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고 싶은걸 잊을 수 있길 간절히 원했던적이 있었다.
바다 깊은 곳에 던져버린 돌처럼 더 깊고 깊은곳으로 들어가 감춰지길 원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기억은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쉼없이 보여졌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밤과 낮 같은 명확한 구분도 규칙도 없다. 그냥 떠올랐고 어쩌다보면 다시금 가라 앉았다.
기억의 잔해가 간헐적으로 마음을 울려온다.
그건 슬픈것도 괴로운것도 아픈것도 아니다. 그저 힘든것이다.
잊었노라 말하면 떠오르고 떠올리려 하면 사라지는 그런 불규칙의 연속성.
버텨야 하는걸까 무너져야 하는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방관하며 지내야하는걸까.
의미가 퇴색되어 갔고 비극이 오래도록 머문다.
쉼없이 속삭이는 그 소리에 조금이라도 남은 온기를 찾으려 애썼다.
아니면 두귀를 막고 그 소리의 웅얼거림을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고 싶었다.
행복했노라. 즐거웠노라. 그리 말해주지. 나 또한 그리 말할껄.
잊고 싶은걸 잊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랬던적이 있었다.
잊고 싶은걸 잊지 못하는건 아마 저마다의 이유가 있기 때문일것이다.
버티려 했지만 무너졌고 방관하려 했지만 그러하지 못했다.
무너졌지만 더 견고하게 감싸 안았고 방관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른다.
저 멀리서 달이 떠오른다. 그리하여 오늘도 이렇게 기억이 떠오른다.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며 죽어버린 이 공간에 넌 또 이렇게 다시금 떠오른다.
웃으며 널 떠올리고 아무렇지 않은것처럼 난 또 널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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