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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농구공 전체글ll조회 798l 1

 

 

 

"아저씨! 아저씨!!"

 

 

 

으음... 어제 야근하고 와서 저녁도 안먹고 드러누웠다. 그래도 할일이 다 끝나서 모처럼 늦잠으로 주말아침을 시작하려던 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뒤척거려야 했다.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자다가 눈만 빼꼼 내밀고 방문 쪽을 쳐다보니 문 앞에 떡하니 김민석이 서있다.

 

 

 

"뭐야..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아주머니가 열어주셨어요."

"아..."

 

 

 

민석의 대답에 하품을 쩍 했다. 계속 침대에 누워서 쳐다보고 있으니 민석이 도도도 달려와 침대에 걸터앉아 나를 흔들어댄다.

 

 

 

"아저씨, 그만 일어나요. 지금 시간이 몇신데.."

"몇신데?"

"9시요!"

"아직 아침이고만."

 

 

 

활짝 웃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뒤로 돌아누웠다. 민석이 헐... 하고 다시 나를 흔들어댔지만 나는 다시 자보려고 눈을 감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제 야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에 오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인턴 조희선. 들어온지 3달이 지났음에도 왜 그리 일을 못하는지. 어제도 같이 일하다가 빡칠 뻔 했던게 한두번이 아니다. 겨우 설문조사 정리하는 거 가지고 하루를 소비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아직도 답답해 죽을 것 같다. 양이 많은 것도 아닌데 일의 요령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자신의 할일도 다 끝났겠다 퇴근하려던 자신을 팀장이 붙잡지 않았더라면 나는 분명 오늘 아침 일찍 상쾌하게 일어나 조깅이라도 하고 왔을 것이다. 같이 앉아 자료정리하는데 자꾸 일은 안하고 제 얼굴만 힐끔힐끔 쳐다보는 그녀에게 정색하며 일 똑바로 해달라고 한 것이 잘못이었나?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져서 뛰쳐나가더니 1시간, 2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바람에 결국 자료정리는 모두 제몫이 되어버렸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걸 간신히 참고 11시 다 되어서야 퇴근했다.

 

 

 

"아저씨.. 진짜 안 일어날 거예요?"

"..."

 

 

 

한층 낮아지고 작아진 목소리에 머리만 돌려 다시 녀석을 올려다보았다. 없는 귀가 축 늘어진 것 같은 모습에 베개에 얼굴을 묻고 발을 동동 굴렸다. 내가 그런 눈에 약한 거 뻔히 알면서...

 

난 유난히 김민석의 처진 눈에 약했다. 평소에는 쫙 찢어져있는 눈이 무언가 원할 땐 축 늘어져서 묘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해당되는 얘기라 7살의 김민석이 나에게 뭔가 부탁할 때 꺼내드는 저 표정엔 항상 져줘야 했다. 특히 자신의 베개를 끌어안고 집에 가기 싫다며 같이 자자고 조를 때 저 표정이 자주 나와 그땐 거의 일주일에 3,4번은 같이 잤던 것 같다. 10년 동안 바뀐건 키밖에 없는건지 여전한 표정을 맞닥뜨린 나는 결국 한숨을 쉬며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금세 헤헤거리며 내 품에 덥썩 안겨오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여운이 남은 잠을 완전히 달아내기 위해 크게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어라? 너, 엄마가 문 열어줬다며?"

"아, 열어주시고 급하게 나가셨어요."

"어딜?"

"마트에서 세일한대요."

"하여튼 이 아줌마, 악착같다니까."

"아저씨! 아주머니한테 그게 무슨 말이에요!"

"..."

"아주머니가 정말 알뜰하시고 좋으신 분인데."

"네네. 제가 잘못했습니다요."

 

 

 

김민석의 조잘대는 입에 피식 웃으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여태 자신이 가르쳐준게 한가득인데 이젠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모습에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제딴에 꽤나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모습이 조금 귀엽기도 하다. 부엌에 들어와 컵에 물을 따라 마시다가 문뜩 든 생각에 쪼르르 따라 들어온 김민석을 쳐다보며 따지듯이 말했다.

 

 

 

"야, 내가 아저씨면 우리 엄마는 할머니라고 불러야 하는거 아니냐?"

"에이, 아주머니 젊으시잖아요."

"난 더 젊거든?"

"... 아저씨 소리가 그렇게 싫어요?"

"싫은건 아닌데."

"그럼 그냥 아저씨라고 부를래요!"

 

 

 

김민석이 웃는 모습에 맘대로 해라, 하며 다시 물을 들이켰다. 그러다 냉장고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발견하고 끙 앓는 소리를 냈다. 김민석이 왜 그러냐며 포스트잇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기냐? 어떻게 아들에게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는 거야?

 

- 아들, 집 밥 축내지 말고 민석이 맛있는거 사주고 와. 내가 돌아왔을 때 집에 있으면 고추 확 떼어버린다. 엄마가 -

 

 

 

"아저씨, 우리 얼른 나가야겠는데요?"

"... 하아, 뭐 먹고싶어?"

"음, 뭐든 좋아요!"

"그놈의 '뭐든'은. 나 씻고 나올 때까지 생각해 놔."

"네!"

 

 

 

내 고추 지키려면 나가야지. 옷가지들을 챙겨 샤워실로 들어가려다가 쇼파에 앉아 히죽거리며 다리를 흔들고 있는 녀석을 보고 피식 웃었다. 저리도 좋을까.

 

 

 

씻고 나와 대충 옷을 입고 나와 화장대 앞에 서서 스킨과 로션을 슥슥 바르는데 거울 건너편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김민석이 보인다. 침이 흘러내릴 정도로 입을 벌린 채 바라보는 표정에 혀를 차며 뒤돌아섰다. 그에 정신을 차린 녀석이 습, 하고 침을 삼키며 시선을 피한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서는 막상 마음껏 봐라 돌아줬더니 쳐다보지도 못하는 모습에 아직 어리구나 싶었다. 뭐, 그 모습이 더 김민석같긴 하지만.

 

다시 뒤돌아 마무리를 위해 왁스통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뒤에서 우악스런 소리가 들려오더니 언제 달려온 김민석이 내 손에서 왁스통을 빼앗아간다.

 

 

 

"뭐하는거야?"

"오늘은 이거 바르지 말아요!"

"뭐?"

"오늘은 아저씨 앞머리 내린 모습이 보고싶어서..."

"이리 내."

"..."

"얼른?"

 

 

 

이유야 귀엽지만 손을 내밀며 왁스통 달라는 내 반응이 꽤 서운했나보다. 내 손을 빤히 바라보다가 볼을 부풀리며 내 손에 턱하고 왁스통을 올려놓고 몸을 획 돌려 쇼파에 털썩하고 과장되게 앉는다. 손에서 왁스통을 던지며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웃음이 터졌다. 내 웃음에 다시 발끈하려던 민석이 내가 그냥 왁스통을 내려놓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본다. 구렛나루만 정리하고 녀석의 앞에 서자 녀석은 내 머리를 빤히 바라보다가 눈이 휘어지게 웃는다. 가자는 말에 벌떡 일어나 내 손을 잡은 민석은 팔을 끌어당긴다.

 

 

"아저씨, 저 갈 곳 정했어요!"

"어딘데?"

 

 

 

신발을 먼저 다 신고 현관 앞에 선 민석은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신발을 신기 위해 오랜만에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꺼내 현관 앞 턱에 주저 앉아 신발을 신고 끈을 정리하고 있었다. "팅커벨이요!" 녀석의 말에 의문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올려 녀석을 바라보았다. 밥 먹으러 가는건데? 앞으로 가야하는 곳을 다시 정확하게 일깨워주었지만 민석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거기에 가고 싶다고 했다. 사실 팅커벨이 어딘지 모른다. 이름에서 뿜어져 나오는게 밥집보다는 카페같은 느낌이라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지만 민석은 곧 죽어도 그곳에 가야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민석이 고집을 부리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기에 조금 놀랐다. 일단 가보고 정 아니다 싶으면 끌고 나와야겠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난 마저 끈을 정리하고서 몸을 일으켰다.

 

마당으로 나오자 '왕왕'거리며 짓는 슈밍의 짖음에 민석이 슈밍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머리를 쓱쓱 쓰다듬는다. 꼬리를 신나게 흔들며 녀석의 손길을 받아들이던 슈밍은 긴 혀를 쭉쭉 내밀어 녀석의 손을 핥아댄다. 순식간에 축축해진 손에 민석이 울먹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이제 나가야하는데... 하고 중얼거리는 모습에 한숨을 푹 쉬며 녀석의 손을 흐르는 수돗물에 닦아주고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었다. 가만히 있다가 푸흐,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고선 애 같단 소리 싫은 애가 맞냐며 혀를 차자 민석은 손을 거둬들이며 자기 옷에 남은 물기를 슥슥 닦으며 멋쩍어한다.

 

 

 

"가자."

"네!"

 

 

 

*

 

 

 

"어서오세요... 어?"

"음... 어디서 봤더라.."

"아저씨, 저번에 학교 앞에서 봤잖아요. 제 친구 오세훈이에요."

 

 

 

가게 안을 들어서자 어울리지 않는 앞치마를 두르고 인사를 하는 익숙한 얼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얼굴도 자신을 본 적 있는지 빤히 바라보는 것에 소리내어 누굴까 고민하는데 옆에서 민석이 한심하게 바라보며 대신 기억을 상기시켜주었다. 아... 하고 머쓱함에 헛기침을 하고선 어느새 다가온 오세훈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해보였다. 오세훈이란 아이는 나와 김민석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이번에도 같이 있네요? 하고 인사를 해왔다. 김민석이 옆집아저씨라며 소개하자 그제야 오세훈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를 빤히 보더니 저 혼자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내 귀에는 똑똑하게 들려온 게 우연은 아닌 것 같다.

 

 

 

"다시봐도 김민석이 넋놓고 다닐 외모긴 하네."

"야, 오세훈!"

 

 

 

김민석도 들었는지 오세훈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자신의 친구를 퍽퍽 때리기 시작했다. 역시 모두 들으라고 한 소리가 많는 모양이다. 오세훈이 웃음을 크게 터뜨리며 교묘하게 김민석의 매서운 손길을 피한다. 씩씩거리는 김민석을 뒤로 한 채 오세훈은 나와 김민석을 자리로 안내했고, 테이블에 메뉴판을 내려놓으며 "주문하세요, 제 추천은 요기있는 커플세트에여." 하고 키득키득 웃는다. 그가 가리킨 메뉴를 들여다보는데 꽤 구성이 잘 되어있는 듯 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걸로 가져다달라고 하자 오세훈도 김민석도 살짝 놀란 듯 하다. 오세훈에게 뭐라뭐라 쏘아대던 김민석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고 다소곳이 앉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왜? 하고 묻자 진짜 이거 먹을거냐고 묻길래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세훈은 휘파람을 불며 큰소리로 "커,플,세트 주문 받았습니다~" 하고 메뉴판을 들고 사라졌다. 세훈이 강조한 단어에 반응한 민석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턱을 괴고 그런 민석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친구가 알바하는 데라 여기로 온 거였어?"

"... 아, 사실 세훈이가 아저씨 다시 보고싶다고 해서..."

"뭐, 소개라도 시켜주려고?"

"네. 혹시, 기분 나쁜 건..."

"별로. 그런데 여기 가게 이름 너무 막 지은거 아니야?"

"네?"

"팅커벨은 무슨... 신토불이같은 토종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푸흡."

 

 

 

가게 내부를 둘러보며 내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도 그럴게, 팅커벨이란 이름은 카페, 아니면 많이 봐줘도 레스토랑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데 아까 잠시 메뉴판을 확인해보니 하나같이 맵고 자극적이거나 고상한 한식 메뉴들 뿐이었다. 커플 세트에도 그런 메뉴들만 포함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밥집 그 자체였다. 인테리어도 반전의 묘미가 있었다. 분명 간판을 볼때만 해도 레스토랑인 것 같았지만 인테리어는 어느 한식집 부럽지 않은 구성이었다. 뭐 이런 이중인격 같은 가게가 다있어? 아, 이중가(家)격이라고 해야하나? 그래도 맛은 꽤 괜찮은지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내 말에 민석이 풉, 웃음을 터뜨리며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웃는다. 주문을 하고 다시 돌아온 오세훈이 내 말을 들었는지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내 말에 동의표를 던진다.

 

 

 

"그쵸?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우리 파덜이 들은 체도 안하잖아여."

"파덜?"

"아, 여기 사장님이 세훈이 아버지세요."

"아.."

 

 

 

민석의 설명에 입을 다물었다.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한 것 같았다. 아들 앞에서 아버지의 미적감각을 너무 직설적으로 부정해버린 꼴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오세훈이 씨익 웃으며 걱정말라는 듯이 말한다.

 

 

 

"괜찮아요. 오히려 저는 반가운데여. 형, 미적취향이 저랑 같나봐요."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

"그런데 이상형은 다른가? 이런 쪼꼬미 뭐가 이뻐서 같이 다녀요?"

"뭐야?! 오세훈 너 진짜 아까부터 나한테 왜 그래!"

"올~ 화내니까 더 못생겨써."

"야!!!"

 

 

 

피식 웃음이 터졌다. 제 또래랑 같이 두고 보니까 진짜 17살 같이 보이는구나. 오세훈의 놀림에 하나하나 반응하며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민석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오세훈을 보며 말했다. 하긴, 이쁜 것보단 귀여운 스타일이지. 하고. 그러자 오세훈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역시 나랑 좀 통하시네여. 한다. 김민석은 나를 노려보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소리를 질러봤자 자신만 피곤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거겠지. 그 후로도 나는 오세훈과 궁합을 맞춰 김민석을 놀리다가 손님의 부름에 오세훈이 자리를 비워 조용해졌다. 김민석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서 일부러 소리나게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채 심통난 표정으로 나를 다시 노려보았다.

 

 

 

"아저씨, 사실 화났죠?"

"내가?"

"네. 제가 그런 목적으로 여기 와서 화났어요?"

"아니."

"근데 저한테 왜 그래요?"

"내가 뭘?"

"왜 자꾸 오세훈이랑 같이 놀리냐구요..."

"귀여워서."

"... 네네, 전 이쁜게 아니라 귀여운거죠. 아저씨도 이쁜 사람 좋아하는 그런 뻔한 남자였구나.."

 

 

 

웃으며 물을 넘기다가 녀석의 푸념에 사레가 걸려 기침을 했다. 잘못하면 녀석의 얼굴에 분사할 뻔 했다. 겨우 물을 삼켜 기침을 하던 나는 어이없는 눈으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어린게 하는 말은 무슨 늙은이 마냥... 아까 오세훈 앞에서 어린아이같던 모습은 어디가고 다시 평소처럼 애늙은이가 되어버린 녀석을 빤히 쳐다보다가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냐며 타박하자 녀석은 퉁명스럽게 자기도 알 건 다 안다고 대답했다.

 

 

 

“됐어요. 여기 괜히 왔어.”
“김민석.”
“왜요...”
“난 이쁜 사람보다 귀여운 사람을 더 좋아해.”
“.. 에?”
“귀여운걸 좋아한다고. 내가 왜 널 데리고 다니겠어.”

 

 

 

아무렇지 않게 말해서 그런지 한번에 알아듣질 못한다. 뭐 그건 네 사정이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시선을 거두자 혼자 생각의 시간을 가진 녀석은 금세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어버버거린다. 뭔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보이는데 타이밍이 어긋나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양손 가득 접시를 들고와 테이블에 깐 오세훈은 넋이 나간 듯한 김민석을 발견하고 나에게 묻는다. 난 모른 척 어깨를 들썩거렸고 오세훈은 이상한 눈으로 김민석을 쳐다보다가 다시 일을 하러 주방 쪽으로 돌아갔다. 생각보다 괜찮은 비주얼에 배고픔을 느끼며 수저를 들었다.

 

 

 

“안 먹을거야?”
“아... 네.. 먹어야죠...”
“아.”
“...”

 

 

 

아직도 멍하니 앉아있는 김민석에게 말을 걸자 얼떨떨하게 대답은 하는데 여전히 밥을 넘길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래서 녀석이 좋아할만한 것을 집어 녀석에게 쑥 내밀었다. 녀석이 어렸을 때 많이 먹여준 기억이 나서 감회가 새롭다. 그때는 넙죽 잘도 받아먹더니 지금은 멀뚱히 내 손끝에 음식만 빤히 쳐다보는 녀석에게 다시 “아, 하라니까.” 하고 손을 까닥거리자 녀석은 어색하게 입을 살짝 벌렸다.

 

 

 

“이제와서 내외하냐? 네 입 큰 거 다 아니까 크게 벌려.”
“... 진짜 사람 헷갈리게 한다니까...”

 

 

 

내 말에 눈을 흘기며 중얼거리던 민석이 입을 한껏 벌리며 음식을 받아먹는다. 그 후로 배가 고프긴 했던건지 열심히 식사에 집중하는 모습에 피식 웃으며 나도 곧 식사에 집중을 했다.

 

 

 

식사가 끝나고 마냥 세훈의 가게에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에게 무슨 잔소리를 들을까 진저리가 나고... 결국 나는 김민석과 함께 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내 결정에 웃음꽃이 핀 김민석은 어디 갈껀데요? 하고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나를 본다.

 

 

 

***

 

 

 

식당을 나가려는데 오세훈이 급하게 불러세웠다. 먼저 문을 열고 나가려는 모습에 힐끔거리며 아저씨를 쳐다보자 아저씨는 천천히 얘기하고 나오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에 싱긋 웃으며 오세훈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오세훈이 기지배처럼 조잘대느라 자꾸 시간이 흐른다.

 

 

 

"야야-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좀 더 밀어붙이라고."

"?"

"저 사람도 완전히 마음 없어보이지는 않던데 잘해봐."

 

 

 

오세훈이 가게 창밖으로 보이는 아저씨를 고개로 슬쩍 가리키며 말한다. 얼굴에 묘한 웃음기가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나도 담배를 피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진짜 그럴까?

 

오세훈의 응원을 받고서 나와 아저씨 옆에 섰다. 내가 나오자마자 담배를 땅바닥에 던져 밟아 꺼버렸다. 나를 배려해서였겠지?

 

 

 

"가자."

"..."

 

 

 

아저씨가 먼저 발걸음을 떼는데 나도모르게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응? 하고 아저씨가 가던 길을 멈춰 나를 바라본다. 아차- 하고 잡은 옷깃을 놓았다. 내 표정이 이상해보였는지 아저씨가 왜 그러냐고 묻는데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냥 고개를 푹 숙이고 가만히 있었더니 아저씨가 내 머리에 손을 올려 머리를 마구 헤집더니 내 손을 잡고 다시 발걸음을 뗀다. 갑자기 손을 잡는 아저씨에 놀라 바라봤다가 푸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부끄러워하는 아저씨의 얼굴때문에.

 

 

 

"아저씨, 얼굴이 빨개요."

"시끄러워."

"푸흐흐.. 아저씨, 있잖아요."

"?"

"좋아해요."

 

 

 

우뚝. 내 손을 이끌며 걷던 발이 멈추었다. 입 밖으로 처음 내뱉은 고백과 멈춰선 발걸음에 침이 꿀꺽 넘어간다. 앞을 바라본 채 가만히 서있는 아저씨의 뒷모습에 좀 더 가까이 붙어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 그의 얼굴을 확인했다. 우와... 순간 말을 잃고 손으로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려 감추었다. 아까 부끄러워 하던 얼굴과는 비교할 수 없게 붉어진 얼굴에 내 얼굴까지 화끈거린다.

 

 

 

"아저씨..."

 

 

 

거짓말. 솔직히 장난스럽게 넘길 줄 알았는데..? 사실 내가 열심히 쫓아다니긴 했지만 아저씨에 대한 마음은 확신이 없었다. 내가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도 없었고, 아저씨도 내 마음을 아는 것 같은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 한마디에 이런 반응이라니... 이건 마치... 아저씨도 날 조, 좋아하는 것 같잖아..!

 

 

 

"큼큼. 꼬마, 이 자식."

"자꾸 꼬마라고 하지마요."

"..."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제 꼬마로만 보지 말라구요."

"김민석."

"지금 대답을 바라는 건 아니에요. 그냥 조금은 저를 의식해주었으면 해요."

 

 

 

말이 나온 김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싶은 말들을 꺼냈다. 부끄럽고 창피함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데 아저씨의 시선이 느껴진다. 와... 내 얼굴 지금 엄청 빨갛게 됐을거야... 손을 펴 볼에 가져다대니 볼이 뜨끈뜨끈하다. 차마 아저씨를 보지 못하고 아저씨의 발 끝만 쳐다보고 있었다. 잠깐의 정적을 깨고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얼굴이 화끈거릴만큼 부드러운 목소리가.




"민석아."

"네..."

"나도 남자다."

".. 네?"

"아무 이유없이 너와 밥을 먹고 놀러가고 하진 않는다고."

"..."




하여튼 누가 아저씨 나이 적다고 무시는 것도 아닌데 맨날 말을 저렇게 어렵게 한다니까. 잠시 아저씨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는데... 




!!!




"아저씨.. 그 말은..."

"... 가자."

"잠깐만요! 아직 얘기 안끊났잖아요!"

"..."

"그럼 무슨 이유인데요? 왜 저랑 이렇게 밥먹고 놀러다니는건데요?"




얼굴을 가린 채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아저씨의 팔을 덥썩 잡고 놔주지 않았다. 이렇게 운만 띄어놓고 말 돌리는 법이 어딨냐고! 아저씨의 대답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꼭 들어야만 내가 원하는 대답이 흘러나올 것만 같아 더욱 아저씨의 팔을 놔주지 않았다. 아저씨 손새로 흩어지는 한숨이 유난히 달아오른 듯 하다. 침을 꿀꺽이며 아저씨의 대답을 기다리는 지금 이 순간. 바람에 흩날려 잎사귀가 스치는 소리도, 시끄럽게 차도를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도, 저들끼리 깔깔거리며 웃고 떠드는 무리들의 이야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온 시각세포는 아저씨의 입에만 반응하고 청각세포는 이제 그 입에서 흘러나올 대답만 기다리고 있다. 아저씨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리자 나만큼 빨갛게 달아오른 볼때문에 웃음이 새어나올 뻔 했다.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고 한동안 뚫어져라 보다가 씨익 웃으며 다시 물었다.




"왜 그러는데요?"







+ 묵혀둔 글 풀기...

뒷편은 모르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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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29.75
꺄아아아아
9년 전
독자1
헐 엄청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 글잡 진짜 한달동안 안들어오다가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딱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써줘서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아 둘이 너무 귀엽네요 ㅠㅠㅠ 어떻게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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