …”
“그렇게 빨리먹지 말라니까. 여자라서 긴장했냐. 왜이렇게 애처럼 아프고 그래.”
“…종인아.”
“일단 나중에 얘기하자. 지금 사람들있잖아. 우리회사랑 결제는 정말 안되는거야?”
“…너알아서 해.”
긴말 필요없었다. 정말 진심이 담긴듯한 김종인눈빛에 흔들린건 첫번째 이유였고 눈물이 톡하고 나올듯한 김종인 눈이 두번째이유였다. 솔직히 조건좋은건 여기밖에 없었고 김종인을 골탕먹일 생각이였는데 이렇게 저돌적으로 나올지는 몰랐다. 김종인은 영웅이 된거 같았고 협상이 끝난뒤 사람들을 내보내고 김종인만 남겼다.
“씨발새끼.”
“… 미안해”
“현지인가 은지인가 뭐시기랑 놀아. 짜증나 김종인”
“아니야. 나 집에 딱들어갔는데 카펫이 없는거야. ‘어 도경수가 빨았나?’라고 생각했는데 신발장에는 내신발 밖에없고 놀래서 니방에 들어가니까 정말침대하고 책상밖에없는거야. 진짜 담배끊는거같이 손발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나오는거야. 그리고 너 한테 전화했는데 니가 너무 차가워서 진짜 이건아니라고 생각했지. 그래도 너랑 관련된 뭐라도 있을줄 알았는데 그런거 따위도 없고 진짜. 도경수 밉더라. 그리고 아까 밖에서 그여자 누군데. 너는 여자만나고. 복수냐? 아 진짜 그여자 완전 눈웃음 쩔고 완전 남자잘꼬시게 생겼던데. 조심해라 그런여자애들이 더…”
“우리누나야”
“… …”
“사과안하지?”
“내가 미쳤나보다 방금 뭐라고 짓껄인거지? 진짜 이쁘시던데. 와- 여자가 어쩜 그렇게 애교도 많고 그치?”
“소개시켜줄까?”
“미쳤냐? 누나보다 도경수가 훨씬 좋거든?”
“웃긴다. 진짜. 근데 김종인. 이제 나가도되. 나 쉬고싶어.”
“아맞다 너 아프지? 뭘했길래 체했냐. 나보고 놀랬냐? 내가 잘못했다. 진짜 한번만 용서해주라. 내가 너는항상 내 옆에 있을꺼라고 자만했나봐. 우리는 하나가된줄알았어.”
“닥쳐 김종인 이제 너 볼일없어.”
어? 무릎을 꿇었다. 누가? 김종인이. 고등학교때도 유명했던 김종인은 무릎이 부숴지는 한이 있어도 무릎 안꿇었는데. 진짜 아픈거하고 서러운거, 화난거, 김종인미운거 전부 합쳐져 눈물이 나왔다. 김종인은 당황했는지 나를 달랬다. 그리고 안아서 하는말이 대-박-이다.
“도경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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