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잊을 만한 기간이 지난 뒤에 돌아왔기에 첨부하는 링크
1편-http://instiz.net/writing/81054
2편-http://instiz.net/writing/81264
"..해야만..하는 일이야."
너징어는 한 오피스텔 앞에서, 아니 종인과 종인의 부인의 신혼집 앞에 서서 두 손을 꽉 쥔 상태로 중얼거려.
이내 발걸음 옮겨 건물로 들어가는 징어의 발걸음은 한발짝, 한발짝 당당하지만 또한 더없이 불안하기 짝이 없어.
-
"어머, 징어씨. 어쩐 일이예요?"
"..안녕하세요."
"아, 일단 들어오세요!"
징어의 갑작스런 방문에도 싫은 기색을 표하지않고 반갑게 맞아주는 종인의 신부의 모습에 징어는 또 한 번 아, 이사람 외로웠구나.하고 느껴. 사람이란 존재자체가 너무나 반가워 보이는 이 가녀린 여자는 지금 징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이 자리에 서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반가워하며 반기지. 또한 그녀의 눈에는 살짝 혹시 징어가 종인에게 어떠한 부탁을 받고 자신을 찾아온 것이 아닐까하는 묘한 기대감마저 서려있어.
그에 징어의 속마음은 더더욱 타들어가.
"홍차 좋아해요? 집에 있는게 홍차밖에 없어요..괜찮다면 들어요."
"네,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근데 정말 어쩐 일이예요, 징어씨?"
징어를 집 안으로 들여 차부터 타와 대접하던 여자는 이내 징어에게 조심스레 용건을 물어. 그에 징어는 굳게 맘먹었던 것도 잊고는 당혹감을 감추지못해.
혹여나 징어가 종인에 대해 좋은 소식이 가져왔나하고 기대감을 품었던 여자는 그런 징어의 반응에 이건 아니구나하고 마음을 접고는 괜찮으니 어서 말해보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웃어보이며 너징어의 대답을 재촉해.
"저기..드릴 말씀이..있어요."
"네, 징어씨. 말씀하세요."
"...사실."
너 징어는 결국 종인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모두 털어놓고말아. 결혼전부터 이미 사귀고 있었다는 사실과, 종인이 결혼을 한 진짜 이유. 그리고 결혼을 한 이후로도 줄곧 마음을 접지 못하고 만나왔다는 사실까지.
"...."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마음 편했던 건 아니예요. 언제나 속탔어요. 언제나 불안해서..죄송하고 죄스러워서 견딜 수가없었어요.. 이렇게 얘기하는게 어쩌면 더 제가 죄짓는 행동일거라는 생각은 해요. 하지만..그래도 애기해드려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말. 하는 의도가 뭐예요?"
"네?"
"지금 그 말하는 의도가 뭐냐구요. 저보고 이제 그만 두사람사이에서 사라져달란 뜻인가요?"
"아니, 그런게아니구요! ..그냥, 그냥 더이상 이대로 속이는 게 안되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예요. 절대 그런 의도는 없어요!"
꽈득.
여자의 이가 갈리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본 너징어는 불안에 사로잡혀. 도저히 이대로 이 사람을 속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두 눈 질끈 감고 몇 번이나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내뱉은 진실이지만 그것이 옳지 않은 일이었나싶은 마음에 너징어는 그저 조심스레 여자의 눈치만 살필 뿐이야.
"죄송한데요..징어씨.."
"..네."
"나가..주실래요? 지금은 얼굴마주할 자신없어요..일단 ..잠시 저 혼자 생각좀 할 수있게.."
여자의 괴로움에 찬 목소리에 너징은 고개를 푹 숙이곤 이내 또다시 죄송합니다하며 사과만 연거푸하고는 이내 종인과 여자, 두 사람의 집. 아니 그 여자혼자만의 집을 나서고 건물마저 나왔지.
그리곤 건물을 향해 고개를 숙여. 숙여진 징어의 얼굴에서 뚝 뚝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나와.
"죄송해요....제가 죄..송해요..죄송해요."
듣는 자없는 징어의 울먹임섞인 목소리가 가녀리게 흩어져.
-
"..어쩐 일이야. 한번도 이런 적 없었잖아."
"아직 못 들었나보군요?"
종인은 회사에 있을 때 오늘은 집으로 꼭 오라는 여자의 연락을 받았어. 평소대로 생각나면 가겠다며 거절했지만 말이야. 그런데 평소라면 네..하고 물러설 여자가 오늘은 무조건 오라고 목소리를 높였어.
결국 종인은 무슨 일이 있나 싶은 마음에 회사가 끄나고 집으로 왔지. 들어오자마자 여자를 타박하는 종인의 의투를 받아들이며 여자는 현관 옆에 서서 픽하고 웃으며 되물어봐. 여자의 말뜻을 이해하지못하고 종인이 여자를 바라보자 여자는 아무말 없이 일단 방 안에 종인의 의투를 걸어놓고 다시 거실로 나와 종인을 바라보며 말해.
"차 한 잔 하면서 얘기할래요? 아님 술 한 잔할래요?"
-
결국 두 사람이 택한 건 장식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와인이었어. 무슨 일이 있구나싶은 심정에 종인은 입을 꾹 다물고 컵을 꺼내놔 테이블에 올려놓고 와인을 따 두 잔에 나란히 붓고는 여자에게 잔을 권했지.
"당신하고 이렇게 집에서 마주하면서 얘기하는 건 처음이네요, 술을 먹는 것도."
"...."
"그 영광스런 처음 일이.. 이런 일이란건 유감이예요."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징어씨랑. 사귀었고..지금도 사귀고있다죠?"
"......"
여자가 허탈하다는 듯이 말하자 조인의 표정은 더없이 구겨져. 어찌 알았냐며 다그칠 수도 있겠지만 종인은 그저 아무런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여자를 향해 무릎을 굽혔어. 그리고 여자를 향해 사죄를 시작했어. 하지만, 그것은 여자에겐 그저 징어를 보호하기위한 변명으로 들렸어.
"내 잘못이야. 그래도 그 녀석은 이 결혼을 부추기지 않았어. 내가 결정한 일이야."
"그렇게 감싸고 싶어요? 두 사람만 로맨스고 나는 아니예요?!"
종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여자는 악을 지르듯 소리쳐. 그런 여자의 외침에 종인의 표정도 더없이 일그러지지만 그것은 여자를 향한 증오가 아닌 그저 미안함에 의한 표현이야.
"..분명 잘못한 것은 두사람인데 내가 악녀가 된 느낌이예요.. ..그만해요. 나도 다 알고있었잖아, 결혼할 때. 당신 사랑 못 받을거라는 거 정도는 알고있었어.. 그냥..그냥 내가 욕심부렸던 거니깐..내가 놓을게요. 두 사람 잘 지내길 빌게요. 언젠가 같이 우리 셋이서 술 한잔 할 수있는 사이되요. ..지금은 그게 안되겠지만."
울먹이며 말하던 여자는 이내 얼굴로 두 손을 감쌌다가 방으로 들어가 외투를 꺼내들고는 집을 나가버려. 자동으로 잠기는 도어락 소리를 들으며 종인은 일천천히 무릎을 피고 일어나며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려.
"...징어는?"
조금이라도 안정을 찾고자 의자에 앉았던 종인은 이내 여자가 모든 일을 알게된 원인이 너징어라는 것을 깨닫고는 너징어에 대한 원망보다 걱정스러움으로 가득차. 이 미련한 것이. 이 미련한 것이 스스로 죄스러워 이리 모든 것을 다 밝혀놓고는 지금 혼자 뭘 하고있는 걸까.
혹시 혼자 또 틀어박혀 스스로를 자책하며 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마친 종인은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투를 챙겨입을 생각도 못하고 그저 차키만을 챙긴채 밖으로 뛰어나가.
너 징어를 만나기위해.
-
한 달만에 돌아온 비서바람썰. 모두 잊었을까 싶어 1,2편 링크를 첨가했습니당.
사실 이번 편에 끝나고싶었는데 어째 쓸수록 길어지길래..
..그나저나
종인이부인..힘쇼. 내가 썼는데도 불쌍하네여...Aㅏ.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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