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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너를 본 건 전학간 학교에서 였다. 전학 온 나를 회장이라는 명분으로 학교를 소개시켜주고 내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 너. 
이상한 낌새를 느낄 세도 없이 너는 내 깊숙히 들어왔다. 웃음이 많은 너는 수줍다 못해 소심한 나에게 따스한 햇살 같았다. 
밤마다 너의 다정한 말투를 머릿속으로, 입으로 또 마음으로 되새겼다. 그럼 나는 두둥실 떠올랐다.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넌 그런 존재였다.


단풍나무가 붉그스름하게 볼을 붉힌 날. 괜히 기분이 좋아 몰래 너를 보러 갔다. 너를 놀래키고 싶었다. 너의 표정이 궁금했다. 
날 보고 환하게 웃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늘 그랬듯이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온 니 집 앞은 날 주저앉게 했다. 
다른 여자와 입을 맞추고 있는 니 모습.  그리고 잠깐이였지만 날 보고 놀란 니 모습.  솔직히 난 그 모습에 안도를 느꼈다. 
너가 뭐라 변명해 주기를 바랐다. 정말 터무니 없는 변명이라도 믿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늘 그랬듯이 내 손을 잡아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예상이 틀렸다. 그래. 내가 바보였다. 넌 그 흔들리던 시선을 나 아닌 다른 그녀에게로 옮겼다. 


믿음은 더 깊은 상처를만든다.


그 뒤로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떨리는 다리로 어떻게 내 집으로 돌아왔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침대에 업드려 소리없이 울었다. 
처음에는 너의 맑은 모습이 거짓이였다는 배신감에, 나중에는 내일 널 어떻게 볼까..하는 걱정 때문이였다. 또 결국에는 너였다. 


이젠 너가 소름끼치도록 싫다. 밉다.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 널 보면 괴로울 만큼 가슴이 아리다. 
서운함과 실망감을 표현 할 수 없어서 더 아프다. 행복했다. 내 옆에 너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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