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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덜터덜 힘없는 발걸음으로 전화박스로 향한다. 수화기를 들고 익숙한 번호를표정 없이 누른다. '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 '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를 가슴에 묻는다. 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는다. 얼굴이 일그러진다.



작은 마을에 위치한 작은 놀이공원, 탈탈 돌아가는 회전목마 앞에서 나는 꽃을 나눠주며 손을 흔든다. 리본이 달린 귀여운 곰돌이 탈을 쓰고. 회전목마 앞에는 매일 여러 사람들이 다녀간다. 웃는 모습이 귀여운 아이부터 행복해 보이는 연인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하지만 난 언제나 한 사람만을 기다린다. 지금 내 앞에서 꽃을 달라고 손을 내밀며 활짝 웃어 보이는 내 옛 애인. 도경수만을 난 기다린다. 내가 경수에게 이별을 고한 그날부터.


안녕하세요. 저도 꽃 주세요. 흰색으로.


입술을 하트모양으로 만들고 눈이 휠 정도로 웃는다. 한 손으로 내 손을 잡고 흔든다. 한 손으론 인형탈을 뒤집어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는 인형 탈 아래로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 흰 꽃 분홍 꽃 빨간 꽃 색깔별로 한 송이씩 골라서 건네준다. 


흰색 한송이만 주셔도 괜찮은데..


또 웃는다. 이내 감사합니다. 하고는 뒤돌아서 가버린다. 매일 있는 일이지만 가슴이 아프다. 잡고싶어. 항상 속으로만 생각하고 가만히 지켜본다. 꽃을 든 손을 축 내리곤 무거운 고개도 축 내려버린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회전목마의 말들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 털썩 주저앉고 인형탈을 벗었다. 선선하게 바람이 부는 날씨임에도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오늘도 여전히 경수는 예뻤다. 그게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헤드폰을 썼다. 신나는 팝송이 흘러나온다. 옆에 놓아두었던 반쯤 찢긴 사진을 들고 뚫어져라 쳐다봤다. 




백현아, 여기 좋다. 그치?

응. 그러게.


경수는 나를 보며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웃는다. 나도 경수를 보며 활짝 웃었다. 흐흐.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며 내 어깨에 슬쩍 기댄다. 나는 그게 귀여워서 또 웃으며 경수쪽으로 머리를 기운다. 우리는 종종 작은 놀이동산에 놀러오곤 했다. 놀이기구를 워낙 좋아하는 경수덕이었다. 놀이기구를 타는 게 좋아, 내가 좋아. 하고 물으면 당황스러워하는 눈을 도륵 굴리며 너가 조금 더 좋아! 하고 답한다. 난 그게 또 귀여워서 웃는다.


경수야, 밥 먹으러 갈까?

뭐 사왔는데?


눈을 반짝이며 가방을 뒤적인다.


와, 김밥에 녹차에 과자에.. 왜 이렇게 많이 사왔어.


그 말에는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썼어. 라는 뜻이 숨겨져있을 것이다. 나는 말없이 웃으며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가자, 경수야.



꽃을 나눠주려 고개를 들어 탈을 쓰고 꽃을 들었다.


야. 나도 꽃 좀 줘봐.


고등학생 무리가 다가와 기분나쁘게 비웃으며 툭툭 밀친다. 눈썹이 징그려졌다. 하지만 탈은 웃고있다. 나는 조용히 고개만 젓는다. 그러자 욕을 퍼부으며 나를 둘러싸고 마구잡이로 때린다. 꽃이 떨어졌다. 줍고싶지만 주울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보고도 못 본 척 지나간다.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맞기만한다.


너희들 뭐하는 거야! 그만해!


나에게서 고등학생 무리들을 떼어놓으며 외친다. 경수가. 타겟이 나에서 경수로 바뀐다. 경수를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어물쩍 말린다. 삑삑. 시끄러운 호루라기 소리를 내며 경찰이 달려온다. 고등학생 무리는 욕짓거리를 뱉으며 도망친다.


괜찮으세요?

아, 네. 괜찮아요. 저보다는..


말을 흐리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괜찮다고 손을 내저었다. 경찰이 다가와 괜찮냐며 인형 탈을 벗기려든다. 나는 한손으로 인형탈을 꾹 누르고 남은 한 손을 내저으며 보이지도 않을 억지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럼 이거라도..


옆에서 경수가 주섬주섬 손수건을 꺼내어 내 손에 쥐어준다. 그리곤 경찰과 함께 멀어진다. 쥐어준 손수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저녁쯤이 되어서야 나는 옷을 갈아입는다. 아무도 없는 구석진 벤치에 앉아 인형탈을 내려놓고 반씩 양쪽으로 찢어진 사진을 손으로 붙여본다. 경수와 내가 팔짱을 끼고 서있다. 환하게 웃고있다. 



포장마차 안에서 '입사지원서' 라고 쓰여진 종이만 쳐다보고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에 손을 짚었다. 멀리서 경수가 보인다. 나는 얼른 입사지원서를 접어 책상에 내려놓는다. 그리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웃어보였다.


백현아, 할말이 뭐야?


어느새 다가와 내 앞에 앉고는 고개를 쑥 내밀어 물어본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헤어지자.


경수의 표정이 굳는다.


미안해, 경수야.


얼마 지나지 않아 경수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난 얼굴에 웃음을 지우지 않고 포장마차를 빠져나갔다. 경수의 울음소리에 발걸음이 멈칫 했다. 경수의 울음소리에 눈물이 나왔다. 가슴이 미어졌다.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어 웃으며 처다보다 미련없이 반으로 찢어버렸다. 사진 속에 나와 경수가 갈라졌다. 



찢어진 사진을 손으로 붙이고 쳐다보다 내 앞으로 지나가는 다정한 커플을 무심코 바라봤다. 경수와 경찰이었다. 사진 속 나와 경수처럼 팔짱을 끼고 활짝 웃고있다. 저 경찰을 떼어내고 내가 옆에 서있고싶었다. 잡고싶었다. 잡고서 사랑한다고 말하고싶었다. 나와 있을 때보다 더 행복해보이는 경수의 모습에 고개만 푹 숙이고 웃었다.


야. 저거 걔 아니냐? 놀이동산?

어, 맞네. 시발년.


경수는 모른 척 넘어가려했지만 고등학생 무리중 한명이 경수의 팔을 끌어당겨 벽으로 밀쳤다. 세게 부딪힌 탓에 아픈듯 얼굴을 찡그린다.


싸가지는 드럽게 없는데 얼굴은 예쁘네. 사내새끼가.


경수는 그저 째벼볼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경수를 밀어재낀 학생이 손을 올려 경수를 때렸다. 나는 얼른 인형탈을 쓰고 달려가 경수를 팔로 감쌌다.


뭐야. 이새끼는 또.


경수에게 향했던 손이 나를 가격한다. 뒤에 있던 학생들도 이때다 싶어 나를 경수에게 때어네고 바닥에 눞혀 발로 밟아댔다.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맞기만 했다. 경수는 안절부절 못하며 눈물을 글썽이다 전화를 건다. 찬열씨, 빨리 와줘요. 저 멀리 경찰이 뛰어온다. 경찰 이름이 찬열인가보다. 학생들은 질렸는지 침을 퉤 뱉으며 가버린다. 찬열이 온 것을 보고 다행이다. 하며 힘없이 웃으며 탈을 벗고 뛰어갔다. 경수와 찬열은 나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다행이었다. 사실 서운했다. 알아줬으면 하는 바램이 없지않아 있었다. 마음이 허했다. 경수는 인형탈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는 민석이 엑구공 뮤비.. 처음 써본 글이라서 뒤죽박죽..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띄어쓰기나 맞춤법이 틀렸어도 너무 화내지는 마세요.. 지적해주시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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