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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를 좋아하냐는 물음에 그냥 고개를 저었소
당신과 보내는 이 시간이 좋다는 그 말을 건네기에는
차마 너무 쑥스러운 까닭에
-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사랑한다는 내 고백의 무게에
숨이 막혀 버린 그대의 하얀 얼굴
혹은
질식, 그 숨가쁘게 아름다운 죽음
- 질식

목이 마르다기에 내 눈물을 쏟아내어 정수를 만들었지
배가 고프다기에 허릿살을 도려내어 고기덩어리를 만들었지
삶이 지겹다기에 내 인생을 내어 한참을 달래주었지
그렇게 모든걸 다 내어주고나니 나는 그대에게 더이상 줄 것이 없더이다
그래서 이렇게 마지막 남은 뼈를 발라내어 그대에게 고운 의자를 선물한다
- 어머니

그대를 보며 가끔씩 천국을 꿈꾸었다고 고백하자,
그대는 천국으로 가는 길을 내어주었지
이제는 그대의 향기가 가득 베어있는
그 길을 걸으면서, 다시 그대를 꿈꾼다
나의 천국을 뒤흔들고있는
당신의 숨결, 향기, 존재
- 몽상가

새가 되어 내 옆을 지켜준다던 어린 소년은,
지금쯤 정말로 새가 되어 나를 바라보고 있을까
평생 나만을 위해 살겠다던 어리석은 소년은,
죽지 않고 온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을까
혹여나 그럴까봐,
가까스로 먼 길을 날아왔는데
보이는 모습이 우는 얼굴이면 마음이 아플까봐,
허벅다리에 쏟아내리는 눈물 파편을 얼른 주어 올린다
멀리서나마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까봐,
웃는게 더 예쁘다며 아쉬워하고 있을까봐,
빈 창문에 대고 크게 웃음지어본다
- 파랑새가 떠난 후의 새장

그대가 아끼던 꽃의 낙화만으로도 아파하던 나는
잘려버린 그대의 얼굴을 받아들고 한참을 아무 말도 할 수 없더이다
그저 감기지 못한 그대의 가녀린 눈에 입맞춤을 해 줄 수 밖에
이름만으로도 아픈 나의 그대여, 다음생에는 부디 내가 그대의 어미가 되기를
- 낙화

뾰족한 기억들이 네 심장을 향해 질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환하게 웃는다
아아, 나는 금방 알아차린다
그 조각들은 네것이 아닌 나의 심장에 박힐 것이라는 사실을
아니, 현실을
- 추억의 무게

갇힌 새장안의 남루한 새는
고독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생각했다
그녀가 자신의 추레한 현실을 보지 않고 죽은 것은
하늘이 허락한 유일한 행복이라고
- 고독을 위한 새장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나의 간청을 듣지도 못하고
그대는 영영 뒷걸음조차 칠 수 없는 그곳으로 도달해버렸나
파란색은 추워보여 싫다던 그 말을 나는 기억하지도 못하고
저 차가운 겨울바다에 그대를 떠나보내버렸나
-망각의 고통

십이월의 바람은 애리도록 차다
그대는 나에게 따뜻하던 봄이였는데
이 추운 한파속에서 자꾸만 그대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그대는 내게 봄이였으며 또 여름이였고 가끔씩은 가을이였던
아니 끝끝내는 겨울이였던 까닭일까
- 열 두달의 혈흔

너에게 나는 어쩌면, 그저 그런 지나가는 인연이였으리라
하지만, 아이야.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마
너의 맑은 눈빛이 나에게도 한번은 지나갔음에 만족하마
너의 축축한 기쁨의 잔해물이 내게도 한 두어 방울 튀어, 내 입가를 적셨음에 만족하마
- 세월에서 꺼낼 수 없던 말

평생을 너무 모질게 대한 것 같아
사과를 건네려고 고개를 돌렸더니
그대의 다리는 이미 꺾여있었네
세상을 안겨주려던 마음이 고마워
고개를 숙이려고 뒤를 돌았더니
그대의 두 눈은 이미 멀어있었네
좋은 것만 건네주던 두 손이 애처로워
작은 손을 쓰다듬어주려고 팔을 뻗었더니
그대의 두 팔은 이미 닳아 없어져버렸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그대에게 죄스러워
한참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아파하자
그대는 온몸으로 웃으며 나를 위한 노래를 불러주었네
- 엄마의 마지막 선물

너라는 우주에 나를 담으려다
나는 온 몸에 화상을 입고는 뒷걸음질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작은 화분에
너를 묻어주기로 결심했다
- 화분 속 우주

잠이 오지 않는 이 밤까지 그대는 나를 괴롭히는구려
벌써 이십년이나 더 지난 그대의 얼굴이 이토록 생생하다니,
기억을 잘 하지 못해 자식들에게 구박을 받던 어제의 나는 상상도 못할 일이오
살아 생전 잔소리를 그리도 해댔으면서, 어째서 지금은 한스러운 내 부름에 한마디도 없소
살아 생전 변소에 갈 틈도 주지 않고 나를 따라다니더니, 어째서 지금은 꿈에서도 보이질 않소
풀벌레가 우는 소리가 아득하게도 들리는구려
오늘따라 그리운 나의 정인, 그곳에서는 좋은 사람 만났길 바라오
내가 지었던 죄가 많고 많아, 올라가서도 함께 살자는 말은 내 차마 못하겠구려
그래도 나는, 이곳에서 남은 한 평생 당신을 그리워하다가 때가 되면 그대를 향해 걸어가겠소
- 죽음의 문턱에서

그대의 눈길이 다른이를 향했던 그 순간조차도
그대는 내게 꽃이였다
그대의 미소가 거두어진 그 순간조차도
그대는 나의 바다였다
그러니 걱정 말고 눈을 감아도 괜찮다.
그대의 숨이 끊길 그 순간조차도
나는 그대만을 사랑할테니
- 단하나, 존재의 숨결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소년을 향해
나는 소리쳤다
엄마는 괜찮다
아픈곳도 없고,
불편한곳도 없다
나를 찌르는 가시덩쿨을 등 뒤로 숨기고는
다시 소리쳤다
엄마는 다 괜찮다
그러니 부디,
엄마 걱정은 말아라
온몸을 죄여오는 철조망을 가리고는
멀어져가는 나의 소년을 향해
한참을 소리쳤다
- 멍청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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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글잡담은 처음이라서 조금 어색하네요.
내가 익숙한 낭자도 있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처음 뵙겠습니다. 반가워요, 나의 어여쁜 그대.
지루한 시, 끝까지 읽느라 수고 많이 했어요.
부족한 실력이라서 부끄럽지만, 그래도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이니 예쁘게 봐주었으면 좋겠네요.
이곳에서 오래전부터 글을 조금씩 썼던 것들을 올리고, 또 새로 쓴 것들을 올릴 예정이에요.
그대처럼 아름답고 행복하고 밝은 시들이 아닌, 조금은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 담긴 시들을 주로 쓰는편이에요.
하지만 언제나 진실된 마음으로, 여기 이곳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가끔 문득 생각이 나면, 이곳에 찾아와줄래요?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이곳에 앉아서 나는 그대를 위한 글들을 쓰고 있을게요.
아프거나, 힘든일이 있으면 언제나 나에게 털어놓아도 좋아요.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같이 열심히 고민해주고 가끔은 같이 화도 내주고
운이 좋으면 작은 실마리를 건네 줄 수도 있을 거에요.
( 물론 기쁜일 또한, 마구 자랑 해줘요)
그 누구보다도 그대의 성장과 평안, 그리고 행복을 응원하고 있을게요.
- 느리지만 천천히 굴러가는 나의 공간에 담긴,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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