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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버렸다. 두 다리는 잘리고 두 눈은 멀어버렸다.

 

'영재야.'

 

어렴풋이 보이는 빛을 멀어버린 두 눈은 감지할 수가 없었다. 앞을 억지로 보기 위해 아무리 어떤 행동을 해 봐도 그대로였다. 절망스러웠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내 앞에 바로 있을텐데. 그 목소리가 너무도 선명하게 잘 들리는데. 걸을 수 없어 팔을 뻗으면 손에 잡히는 것이라곤 없었다. 분명 그 마른 팔이 내 손에 잡혀야하는데, 큰 눈이 내 손끝으로 느껴져야하는데.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길을 잃었다는 사실보다 무서운 건, 내 다리를 잘라버리고 내 눈을 멀게 해 버린 정대현이 미치도록 보고싶다는 사실이었다. 내 다리와 눈이 멀쩡하다는 사실보다 다행이었던 건, 정대현의 얼굴이 아직까지도 기억이 난다는 사실이었다.

 

 

/

 

 

아직까지도 내 눈에는 정대현이 잘 보인다. 가끔은 그 모습이 예전과 너무도 똑같아서 울기도 한다. '남자답지 못하긴.' 정대현이 한 말이 귓가에 멤돌았다. 그 소리에 괜히 웃어버렸다. 변함이 없다. 정대현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는 것 같았다. 사실보다는, 내 바램이지만. 밤새 악몽에 시달린 내 몸을 뉘어준 침대에서 겨우 몸을 일으켰다. 발걸음을 옮길때 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차라리 평생 아프면 좋겠다. 아프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겨를마저도 없어져서, 아예 그 생각 자체를 못하도록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정대현은 내가 아플때마다 항상 이것저것 챙겨줬었다. 그래서 괜히 아픈 척을 했을 때도 조금 있긴 했었다. 그러다가 머리가 아프다고 한 적이 있었다. 정대현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멍하니 있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이유를 모를 것만 같았다. 당황스러웠다. 그 이후로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를 못하게 되었다. 지금 나는 너무 아픈데, 그것도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픈데 정대현이 없다. 정대현이 만약 있었다면 울었을까, 아니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챙겨줬을까. 왜, 정대현 너 아무렇지 않은 척 잘하잖아. 내 눈앞에 보이는 그가 나를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 얼굴을 다시 내 눈앞에 보이게 하고 싶은데, 내 눈에만 보여서 그 어떤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눈에 뭐가 들어간 것만 같은데 건드릴 수가 없었다. 정대현이 바로 사라질 것이란 걸, 내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어서.

정대현은 내 꿈속에서 나를 계속 시달리게 한다. 그를 보는건 좋았지만, 그가 우는건 싫다. 그게 나 때문이라면, 더더욱. '영재야, 미안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미안해하면 안 되는데. 꿈속에서 우는 그를 꽉 안아주고만 싶었다. 눈에 흐르는 눈물을 내 손으로 닦아주고 싶었다. 그게 안 된다. 꿈 속의 나는 걸을 수도 없고, 앞을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우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건, 그의 목소리가 내가 아프다고 했을 때의 목소리와 소름이 끼치도록 똑같았기 때문이다.

 

 

/

 

 

종업이의 성화에 못 이겨 바닷가를 향해 억지로 몸을 옮겼다. 나는 바다가 싫다. 신발 사이로 들어오는 모래도 싫고, 하얀 거품을 이고 오는 바닷물도 싫었다. 정대현은 바다를 좋아했다. 나를 항상 억지로 끌고 바닷가로 갔다. 그와의 마지막도, 이 바다였다. 그래서 나는 바다가 싫다. 정대현이 이곳에 있어서, 마지막으로 있어야 했던 곳이 이곳이여서. 그래서 싫었다. 종업이는 그런 나를 보고는 성격 참 못났다며 내게 말해왔다. 나도 잘 알았다. 바닷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종업이가 청승맞은 짓 하지 말라며 나를 말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종업이가 맥주캔 하나를 건네왔다. 보자마자 토기가 밀려왔다. 종업이가 그걸 눈치 챈 건지 캔을 치웠다. 바닷가에서 술 마시면 안 돼. 종업이가 그 말에 한숨을 쉬고는 나를 일으켰다. 나는 바다가 싫고 이곳이 싫지만, 이곳에서 가기도 싫었다. 하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종업이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고, 종업이는 내 어깨를 다독여줬다. 동생 앞이라서 보이기 싫었던 눈물이 참을 새도 없이 쏟아졌다. 대현아, 여기 너무 추워. 게다가 쓰레기도 막 나뒹굴어. 바다가 그가 사라진 이후로 점점 변해갔다. 보기 흉한 몰골을 한 바다가, 나를 더 서럽게 만들었다.

 

'영재야, 내가 많이 사랑했어. 지금도 많이 사랑해.'

 

가슴이 아려왔다. 왜 꼭 그말을 제일 끝에, 우리라는 말을 쓸 수 있었던 때의 가장 끝에 썼던 것인지. 나도 사랑해, 지금도 많이 사랑해. 나는 아직까지 그 말을 할 수 있는데. 왜 너는 그 말을 듣지 못하고 가 버린건지. 네가 다시 돌아올 수가 있다면, 꼭 해주고 싶어. 네가 돌아올 수 없다면, 내가 가버리고 싶어. 하지만 내가 그에게 간다 하더라도 우리가 만날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

 

 

겨울이 왔다. 눈이 내렸다. 머리는 더욱 더 아파왔고 준홍이가 나를 억지로 끌고 병원으로 갔다. 그 날이 정확하게 내 생일이었다. 나는 생일선물을 받지 못했다. 준홍이는 내 앞에서 아이처럼 울었고, 의사선생님은 아무 말도 없었다. 재작년처럼, 그때의 너와 나, 그리고 의사선생님처럼 된 것만 같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운 건 나였고, 그런 나를 보고 아무렇지 않은 척 남자답지 못하다며 웃음을 지어낸 것은 너였다. 그 때엔 네가 웃는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막상 내가 그 상황에 닥치니 정말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준홍이가 우는 모습이 못나 보였다. 못났다고 말하고 웃으니 준홍이가 더 서럽게 울어댔다. 머리가 아파왔다. 얼굴이 일그러지자 준홍이가 '형, 형.'하고 나를 불렀다. 준홍아, 내가 네 말에 답해주고 싶고, 우는 너를 달래주고 싶은데 내가 너무 아프다. 우는 준홍이의 앞에서 잠을 청했다. 자고 싶었다. 꿈 속에서 너를 만나고 싶었다. 이번에는 울지 말았으면, 내가 아파도 너는 울지 말았으면 좋겠다.

 

'영재야, 아프지 마.'

 

신기한 건,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아픈 게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는 거다.

 

"형, 나 진짜… 형 죽으면 안 돼요. 가지 마요. 아프지 마요, 제발……."

 

고요한 병실 속에서 준홍이의 애절한 목소리가 울려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

 

 

미칠듯이 아파왔다. 어떤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죽을 것만 같았다. 종양이 커져 나를 삼키는 것만 같았다.

그 사이에 나는 병원을 옮겼다. 바닷가로, 우리의 마지막이 있던 곳으로. 바다가 훤히 보이는 창가에서 네 모습을 보았다. 밝게 웃고 있는 너를.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나왔다. 다행이였다. 너는 그래도, 그래도 강해서. 끝까지 웃으면서 떠나서, 아파도 아파하지 않았어서. 꿈 속에서 다시 너를 만났다. 내 몸은 멀쩡했었다. 앞에 보이는 너를 따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너는 울지 않고, 오히려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에게 가까이 가면 갈 수록 얼굴빛이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오지 마.' 네가 끝으로 뱉은 말은 차갑고도 차가웠다. 그 말에 놀라 잠에서 깼다. 주위를 둘러 보니 엎드려 자고 있는 준홍이가 있었다. 괜히 미안했다. 준홍이의 손에는 탁상달력이 있었다. 손을 뻗어 그 달력을 잡았다. 달력에는 6월이라는 가장 큰 숫자가 있었고, 많은 날짜들이 적혀 있었다. 벌써 6월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네 생일이었다. 해 줄수 있는 것이 없었다. 준홍이는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고, 나는 다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죽을 것 같았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지금 죽는다고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나는 너무 아팠다.

 

"…대현아."

 

너를 만날 수 없더라도 너를 찾아야겠다. 네가 오지 말라고 하더라도 너를 따라가야겠다.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네가 있다는 희망 속에서 너에게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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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아련하네요.... 슬프다
11년 전
독자2
우와..ㅠㅠㅠㅠㅠㅠ 잘읽었어요!!!ㅠㅠㅠㅠㅠㅠ 영재...ㅠㅠㅠㅠㅠㅠㅠ흐어ㅠㅠㅠㅠ
11년 전
독자3
영대ㅜㅜㅜㅜㅜㅜㅜㅜ
11년 전
독자4
으ㅡ어...아련아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5
아...혹시 daddy회원이신가요??
대깔홈...

11년 전
이아
....모르는 척 해주세요
11년 전
독자6
네ㅎ근데글참잘쓰시네요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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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P [B.A.P/대영] neve 上6 이아 08.0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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