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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씨, 이거 오늘 회의때 쓸 자료니까 복사 부탁해요."

"아, 네!"




루한이 오전내내 작성한 자료를 출력해 옆자리의 인턴에게 넘겼다. 일하는 내내 넋을 놓고 루한의 얼굴을 훔쳐보던 그녀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 자료를 받아 복사기로 뛰어간다. 허겁지겁 달려가는 모양새에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루한은 그녀를 믿어보기로 한다. 그제야 허리를 뒤로 제끼며 몸을 편 루한이 피로한 눈을 감는다. 매일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눈이 빠질 것만 같았다. 눈을 감아도 부들부들 떨려오는 눈꺼풀에 통증을 느낀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눈이 편안해지는 시간이 있다. 출근길과 퇴근길에 보는 민석을 보는 시간이었다. 감은 두눈 위로 루한은 민석을 떠올렸다. 자신의 허리춤에 오던 녀석은 어느새 자기 어깨까지 자라있었다.




"흥, 꼬마주제에."




자신을 바라보는 민석의 눈빛. 바보가 아니라면 같은 남자가 그의 눈빛을 모를리가 없다. 어쩌다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보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민석의 눈빛은 루한의 마음을 어지럽히기 충분했다.




"꺄악!!"




민석을 떠올리며 고민에 빠진 사이 그의 뒤에서 여직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뜨고 뒤쪽을 돌아본 루한은 거친 한숨을 쉬었다. 복사 하나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인턴때문에 루한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잔뜩 얼굴을 붉힌 채 어쩔 줄 몰라하는 희선을 밀어내고 복사버튼을 꾹 누른다.


학교에 간 민석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고있었다. 쉬는시간에도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탓에 그의 친구들은 자리에 꿀단지라도 챙겨놨냐며 투덜거리기 일수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민석의 반에 행차한 세훈이 민석 옆에 앉아 자고있는 종인을 깨우고 민석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하이!"

"하이는 무슨. 좀 곱게 깨워라, 미친놈아."




세훈이 종인의 뒷통수를 미친듯이 때린 탓에 얼얼한 모양이다. 얼굴이 버려진 찌라시 마냥 마구 구겨졌다. 세훈은 들은 체도 하지않고 민석을 향해 웃고 있었다. 그런 세훈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종인이 그의 엉덩이를 찰싹, 찰지게 때렸다. 세훈이 그제야 벌떡 일어나 종인에게 숨겨둔 발톱을 바짝 세우니 곧 두사람의 사투가 벌어지고야 만다. 민석은 두사람이 자신의 뒤에서 그러던 말던 턱을 괸 채 창밖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참으로 소란스러운 풍경이었다.


세 사람의 모습 위로 10년 전의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일어난 소동이 오버랩이 되었다.




*




"변백현 뒤질래?"

"내가 왜? 너나 나가 죽어버려."

"또 시작이냐?"




우당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찬열과 백현이 또다시 배틀을 시작한다. 별거아닌 일에도 붙었다하면 싸움질을 하는 두사람에 루한은 고개를 내젓는다.




"키도 땅콩만한게 진짜 죽여달라고 절하는 것도 아니고."

"키만 멀대같이 크면 다냐? 실속도 없는 놈이."

"뭐야? 너보다 좇만한 것보단 낫거든?"

"씨발? 넌 거기가 좇만도 못해서 살겠냐?"

"개새끼야, 말 다했냐?!"




결국 두사람 사이에 주먹질이 오고간다. 하지만 루한은 말릴 생각이 없어보였다. 반장이 루한에게 다가와 좀 말려달라고 부탁해보지만 그는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저기 껴서 내가 맞으면 어떡해? 참으로 이기적인 발언이었다. 결국 학생주임이 나타나서야 두사람은 주먹다짐을 멈추었고 두사람은 학생주임에게 귀를 잡혀 질질 끌려갔다.




"아아! 아파요!!"

"아, 쌤. 내 귀 더 늘어나잖아요!!"




끌려가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두사람의 입에 루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학생주임의 폭풍잔소리에 노출되어 잔뜩 기가 빨린 채 교실로 돌아온 찬열과 백현은 여유롭게 앉아있는 루한에게 다가와 뒷통수를 시원하게 내리친다.




"이 얌체같은 새끼."

"미쳤냐?"

"우리 끌려가는 거 보니까 좋았냐?"

"아니. 완전 좋던데?"




루한의 대답에 백현과 찬열이 약이 잔뜩 올라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반에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을 받으며 한참 시끄럽게 놀던 세사람은 제풀에 지쳐 모두 책상에 엎어졌다.




"이따 농구하러 가자."

"또 한강으로 갈거야?"

"아, 난 못가."




찬열이 오늘도 어김없이 농구를 제안하고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디로 갈거냐고 묻지만 루한은 쏙 빠져나갔다. 찬열이 눈을 흘기며 루한을 바라보았다. 또 빠진다고? 루한은 그저 하하 웃는다. 백현도 그런 루한에게 요새 끝나자마자 바로 가는 것 같던데? 물으니 루한이 민석을 떠올리며 피식 웃는다. 요새 집에 고양이가 놀러오거든. 알수없는 루한의 말에 백현과 찬열이 그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




결국 종인이 두 손을 들었다. 세훈이 승리에 도취되어 세레머니를 남발하다가 다시 혼자 세상을 따돌리며 살아가는 민석에게로 붙었다. 민석이 바라보는 시선 끝에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세훈이 그 시선을 따라가 보지만 바람에 매몰차게 흔들리는 나무만 우뚝 서있을 뿐이다.




"도대체 뭘 보는거야?"

"내가 뭔가 보고있는 것 같아?"




오히려 민석이 되묻자 세훈은 소름이 돋았다. 미친새끼야, 꼭 귀신이라도 보는 것 같잖아. 결국 세훈이 닭살이 돋은 제 팔을 열심히 쓰다듬으며 민석에게서 떨어진다. 민석은 그런 세훈을 보고 그저 미소만 지었다. 세훈이 종인의 옆으로 가 민석이 이상하다며 난리를 친다. 결국 하도 난리치다가 세훈은 종인에게 한대를 맞아야만 했다.


종인이 학교 마치고 치킨을 먹으러 가자는 말에 민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오늘 끝나고 오랜만에 루한과 놀고싶었지만 그가 바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하고 싶은 일도 없어졌고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의 제안에 쉽게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동의와 함께 종이 울리니 세훈이 제 반으로 돌아가고 종인은 다시 책상에 엎어져 잠을 청한다.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 창밖에서 들어오는 바람도 적당하니 민석도 루한의 생각을 잠시 접고 책생에 조용히 엎드려 잠을 청한다. 수업을 하러 들어온 선생님은 그저 시간표가 거지같다며 속으로 신세한탄을 하고 혼자만의 수업을 진행할 뿐이었다.




"야!! 내일 연락해!!!"




종례가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하는 인사때문에 학교 안은 매우 소란스러웠다. 누가 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르는 인사가 끝나고 나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두두두- 달려 건물을 빠져나가 정문을 향한다. 후문으로 향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큰 대로가 나오는 정문을 이용하는 편이었다. 민석, 종인, 세훈도 마찬가지였다. 아까처럼 세훈과 종인은 투닥거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민석은 두사람을 보며 웃느라 바빴다. 건물을 빠져나와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정문으로 향하던 세사람은 정문 앞에 몰려있는 인파에 얼굴 위에 물음표를 띄울 수 밖에 없었다.




"병아리라도 파나?"

"미친, 여기가 무슨 초등학교냐?"




종인의 질문에 세훈이 혀를 차며 대답했다. 확실히 병아리는 아닌 것 같았다. 학생들이 모두 서있었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이라도 온거 아니야? 세훈과 종인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먼저 달려가 수많은 인파 사이로 끼어들었다. 민석은 저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연예인도 어차피 우리랑 똑같은 사람일 뿐인데 왜 저렇게 난리인 줄 모르겠다. 그런 연예인보다 아저씨가 훨씬 더 잘생겼는데. 민석이 아침에 만난 루한을 떠올리며 히죽히죽 웃었다. 오늘 아침에 만난 그는 어김없이 멋있었다. 푸른 빛을 띠 수트에 마리까지 깔끔하게 넘긴 그의 모습은 정말 웬만한 연예인 저리가라였다. 멀찍이 떨어져 땅을 구르는 발장난을 하면서 종인과 세훈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으려 했다. 그런데 순간 익숙한 목소리의 민석의 귀가 쫑끗, 반응을 했다.




"아, 좀 비켜보라니까. 앞이 안보이잖아."

"!"




아저씨? 민석의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얼마나 보고싶으면 이제 환청까지 들리냐.. 민석의 어깨가 축 늘어진다. 그러나 그 환청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그의 귓가에 멤돌았다.




"비키라니까? 워~워~"

"..."

"제발 좀 비켜주라. 씨발, 이러다가 걔 그냥 가버리면 너네 책임질꺼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생생해지는 목소리에 민석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곧 그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까지 불렀다.




"어? 저깄네. 민석아, 김민석!"




환청이 점점 심해지자 민석이 귀를 파려고 손을 드는데 순간 정문에 몰려있던 인파가 모세의 기적처럼 쫙 갈라졌다. 그 사이에서 당당히 걸어나오는 인물에 민석의 입이 쩍 벌어진다. 환청에 이어 환영까지 보는 것인가... 하지만 민석을 향해 웃으며 걸어오는 사내를 보며 민석이 작게 탄식을 터뜨렸다.




"아저씨..."




+ 미안.. 쓰다보니까 손이 점점 똥이 되어 가고 있어...
  나 계속 써도 되는거니...?
  재미없으면 일찌감치 포기할라고 쓰다가 올리는거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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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68.179
아니요...이것은 너무 재밌는걸요...그다음을 빨리...행쇼시캬주세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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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쓰니 사랑한다.....계속써주세여ㅠㅠㅠ 추천누르고 조뇽히 사라짐ㅠㅠㅠㅠ아ㅠㅠㅠㅠ진짜 오아시스같다ㅜㅜㅜ 계속 싸쭤!!!!계속!!!!!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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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55.27
ㅠㅠㅜㅜㅠㅠ적어줘여ㅠㅜㅜㅜ쟈까니뮤ㅠㅜㅜㅜㅠㅠ헝 ㅠㅜㅜㅜㅠㅠ뭐야 루항 왜 치킨먹는 민석이 데리러 오는거야ㅠㅠ치킨은 먹어야함다고ㅜㅠ는 사실 내가 다이어트중이라 치킨못먹어서 죽을 것 같아서 하는 말...헣 배고파...☆★ 근데 쟤네는 사랑을 먹고있네...☆★부럽다...ㅠㅠ 아 근데 뭔가 쎄한게 저 복사못하는 인턴이 꼬리치고 막 그러진않겠뎌? 루항은 밍쏙꺼야ㅠㅠ 건들이지마!!!!!!ㅠㅠ 다음편 기다립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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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세에상에.... 자고인났는데 신알신ㅜㅜㅜㅜ 계속 써야 합니다ㅜㅜㅜㅜㅜ 꿀잼ㅜㅜㅜㅜㅜㅜㅜ 민석이학교는 공학인가보네옄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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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니 쓰면서 똥이되어가고 있다녀ㅠㅠㅠㅠㅠㅠ점점더재밌는데퓨ㅠㅠㅠㅠㅠㅠㅠㅜ훨씨뉴ㅠㅠㅠㅠㅠㅠ네어서다음편,다늠편을원합니다....현기증나여...아아아...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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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ㅇ아뇨무슨그런소릴계속써줘요제발계속쓰란말입니다흥어허으허으ㅏ우허아흐흐어ㅇ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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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헠작가님언제오시는거에요유보고시펑어표욮얼릉얼르넝세요ㅠㅠㅠㅠㅜㅠㅠㅠㅠㅜㅜㅠㅠㅠ다음편얼르뉴ㅠㅠㅠㅠㅠㅠ(휘청)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정신업사듀ㅜㅠㅠㅜㅠㅠ얼르너오세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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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자까님 어디계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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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읔역시루미뉴ㅠㅠㅠㅠㅠㅠㅠ현게ㅠㅠㅠㅠㅠ부부다ㅠㅠㅠㅠㅠㅠㅠ학교앞마주유ㅠㅜ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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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29.75
우어어어어얽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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