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패스!!"
"아, 씨발. 저리 안꺼지냐?!"
"미친. 너랑 나랑 다른 팀인데 왜 꺼져. 병신아!!"
"아, 젠장. 박찬열! 그러니까 나한테 패스를 하라고!"
뚝섬 한강 공원의 농구장. 3명의 소년들이 뒤얽혀 하나의 공을 가지고 사투를 벌인다. 간단한 룰을 가지고 치고박고 하던 세사람의 입에서는 그들의 나이에 맞게 걸죽한 언어들이 튀어나온다. 지금 상황은 백현이 방어를 하고 찬열과 루한이 힘을 합쳐 골을 완성시켜야하는 상황. 키만 멀대같이 큰 찬열이 머리통 하나만큼 작은 백현에게 낑낑거리니 루한은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슛을 못할 것 같으면 제발 패스를 하라고 소리쳐 보지만 괜히 볼 욕심은 많아서 공은 절대 넘기지 않는다. 그나마 순수했던 루한의 입에서마저 거친 욕이 흘러나온다.
"씨발.. 안해! 둘이서 하던가, 말던가!!!"
기분이 상해 루한이 획 돌아서며 코트 밖에 놔둔 물이나 마시려 걷는데 쿵- 눈앞에 갑자기 별이 보인다. 자신의 옆으로 공이 굴러가는 걸 보니 저 공은 자신의 머리를 맞고 미처 더 날아가지 못한 채 제 옆을 구르고 있는 것 같다. 욱씬거리는 뒷통수를 부여잡고 루한이 찬열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 이... 씨발, 박찬열 뒤질래?!"
"패스하라며 뭐하고 있는거야."
하라고 할 땐 언제고 왜 큰소리냐며 박찬열이 되려 루한을 이상하게 바라본다. 그에 할말이 없던 루한이 멍하게 서있자 변백현은 루한에게 소리쳤다. 공 주워 와! 루한이 또르르 굴러가는 공을 보며 저 두 개새끼들을 어떻게 죽여야 잘 죽였다고 소문이 날까, 라는 고민을 한다. 그래도 공은 주워야지. 더 멀리가기 전에 루한이 공을 향해 달린다.
그가 공을 잡기 직전 그보다 먼저 공을 잡은 손이 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제 얼굴보다 더 큰 농구공을 낑낑거리며 든 꼬마를 바라보았다. 고양이? 꼬마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도도한 고양이 마냥 쫙 찢어진 눈매하며 앙칼져보이는 입술이 딱 고양이를 연상케한다. 공을 들고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아이에게 다가간 루한은 주저앉아 꼬마에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꼬마는 루한의 미소에도 아무런 표정 없이 루한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꼬마야, 공 줄래?"
"..."
"그 공, 형한테 패스!"
루한이 팔을 적당히 벌리며 패스를 유도한다. 용케 루한의 뜻을 눈치채고 꼬마가 있는 힘껏 공은 던진다. 하지만 미처 자신에게 닿지 못하고 힘없이 떨어져 굴러오는 공에 피식 웃으며 루한은 공을 집어들었다.
"고마워~"
꼬마를 향해 인사를 한 루한은 공을 가지고 친구들에게 돌아갔다. 지금도 왜 안오냐며 자신을 잘근잘근 씹고 있을 것을 알기에 그는 얼른 일어나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루한은 다시 농구에 빠져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번엔 찬열이 방어고 백현과 루한이 골을 성공시켜야 한다. 찬열이 큰키를 이용해 슛을 방해하자 계획을 바꾸었다. 찬열이 자신을 막고 있을 동안 백현이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 골을 성공시키기로. 찬열이 계획대로 루한에게 다가왔고 그 사이 백현이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루한이 찬열의 빈틈을 찾아 공을 던지려는데 순간 굳어버리고 말았다. 언제 왔는지 아까 그 꼬마가 코트 안에 들어와 패스하려던 길을 막고 서있었기 때문이다.
"...?"
백현도 곧 꼬마를 발견했는지 어라? 쟤는 누구야? 하고 묻는다. 꼬마가 루한을 쳐다보고 있기에 백현이 루한에게 물었지만 루한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도 여기서 처음 본 꼬마니까.
"몰라."
"엄청 귀엽게 생겼다~"
백현이 꼬마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지만 꼬마는 멀뚱히 루한만 쳐다보며 백현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무안해진 백현을 비웃으며 찬열도 다가가 인사를 했지만 역시 받아주지 않고 루한만 쳐다본다. 꼬마가 쪼르르 루한의 앞으로 달려가더니 손을 내밀었다. 응? 루한이 한참 꼬마를 내려다보며 당황했다. 하지만 꼬마는 내민 손을 거두지 않았다. 루한은 이 꼬마가 뭘 원하는걸까 고민하다가 제 손에 들린 농구공을 보며 아, 이거? 하고 물었다. 꼬마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거린다. 루한이 피식 웃으며 공을 아이에게 내주었다. 그러자 꼬마는 루한에게 조금 떨어지더니 루한 쪽으로 공을 던졌다. 아까와 같은 상황에 그제야 이해를 했다. 공놀이 하자는거지? 루한의 말에 민석이 또다시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그런 두사람의 모습에 백현과 찬열이 루한을 질투하며 그 사이에 어떻게든 껴보려고 하지만 민석은 백현과 찬열에게는 절대 반응하지 않았다. 루한과 꼬마가 그들만의 세상에 빠져 놀고 있으니 곧 그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꼬마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민석아!"
"어?"
아주머니의 얼굴을 확인한 루한의 입에선 놀라움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루한을 발견한 아주머니 역시 놀라더니 반가워하며 루한에게 인사를 건넨다.
"어머, 루한이 아니야?"
"아.. 안녕하세요."
그 아주머니는 루한의 옆집아주머니였다. 그렇다면...
"그 꼬마, 아주머니 아들이에요?"
"응? 몰랐어?"
"전 처음 보는데요?"
"그랬나? 민석이는 형 자주 봤지?"
루한이 꼬마를 새삼 신기하게 바라보자 민석이 더 엄마 다리 뒤로 꽁꽁 숨는다. 하지만 엄마가 주저앉아 눈을 마주치며 물으니 루한을 힐끔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석은 집 마당에서 놀다가 등교하는 루한을 자주 보곤 했었다. 어느새 다시 루한 곁으로 온 찬열과 백현이 대화를 다 듣고 루한을 보며 혀를 찼다. 옆집 꼬마도 못알아보냐? 하고. 그러자 루한은 처음 봤다니까. 하며 민석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사실 자신도 신기했다. 옆집 꼬마였으면 한번쯤 봤을 법도 한데 자신은 저 민석이라는 꼬마를 정말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민석을 엄마의 손을 꼭 쥔 채 돌아갔고 루한도 친구들과 농구장으로 돌아가 다시 농구를 즐겼다. 하지만 농구를 하다가 민석을 떠올리며 피식피식 웃음을 흘린 탓에 루한은 친구들에게서 오는 질타를 감수해야만 했다.
그 후에는 왠일인지 민석이라는 꼬마가 자신의 앞에 곧 잘 나타났다. 등교하는 길에 갑자기 집에서 쪼르르 달려나와 자신에게 안기기도 하고, 주말이면 자신의 집의 초인종을 까치발 잔뜩 들고 힘겹게 눌러가며 놀러오기도 했다. 저번에 놀아준게 그렇게 재미있었나? 하고 루한은 민석을 잘 받아주었다. 그가 집에 있을 때는 거의 민석과 함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정도로 민석은 루한을 잘 따랐고, 루한은 민석을 잘 챙겨주었다. 덕분에 민석의 엄마 손에서 건너오는 수박과 떡, 화채 등의 간식들은 보너스로 챙길 수 있었다.
10년 후.
루한이 벌써 28살이 되었고, 민석은 이제 18살이 되어 두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루한의 나이가 되었다. 회사일이 바빠지면서 한동안 민석을 보지 못했었다. 그러다 며칠전 5년만에 만난 민석은 어느새 훌쩍 자라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민석도 한동안 루한을 잊고 살았었는지 두사람이 5년만에 만났을 때 서로의 표정은 반가움보다는 놀라움이 더 컸다.
그 때부터였다. 민석이 매일같이 루한을 쫓아다니기 시작한 것이.
"아저씨!"
"너도 참 부지런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을 부르며 다가오는 민석에 루한이 혀를 내두른다. 민석의 등교시간보다 한시간이나 일찍 출근을 하는 루한이다. 하지만 민석은 그 1시간을 우스워하며 매일 꼬박꼬박 루한 출근시간에 얼굴을 보인다. 자기 방에서 손을 흔드는 것도 아니다. 등교시간은 아직도 멀었는데 교복까지 갖춰입고 대문 앞에서 기다리는 민석의 모습은 루한이 회의감을 느끼게 한다. 내가 너 나이 때는 5분을 더 자려고 용을 썼었었는데. 루한의 한탄에 민석이 픽, 하고 웃는다.
"오늘도 역시 수트 입었네요?"
"회사원이니까."
"아저씨, 안 더워요?"
"더워. 넌 시원해 죽겠지."
루한이 민석의 하복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대답한다. 루한의 시선이 민석의 팔뚝을 향했다. 괜히 부끄러워진 민석이 자신의 팔뚝을 쓰다듬는다. 루한이 어깨에 두른 가방을 한번 고쳐매고 부지런하게 걷는다. 오늘 가자마자 제출해야할 서류가 있어 그의 발걸음은 다른 때보다 급했다. 그바람에 민석이 조금 힘들었는지 숨이 가빠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부지런히 루한을 따라간다. 루한이 힐끔 눈을 돌려 민석을 바라보았다. 얘는 왜 이렇게 자신을 따라다니는걸까. 옛 정을 생각해도 이정도로 쫓아다닐 만한 이유는아니었다.
"아저씨."
"왜."
"오늘 바빠요?"
"응."
"... 많이 바빠요?"
"아마도?"
"..."
민석이 열심히 쫓아오면서 물었고 루한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자신의 대답에 갑자기 시무룩해진 민석을 보며 루한이 묻는다. 왜?
"아, 아니에요."
민석은 하려던 말을 뒤로 감추고 말았다. 그때 루한이 우뚝 멈춰섰다. 뒤따라오던 민석이 멈춘 루한을 보며 의문을 띄우자 루한은 획 돌아 민석을 마주보았다. 순간 얼굴이 가까워지자 민석은 숨을 들이마셨다. 민석의 고개가 차마 루한을 마주하지 못하고 뚝 떨어진다. 루한은 태연하게 난 이쪽, 넌 저쪽. 하며 민석에게 길을 알려주었다.
"아..."
"그리고 난 아저씨가 아니라 형."
할말을 마치고 무심하게 돌아서는 루한의 뒷모습을 민석은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루한이 마지막에 한 말을 되새기며 민석이 피식 웃음을 흘린다.
"에이, 안바쁘면 나랑 놀러가자고 하고 싶었는데..."
아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아쉬움을 담아 중얼거린 민석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학교로 발길을 돌린다.
+ 독방징이 써달래서 한번 써봄
뒷얘기를 써.. 말아...
일단 자고 내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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