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벌써 3월 모의고사를 치는 날이 되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녀석들과도 어느샌가 친구가 되어있었고 졸리기만 했던 야자도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사실 익숙해졌다는 건 선생님 눈을 피해 잠을 자게됬다는 거지,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3월 모의고사를 시원하게 망쳤다.
"야, 피씨방 가자."
방금 전 모의고사를 채점할 때만 해도 울상이던 종대가 말했다.
3월 모의고사에 관해 실컷 잔소리하던 담임 선생님과 모의고사에 그여진 붉은 빗금은 잊은 지 오래였다.
그저 오늘은 빨리 마치는 날로 놀러갈 생각으로만 가득하다.
"안 돼. 나 여친이랑 데이트있어."
백현이 폰을 두들기며 딱 잘라 말했다.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가는 선배를 보고 반해 그 자리에서 바로 고백했는데 차이지 않고 잘 사귀고 있다.
"야 너는 우정보다 사랑이 중요하냐아?"
종대의 찡찡거림에 백현은 응! 하고 밝게 대답하다가 종대한테 머리를 맞고 지랄지랄을 해댄다.
저런 놈이 여친이 있다니. 그 선배도 참 불쌍하다.
그리고 한참 종대와 투닥대던 백현은 벨소리에 얼른 전화를 받고 별 되지도 않는 애교를 피우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애교섞인 목소리에 종대는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채로 중얼거렸다.
"으, 토할 거 같아."
"동감."
"아, 근데 너는 갈거지? 피씨방. 가자아~ 응? 가자!"
"나도 안 돼."
"뭐야? 너도 여친이랑 데이트하냐아????? 나만 빼고 다 여친있어?"
"아니, 몽구랑 산책. 야자 때문에 잘 못 놀아줬거든.
정 가고 싶으면 박찬열이랑 가."
내 말에 내가 개보다 못 하냐면서 찡찡대던 종대는 아직도 퍼질러 자고 있는 찬열을 흔들어 깨웠다.
침까지 흘리며 자던 놈은 종대가 피씨방가자는 말에 벌떡 일어나 신나게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넣을거라곤 연필이랑 지우개, 그리고 야한 잡지밖에 없었지만.
"야, 넌 안 가냐?"
찬열의 말에 나는 주번이라고 짧게 말한 후, 청소도구함으로 갔다.
그리고 먼저 가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녀석들은 후다닥 교실을 뛰쳐나간 뒤였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방해만 되기에 먼저 가라고 할 거였는데.
대충 주변을 정리한 후 창문과 뒷문까지 다 잠그고 앞문까지 잠구고 열쇠를 교무실에 갖다놓기 위해 교무실로 향했다.
마주치는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국어 선생님이 날 불러세웠다.
아직 7반의 열쇠가 없으니 나보고 확인하고 오라는 거였다.
귀찮았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7반으로 향했다.
7반은 아예 우리 반과 건물이 다른 곳에 위치해서 7반으로 갈려면 2층으로 가서 두 건물을 연결해주는 복도를 지나야했는데,
이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들리는 끽끽거리는 소리, 마치 빗물 가득한 장화를 신고 쥐를 밟는 듯한 그 소리에 지나간 적이 거의 없었다.
어차피 음악실이나 미술실, 급식실로 가는 길은 모두 우리 건물에 있었으니까.
2층까지 올라가 복도를 지나고 있는데 반대 쪽에서도 끽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7반 주번이 아닐까 하며 가만히 팔짱끼고 기다렸다.
잠시 후, 시선을 책으로 고정한 채 천천히 걸어오는 도경수가 보였다.
"니가 7반 주번이야?"
도경수는 철벽으로 유명해서 이름쯤은 알고 있었지만 녀석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우린 만난 게 입학식 때를 제외하고 없었으니까.
아니, 솔직히 만났다기 보다는 그냥 눈만 살짝 마주쳤을 뿐이다. 그마저도 내 착각일지도 모르고.
그리고 내 물음에 도경수는 시선을 책에서 나로 돌리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 빨리 열쇠 갖다놓으래."
"응."
나는 그 대답을 듣고 다시 뒤돌아 복도를 나가다가 문득 끽끽대는 소리가 내가 내는 소리말고는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보았다.
도경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옛날 우리학교 구조인뎅... 설마 팬픽에 쓰일 줄은...ㅋㅋㅋㅋ
포인트 얼마 되진 않지만 댓글쓰고 돌려받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