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김종인
w.까꿍
감기걸린 겨울과 아름다운 봄이 합쳐질 무렵 반장을 뽑았다. 2학년 1반에서는 도경수라는 작은 아이가 반장이 되었고, 같은반인 김종인이라는 까칠해보이는 아이와 경수가 처음으로 말을 하는 날. 둘은 오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생물과학실로 이동해야할 쯤 경수는 나름 반장이라고 애들이름을 곱씹다 종인을 깨웠다. 종인이 자신을 찍었을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처음으로 말해보고 눈을 마주쳤다. 4번째 줄 끝에 앉아있는 종인은 그냥 햇빛을 받으며 경수를 쳐다보고 있고 경수는 종인의 책상앞에 쭈그려앉아서 얼굴만 책상에 보이게끔 앉아 종인을 쳐다봤다. 원체 말이없던 둘은 그냥 1분정도를 눈만 꿈뻑인체 쳐다봤다. 종인은 가슴에서 찌르르- 하고 울리는 감정에 미소를 지었고 경수는 잘생겼다는 생각과 종인의 얼굴이 머릿속에 맴돌아 미소를지었다.
"생물실로 가야되- 늦으면 벌점."
경수는 종인에게 말한뒤 왁지지껄한 밖에서 찬열과 떠들고 있는 백현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백현을 데리고 과학실로 향한다. 종인은 그제서야 책을 가지고 과학실로 향했다. 가는도중 경수는 쫑알쫑알 백현에게 종인에대해서 칭찬하고 백현은 자기보다 낫냐는 농담을 하며 웃었다. 벽에 붙여놓은 자신의 번호 자리에 책을 두고 의자를 빙글 돌려 백현에게 다시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밑에반이여서 윗반에 잘생긴애들 생각도 안했고 그렇게 생긴애는 처음봤다며 깔깔 웃으며 얘기하자 백현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김종인? 작년 수련회에서 춤췄잖아."
큰눈을 감았다, 떴다 하며 골똘히 생각하는 경수 이마를 툭 치며 'My lady 춤춘애 기억안나? 교관도 칭찬한애.' 이제 기억났다는 듯 큰눈을 더 크게한 경수는 의자를 계속돌리며 그랬구나만 연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서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책이 놓인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의자에 기대는 애를 쳐다봤다. 종인이 자신의 옆인가 싶어 이름을 세봤다. 1번 김동훈… 2번 김영주… 3번 김종인… 4번 도경수. 이제야 번호를 기억한 경수는 다시 백현쪽으로 몸을 돌린다. 백현이 쉬도없이 이야기하면 경수가 맞장구 쳐주고 그러다 선생님이 오셔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기를 3주째. 종인과 경수는 별다른 진전은 없었고 백현은 유심히 쳐다만 봤다. 3월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오고 경수는 돌렸다. 경수가 종인을 부르며 종인이 걸어올동안 성적을 봤다. 1~2등급이 판을 치는 종인의 성적표를 보고 경수는 당황했지만 특유의 무표정의 미소를 지으며 나눠줬다. 자신이랑 성적이 비슷하면 열이나는 경수인데 종인과 비슷하니까 기분이 이상하게 좋았다. 경수는 자신의 성적표를 넣고 다 돌려줬다. 그리고 3주가 더 지난 날. 중간고사가 3일 남은 시점에서 과학 설명을 듣고있는데 종인이 정리공책에 사각사각 글을 쓰더니 경수를 툭하고 쳤다. 경수는 수업을 듣다가 종인을 쳐다봤다. 종인은 공책을 샤프 끝으로 툭 쳤다. 경수가 시선을 돌려 공책을 보자 2어절이 들어있었다.
《등수내기 콜?》
경수는 뭔가 싶어 종인을 쳐다봤지만 종인은 전자칠판만 쳐다봤다. 경수가 그 밑에 대답을 쓰자 종인이 시선을 내렸다.
《콜. 근데 내기는 뭐걸고?》
《빵10개?》
《에이 나 빵 별로 안좋아함. 걍 소원내기?》
《콜》
악착같이 둘은 공부했다. 점심시간에도 조는 일이 없었고 원래 은근히 자존심이 세 지고싶지 않아하는 경수는 그렇다 쳐도 백현이 보기에는 종인은 이상했다. 작년에도 종인이 그렇게 공부하는 걸 본적이 없었던 백현은 뭔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다시 돌렸다. 경수와 백현이 같이 밥을 먹을때도 경수는 시험범위 부교재 영어 글을 줄줄외웠다. 3일동안 눈도 안마주치고 공부만 했던 둘은 시험이 마치자 휑- 하니 사라졌다. 그리고 점수가 속속히 나올때 국어 성적이 나왔다. 반장인 경수는 자신의 점수를 보고 경악했다. 90점? 이렇게 되면 1등급은 물건너간거다. 다 맞았는데 마지막 지필형 서술에서 틀렸다. 말도안되. 종이를 훽 낚아채 나갈려자 종인이 웃었다. 재수없는새끼- 경수는 종인의 호감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국어 선생님한테 가서 따졌다. 자신이 내기하기도 전에 여러번 읽었던 '메밀꽃 필 무렵' 문제를 틀려 화는 두배로 늘어났다. 국어선생님이 복도로 나가 OMR카드를 보여주며 말했다. '너도 이글 많이 읽어봤잖니. 허생원이 동이를 싫어했던 마음이 오래간게 아니라 미안함으로 바뀐걸. 근데 니가 쓴글을 보면 화난게 허생원의 감정에 주를 이루잖아. 이래서 점수를 못준거야. 이게 고1때도 안배웠나?' 경수는 이제 미칠지경에 다달아 따지듯 선생님께 말했다. '허생원의 심리를 저는 다 썼어요. 마지막에 동이에게 미안해한다라고 적혀있잖아요. 문제에 주를 이루는 심리상태를 보기의 지문을 인용하는게 아니라 허생원의 심리상태를 지문을 인용하는 문제라고 적혀있었잖아요.' 경수는 이제 어이없다는듯 말을하고 선생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경수야. 선생님이 말했잖아 채점기준은 딱봤을때 답같은걸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국어는 끝도없이 쓸수있어서 줄줄 다 쓰면 애매해서 가장 학생이 답이라고 생각한거를 채점기준이라 생각한다고' 경수를 돌려보내고 난뒤 경수는 반으로 들어왔다. 할수없이 자신의 점수에다가 이름을 쓴 경수는 수업 내내 누워있었다. 백현이 아프다고 힘들게 둘러댔다. 종인은 경수의 옆에 앉아 물어봤다.
"그렇게 힘이 빠져서까지 나를 이기고 싶어하는 이유는 뭔데?"
"… …"
"소원있어?"
"…아니."
"그럼 왜?"
"…넌 왜?"
"난 소원이 있으니까."
"됬어. 이번에는 내가 졌으니까 그냥 말해."
애인해줄래?…. 경수의 눈이 뜨였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종인을 말똥말똥 쳐다보자 종인은 무표정 그대로 말했다. '싫어? 그럼 내가 내기한 이유가 없잖아.' 경수는 어쩌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종인이 말했다.
"고민하는거 자체가 이상한거 아니야? 대부분 사람들은 싫다고 대답하는게 정상일텐데."
"… …"
"너도 마음에 있으니까 그렇게 고민하는거 아니냐고."
"… …"
"내 말 맞지?"
경수는 깨달았다. 자신이 왜 거절을 하지 않았을까. 종인을 처음본 순간부터 싫은 내색안하고 웃었던 경수는 생각했다. 우리가 잘 할수 있을까. 지독하게 평범하게 살았던 경수와 대기업 이사의 아들인 종인이 잘할수 있을까. 그리고 경수는 다시한번 생각했다. 우린 잘 할수 있을꺼야. 그리고 경수는 종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
이제는 자연스럽게 과학시간에 손도 몰래 잡고 밥도 찬열과 백현, 그리고 종인과 경수. 이렇게 4명이 밥을 먹었다. 그렇게 지낸지가 수학여행이 다가올 시점. 경수는 자습시간에 수학여행 방부터 비행기 좌석. 그리고 버스 좌석까지 정하기 위해 교탁앞으로나왔다. 계속 적다가 경수는 종인을 패스해버렸다. 어차피 자기랑 앉을껀데 뭘. 다 정하고 얼마 안되 점심시간이 되고 밥을 먹기전 백현은 찬열과 매점에서 뿌셔뿌셔를 사러가고 종인은 자신의 자리에서 경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둘밖에 있는 반에 문이 열였다. 키큰 남자가 둘을 쳐다봤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종인이 일어났다.
"오세훈, 너 괜찮아?"
"… …"
"세훈아 괜찮냐고 묻잖아 지금. 응? 조금 쉴래? 근데 여긴 어떻게…."
"…저 사람은 누구야."
"세훈아 나중에 얘기할께 괜찮아? 엄마께서 학교나와도 된데? 안 힘들어? 보건실 갈래?"
그리고 종인과 세훈은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어리둥절한 경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김종인과 오세훈. 오세훈과 김종인은 내가 알기전 무언가가 있다. 괜히 섭섭해 종인을 따라 나갔다. 종인과 세훈이 손을 잡고 걸어갔다. 그리고 뒤에서 숨죽여 따라 걷던 경수는 대화를 듣고 뒤돌아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형 나만 사랑한다며. 거짓말이야?"
"세훈아. 형이-."
"장난하지마 김종인. 나 이제 안아파. 그니까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 응? 우리가 서로 좋아했을때로!"
이러고 짧게 입을 맞췄다. 뒤에서 탁탁 하고 뛰어가는 소리가 들려 종인은 무심코 쳐다봤더니 경수가 뛰어간다. 이번에도 반사적으로 경수쪽으로 몸을 틀은 종인을 세훈이 저지 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나고 세훈을 반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온 종인이 교실을 둘러봤다. 경수가없다. 백현과 찬열에게 다가가 물었다.
"경수는?"
"너랑 같이 있는거 아니였어?"
사라졌다. 다른반 전체를 뒤져도 없었다. 5교시가 시작하고 절반이 지나갔을 무렵 드르륵 하고 앞문이 열였다. 경수가 창백해진체 들어왔다. 선생님이 왜 이제 왔냐고 결과로 그이고 싶냐고 소리지르며 협박했지만 경수는 학년실에 몸이 안좋아 누워있었는데요. 그리고 아랑곳하지않고 가방을 챙겼다. 조퇴증을 던진후 경수는 앞문으로 나갔다. 나가면서 '백현아 필기좀 나중에 갔다줘. 아- 그리고 부반장 미안해 몸이 갑자기 안좋아져서 수고해.' 라고 말하는 센스까지. 종인은 몸을 기댔다가 팔을 책상위로 올렸다. 표면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리고 종인은 석식도 먹지않고 백현에게 말했다.
"경수 집 주소좀."
"왜?"
"한번 가보게 빨리좀-"
백현이 말해준 그대로 외우며 택시를 타고 도착했다. 야자고 담임이고 생각나지않았다. 초인종을 딩동 누르니 경수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왔어?' 그리고 문이 열였다. 경수는 얼굴뿐만 아니라 몸 자체가 퉁퉁 부어있었다. 경수는 종인을 보자마자 문을 닫았다. 종인이 저지해 닫는 건 막아져 종인이 들어왔다.
"왜이렇게 아픈데."
"… 알거없잖아."
"내가 왜 알거 없는데? 내 애인 아픈건 내가 알아야지. 어디 아픈데 괜찮아?"
"그래. 나 아파. 신경과민때문에 아침마다 약먹고 태어날때부터 장이 자주 안좋아서 미친다. 불면증때문에 학교에서 잠 자주 자고 방금 까지 자다가 일어나 실컷 토하다가 너랑 본거다. 안불쌍하지? 아까 세훈인가 시훈이라는 애가 더 아플거 아니야. 우리집에서 나가."
종인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세훈은 자신이 오토바이를 타다가 다쳐 입원을 오래한거고 경수는 원하지않게 아픈거였다. 아픈건 경수인데 더 아픈 경수보다 덜 아픈 세훈을 챙겼으니 경수의 마음은 타고 없어졌을것이다. 입장바꿔 생각해보면 자신이라면 세훈을 때렸을 것이다. 맘착한 경수니까 이렇게 넘어가지. 너무 미안해 종인은 경수를 꼭 안았다. 경수는 울다가 다시 졸린지 종인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다. 종인은 경수를 침대에 눕힌뒤 말했다.
"계속 사랑할께."
그리고 경수는 종인몰래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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