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여진구
매마르는 입술 끝을 여미며 그는 입술을 조근거렸다.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둘사이의 빈공간을 매우려는 듯 휘몰아쳤다.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정재가 진구의 뺨을 가볍게 톡톡 치며 말을 던져도
한번 제대로 다시 돌아오는 법 없이 정재의 말은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
고개를 떨구고 앉은 진구의 눈가에서 눈물 두서너 방울 떨어지는 듯 싶기도 했다.
"사랑한다며"
정재는 자기 자신에게 묻는 것일 지도 모르는 말을 낮게 읊조렸다.
사랑에 휩쓸려 앞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정재는 진구가 놓아둔 작은 덫에 걸렸다.
아프던지 말던지 당장 눈 앞의 진구가 아롱거려 발이 썩어 문들어지던간에
그 독이 온몸으로 퍼져 나가던지 간에 정재는 진구를 흡수하기에 바빴다.
진구가 저 몰래 다른 이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제 안의 진구를 살려주고 싶어서 얼마나 애가 탔는지 정재는 까맣게 타들어간 낯빛으로 진구를 내려보았다.
이와중에도 예쁘다. 눈가에 내려앉은 작은 눈꽃 하나 까지도 사무치도록 예뻐서 깨물어 주고 싶었다.
제 안의 진구를 살릴 수 없었다.
살려두면 제안의 영양분을 흡수하다 못해 심장과 뇌 까지도 갉아먹서 자신을 괴롭힐 터였다.
그래서 결심했다.
진구를 영원히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자고
정재는 진구의 '그'를 잡아 족치기로 마음먹고 '그'가 일하는 회사로 찾아갔다.
때마침 이른 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가는 '그'가 눈에 띄었고 정재는 누가 볼세라 그를 '데려왔다'
살짝 손봐주려던 것이 어느새 '그'를 볼 품 없는 덩어리로 만들었다.
애초에 그닥 봐줄 만한 얼굴은 아니었으니 아까울 것도 없었다.
다음은 진구였다.
아무렇지 않게 그를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밥을 차려주었다.
무슨 일이냐며 놀라워 하는 그에게 아무일도 없다며 밥을 먹였다.
잠이 들었고, 잠이
들었다.
그를 의자에 앉히고 정신을 차리도록 아주 살짝 달빛을 그의 머리 위로 부스러트렸다.
정신좀 차려봐 진구야
그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아주
작은
달빛 조각을
그의 심장위로 살짝 내리 긋었다.
진구가 고통스러운듯 옅은 신음을 흘렸고
정재는 진구의 옷 소매를 걷어 그의 팔딱이는 혈관 위에 바람을 불어 넣었다.
그렇게 진구는 서서히 정재에게로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