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회/김진환] 버스안에서
W. 322
처음엔 아닐거라 생각했다 무언가 착각을 했으리라, 그런데 지금 사실을 인정하듯 어떤이의 손이 제 엉덩이를 지분거렸다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과 겹쳐 사람이 많아진 버스 안에서는 성추행이 흔하게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건장한, 아니 건장하진 않지만 성염색체를 남성으로 가지고 있는 남학생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던가.
끊임없이 엉덩이를 지분거리는 손이 거슬려 툭 쳐보기도 했지만 소리를 지르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을것이라 여겨져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야"
제 앞에서 나지막히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앉아있는 사람을 바라보자 자신과 같은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자신을 바라봤다
명찰색이 다른걸 보니 분명히 나보다 어린데 라고 생각한 진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구준회라고 적힌 명찰을 쳐다봤다
한참동안이나 인상을 찌뿌리며 진환을, 아니 정확히 진환의 엉덩이를 만지는 손을 쳐다보던 준회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진환을 앉혔다
진환의 뒤에 서있던 아저씨는 적잖이 당황한듯 저보다 키가 한참이나 큰 준회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황급히 다음정거장에서 하차했다
"고마워 준회야, 너 다시 앉을래?"
진환의 물음에 준회가 고개를 저으며 앉아있으라고 말했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학교주변 정거장에 다다르자 준회가 진환에게 손을 내밀었다
진환이 당연스레 제 손을 올리자 준회는 뭐냐는 식으로 진환을 바라보고는 버스카드. 했다
민망한 미소를 짓고 주섬주섬 버스카드를 꺼내 내밀자 한손으로 진환의 손을 가볍게 잡고 일으킨 준회가 버스카드를 찍었다
순간적으로 어린아이가 된듯한 기분에 머리 언저리를 긁적인 진환은 버스에서 내린지 한참이 지나서야 느껴지는 이질감에 놀라
준회와 마주잡고 있는 손을 들어보이며 준회에게 말을 걸었다
"준회야 이것좀."
준회는 모르는척 진환에게서 고개를 돌리고는 묵묵히 제길을 걸었다
"근데 지금 어디가"
"..."
"준회야?"
"내가 한번 도와줬으니까 내소원 하나 들어줘"
뜬금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어이가 없어 짧은 탄식을 내뱉은 진환이 고개를 저으며 싫다고 하자 준회는 인상을 찌뿌리고는 저를 따라오라며 진환을 잡아끌었다
저를 잡아채는 힘이 어찌나 억센지 뿌리칠수조차 없어 준회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렀다
"내소원 들어줄거야?"
인적드문 골목에 들어선 준회는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는 진환에게 물었다
진환은 무언가 잘못되고있다는 생각이 들어 입술을 깨물었다
"소원들어주기 싫으면 나한번만 도와줘."
제딴에는 소원보다는 낫다고 생각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준회는 그제야 밝은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골목안쪽으로 보이는 카페로 저를 이끌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 준회는 피아노 앞 테이블에 진환을 앉혔다 진환은 무슨 질문을 해야할지 많은 생각이 들어 눈을 굴리고는 물었다
"아까부터 생각한건데"
"...?"
"너 왜 아까부터 반말써. 나이도 어린게."
진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끅끅 거리며 배를 잡고 웃은 준회가 그럼 너도 써, 하자 진환은 도도하게 고개를돌리며 싫어. 너는 존댓말 써. 했다
그런 진환을 보던 준회는 잠시 고민하는듯 하다가 뭐 먹을래요 하며 진환의 어깨위에 손을 올렸다
목이 꺾일듯 고개를 들고 준회를 올려다본 진환은 아메리카노로 가져다줘 했다
준회는 살풋 웃어보이고는 아이스티로 가져올게요 하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 묘한 웃음이 미묘하게 기분이 나빠 입술을 깨물던 진환은 구석구석 사람의 손때가 묻은 카페를 두리번 거리다 제앞에 놓여진 하얀색 그랜드 피아노를 쓰다듬었다
건반을 누르자 청아한 소리가 카페에 울려퍼졌다
"피아노 칠줄알아?"
아이스티 두잔을 들고 나온 준회를 노려보며 진환이 어허말이짧다 하자 준회는 민망한 듯 조그마한 목소리로 요? 했다
"조금 칠줄알아. 넌?"
진환이 준회를 보자 준회가 이슬이 맺힌 아이스티잔을 내밀며 뭐 그럭저럭. 이라 답하고는 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아 맞다 근데 너 무슨 부탁하려고?"
진환의 질문에 대답을 회피하던 준회는 창가를 보다가 진환의 옆자리에 앉았다
"왜이래, 자리도 많은데"
진환이 불편한듯 몸을 구부리며 말하자 준회가 도와준다며 하곤 진환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진환의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때였다 카페의 문이 열린건.
"준회야 걱정했잖아 어디있었어...어?누구.."
예쁘장한 여자의 목소리가 카페에 울려퍼지고 진환은 자신을 뭐라 소개해야할지 잠시 고민했다
"아..저는 준회의..,"
"애인"
딱딱히 말하는 목소리가 낯설어 눈이 번쩍뜨여졌다
여자는 벌써 눈물을 떨구는 중이였고 저는 준회의 옆구리를 찌르며 거세게 항의했다
물론 눈빛만으로.
"헤어지자"
"..준회야.."
"이유는 봤으니까 안물어볼거잖아. 난 할말끝났는데, 할말 남았어?"
여자의 시선이 잠시 저에게 향했다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에 독기가 실려있어 진환은 고개를 숙이곤 아이스티에 꽂힌 빨대만 잘근잘근 씹었다
띠링. 경쾌한 종소리가 고요한 카페안에 울려퍼지고 싸한 분위기에 진환은 준회를 쳐다봤다
순간 눈이 마주쳐 그대로 시선을 돌린 진환은 눈알을 굴리며 준회의 시선을 가까스로 피했다
"궁금해요?"
"아니 정말 안궁금해."
단호한 진환의 대답에 준회는 또한번 웃음보가 터졌다 얼굴에 궁금하다고 다써있는데,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진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남의 연애사에 깊게 간섭하면 피해를 보기마련이라 진환은 궁금한 마음을 아이스티에 담긴 얼음과 함께 꾹 눌렀다
준회가 손을 들어 진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진환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란히 앉은 준회와 진환의 뒤로 노을이 지고있었다
유난히도 붉은 노을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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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쓴거 올리는데... 맘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부끄)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다행이구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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