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빙의글
인연 因緣
그 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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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만난 것은 따사로운 봄날이였다.
조선의 황녀인 나를, 이렇게 봄처럼 감싸 주었던 사람.
연이와 함께 장에 산책아닌 산책을 나갔을 때이다. 나는 스스로 몹시 들떠서 가만히 있질 못하였지만, 이런 나를 제지한 것은 연이였다. 연이는 이런곳에서 함부로 거닐면 안된다며 내 옷자락을 잡아 끌었다. 평소라면 뭣 하는것이냐며 연이를 다그쳤을 것이지만 그날은 그러지 않았으니, 그날은 나에게 너무나도 특별한 날이였다. 황녀에게 덜렁 궁녀하나와의 산책이 뭔말이더냐, 궁으로 돌아가 유모에게 된통 혼이 날것을 미리 예상하기에는 이 머리가 너무 아파와 뒷일은 정말 뒤로 미루기로 하였다. 아, 물론 연이의 처신은 내가 담당하기로 하였다. 이 모든것은 내가 주도하여 연이는 그저 따라오기만 한것이니까.
내가 장에 이런 모습으로 직접 나타난것은 손에 꼽아볼 정도로 적었다. 항상 행차한다며 가마안에 숨어 몰래몰래 지켜보는것이 모두였던 나에게 이런 경험은 색다르고 흥미로웠다. 특히 오늘은 봄날이라 벚꽃잎도 만개하여 주변 풍경 하나하나가 신기했다. 장에서 자리를 잡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 지게에 팔것들을 이고와 임시로 파는 사람들, 바닥에 앉아 전을 부치며 바로바로 파는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이 내가 곧, 아니 지금부터 살피어봐야할 것들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마음으로 장을 돌아다니니 어디 길을 안 잃겠는가, 나는 그 미로같은 곳에서 연이와 헤어지고 말았다. 여기는 어딘가, 하고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아까 보았던 머리에 꽃을 꽂은 아가씨나, 제 어미에게 엿을 하나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 계집아이나 한번이라도 보았던 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혼란스러워 이곳저곳을 누볐다. 길을 잃어버리면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것이 옳을 터인데, 한시라도 빠르게 연이를 찾아 궁에 돌아가고싶었다. 보호자없이 오는 장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아,"
그때였나, 내가 그 사람과 처음으로 마주치게 된 시간이. 한것도 없고, 연이랑도 헤어지고, 길도 잃어버린 와중에 황급히 뛰어다니다 어떤이와 부딪혔다. 짧게 나오는 탄식에 깜짝 놀라 얼굴을 들어보았더니, 생김새가 조선의 사람같지가 않았었다.
"어...괜찮으십니까?"
내가 그에게 물어야 할 판에 되려 나에게 상태를 확인했던 그 사람은 한마디 한마디 말을 건낼 때마다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말투도, 억양도 하물며 용모까지도 조선의 사람이 아니였다. 그렇지만 한눈에 보아도 동양인이였고, 그 중에서 꼽자면 마치 청의 사람같았다.
"괜찮습니다만..혹시 청의 사람이 아니신지요?"
"..네! 맞습니다!"
혹시 몰라 존댓말로 청의 사람이 아니냐 물으니 환히 웃으며 맞다 대답했다. 청의 사신들이 많이 들어온다더니, 이런 동네 장터에도 나오는구나. 나는 그를 빤히 바라보며 이목구비 이곳저곳을 뜯어보았다. 높은 코에 환히 웃는 얼굴, 동양인 치고는 높은 키를 가졌었다. 참 잘생겼다. 나에게 문득 든 생각이였지만 사실이였다. 사람이 잘생기기만 하면 무엇 하나, 성격까지도 그러하였다. 그는 내가 일방적으로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먼저 어눌한 말투로 괜찮냐며 물어왔다. 그는 내 생각속의 일반적인 청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예전에 청에 한 번 가본적이 있었는데, 나에게는 언어의 탓인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라와 그 사람들 전체가 모두 무서웠었다. 그러나 이 사람은 방긋방긋 웃으며 나에게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잘 대해주고는 날 어떻게 하려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내가 조선의 황녀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이리 좋은 대접을 해 주는 것은 아닐까. 별의 별 생각에 머리가 무거워졌었다. 내가 생각에 빠진 얼굴을 하자 그 사람이 나에게 물어왔다. 혹시 자기와 함께 돌아다녀볼 생각 없냐면서. 물론 지금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어눌하고 어두와 어미 처리가 맞지않는 이상한 문장이였지만, 나는 받아들였다. 혼자 있는 장터는 무서우니까.
그러나 내가 이때 간과한것이 있었다면, 나는 길을 잃었던 상황이라는것이다. 내가 길을 잃었다는것은 분명 어디선가 연이는 나를 계속 찾고 있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또한 맑고 청명하던 하늘은 점점 붉게 물들어갔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나를 이리저리 끌고다니며 말도 안통하면서도 이것저것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생각에 잠겨 이런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사람이 무엇을 사고, 무엇을 물어보고 답하는지. 온통 내 머리에는 궁에가서 혼날 생각과 연이 생각밖에 나지 아니하였다. 그렇지만 옆에 있는 그이를 보며 생각해보니 이렇게 행동하는것은 너무 미안하고 또한 무례했다, 부딪힌것부터 시작해서 그냥 모든것이.
"어...저기..."
그에게 말을 걸며 옷소매를 잡아끌자 그는 나를 바라봤다. 시간이 늦었다고, 나는 이만 가봐야될것같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설명했다. 이내 그는 알겠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손에 옥가락지 하나를 쥐어주었다. 아마도 내가 생각에 잠겼을 적에 샀던 것 같았다. 그는 내 손에 쥐어진 옥가락지를 보고는 뿌듯하게 웃더니 곧이어 나에게 말을 건넸다.
"내 이름,"
"...네?"
"장, 위, 안."
"장..위안?"
그는 나에게 한글자 한글자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는 환히 웃어보였다. 내가 이름을 잊지 않으려 장위안, 장위안 이라고 되새기자 그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를 못하였다. 물론 이 것은 내 직감적인 부분이지만. 나는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옥가락지를 약지에 끼웠다. 평소에도 손이 작아 이런걸 끼면 헐렁거려 자주 빠졌었는데, 이것은 그렇지않아 손에 끼고는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아. 조선 이름은,"
"조선식 이름도 있사옵니까?"
"장, 옥, 안."
"아, 장옥안...저는 ○○○이라 하옵니다."
"...오. 예뻐요, 이름."
어찌하다보니 서로 통성명을 하게 되었었다. 이름이 예쁘다는 말에 내 얼굴이 붉어짐을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딱히 말하지 않아도 되었던 내 이름이지만, 장위안에게 내 이름이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좋았다. 매일 내 이름이 아닌 다른 단어들로 나를 대신 부르다 내 이름을 들으면 얼마나 따스한지, 그 기분은 감히 말로 이루말할 수 없다. 그 기분에 취해 옥가락지를 만지작거리는것을 멈추고 장위안을 바라보고 있을 때 쯤이였나, 어디선가 황급한 목소리로 황녀를 찾는다는 목소리가 어깨너머 들려왔었다.
안녕하세요, 비키야입니다! 여러분을 처음만나서 너무 두근거려요 엉엉...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비정상회담 독방에 조금만 써놓고서는 이렇게 들고왔네요...(부끄)
음..이 빙의글은 단순히 한명의 빙의글이 아니라 비정상회담 빙의글인만큼 장슈슈말고도 다른 멤버들이 나옵니다. 어..그렇다고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저는 그 기대 이하의 글을 써내려가기때문에...ㅎㅎㅎㅎㅎㅎ... 그리고 이번화는 프롤로그 입니다! 그래서 그 전 이야기 라고 한것이고, 다음화부터는 첫번째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이렇게 나갈거예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