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 흐릿
어릴적 보던 감명 깊었던 만화영화가 한 장면 한 장면 끊겨서 생각 나는 것 같다
어디서 어떻게 그 사람을 만난 건지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근데 나는 그 사람 집에 갔었고
그 사람의 집이 식당이였는데 주변엔 나무들이 매우 많았다
그 사람의 어머니가 나를 무척이나 좋아하셨고
어머니가 하시던 붉은 양동이에 무치시던 깍두기도 생각난다
아직 간이 안되게 버무리시고 계시던
그리고 그 사람과 둘이 식당안으로 들어가 생각나는건 방석의 모양 티비의 장소 식탁의 갈색의 다이아몬드 문양
한참을 놀다 비가 가득 내려 엄마가 나를 데리러 왔었다
그때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이 사랑이였을까
아마 그때의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였을 것 같다
그 사람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 이후 우리집 앞에서 그를 다시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 몰래 나무 뒤로 숨었던 것 같았다
그때의 그 오묘한 기분 말로 형용할 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최초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건 그때였지않나 싶다
제일 궁금한건, 이 추억이 사실인가 싶다
내가 데자뷰를 느끼는 건지 , 근데 난 이 추억이 사실이 맞다고 생각한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게 데자뷰같지만 확실하다 그 사람은 나와 만난 적이 있고 나도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혹시 모를까 나는 이미 그 사람과 만났을 지도 모른다
서로 이름도 기억 안나고 서로 많이 변해버린 외모에
서로인지 모르고 살아온건지도 모른다
왜 그토록 10년이 가까워진 시간에도 전혀 생각나지 않다가 갑자기 이제서야 기억이 나는지
먼 옛날의 추억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오로지 그 따뜻했던 공기 누군가가 나에게 내밀었던 온기 있는 손 그 사람의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 미소 그리고 내가 그때 느꼈던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