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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육계

-01



인슐린이에요. 주사 놓는 법은 저번에 설명 드렸으니, 아내 분 부은 손 좀 마사지해드리세요.”

매번 고맙네.”

전혀요. 저도 받은 게 있으니 갚는 거죠. 일단 이 단수나 어떻게 좀 됐으면 좋겠는데. 탱크 물이 거의 바닥이 났거든요.”

단수는 오후 중으로 끝날 거야. 물이 필요하면 찾아오게나. 물 정도야 나눠줄 수 있네.”

오후까지는 버틸 거예요. 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

그럼 가볼 테니, 몸 조리 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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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탓에 천장에 매달린 전구가 속절없이 흔들리고 서연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텁텁한 공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꾸벅 고개를 숙인 서연이 집을 나서는 남자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리 치앙. 입에 익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을 읊조리며 벽에 뒤통수를 기댄 서연이 오후 언제쯤 물이 들어올지 가늠했다. 몸도 깨끗이 씻어야 했고, 밀린 빨래도 해치워야 했다.

앞뒤 사방이 꽉꽉 막힌 건물들 중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 층에 사는 서연은 운이 좋게도 햇빛을 독점할 수 있었지만 애써 커튼을 쳐 집을 어둡게 만들어 놓았다. 그다지 상쾌하지 않은 바람이 불어오는 창문을 닫아 버린 서연이 뒤늦게 펄럭이는 커튼을 손으로 눌러 잠재웠다. 치앙을 위해 인슐린을 조금 더 구해 와야 했다. 치앙의 아내는 지독한 당뇨병 환자였고, 그녀에게 인슐린은 특히나 중요했기에 텅텅 빈 찬장을 채워 놓을 필요가 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어렵지 않게 팔을 뻗어 협탁 위 작은 포켓을 손에 넣은 서연이 빼곡히 적혀있는 번호 중 하나를 손으로 짚어냈다. 헤이 화. 의약품을 구해주는 남자였다.

구룡채성의 하루는 단순했다. 모두 살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었기에 최소한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최소한의 유흥을 즐겼다. 시끄러운 계덕 공항의 비행기 이륙소리도 이들에겐 이미 생활의 일부분 일뿐 아무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을 빠르게 걸어 나가던 서연이 굳이 일자로 쭉 뻗어진 길을 두고는 몸을 이리저리 틀어 골목골목을 돌았다. 무언가를 피하려는 듯, 또는 누군가를 따돌리려는 듯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던 서연이 크게 발소리를 내며 모퉁이를 돌았다. , 탁탁. 빠르게 울리던 발소리가 멎고 꾹 다물어진 입술 사이로 작은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걸리면 안 돼. 너도 알다시피 굶주린 사람들 천지야. 만약에 걸린다 해도 이곳을 발설하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당부하듯 제게 이르던 화의 목소리를 떠올린 서연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돌아온다고 돌아온 것이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서있는 이들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서연이 품에 안은 보따리를 세게 끌어안았다. 도망칠 수 있을까. 아까 걸어온 길을 곱씹으면서도 서연은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벌써 이만치 다가온 무리가 절대 그냥 보내지 않겠다는 듯 서연의 팔뚝을 거세게 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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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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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싸게 품 안에 숨긴 총을 꺼내려던 서연이 제 팔을 꺾어 오는 손길에 의해 신음을 토해냈다. 길거리에서 개죽음을 당해도 아무렇지 않은 곳이라 서연은 마른 침을 삼켜내야 했다. 결박당한 몸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제가 살기 위해서는 화의 은신처를 불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건 절대 안 돼. 서연이 고개를 들곤 덩치들의 숫자를 세었다. 저를 잡고 있는 사내까지 합쳐 도합 넷이었다. 제가 이들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은 불행하게도 거의 없는 듯 했다. 끝까지 놓지 않고 있던 보따리마저 서연의 품을 떠나가고 곧 단단히 잡혀버린 손목에 빳빳한 줄이 묶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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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따라와. 털 끝 하나도 손대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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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목소리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인 서연이 저 멀리 던져져 흩어진 마약 더미를 마지막으로 까만 천에 시야가 가려졌다. 이들의 목적은 마약도, 마약의 출처도 아니다. 제 등을 밀어내는 손길에 속수무책으로 걸음을 옮기며 서연이 입술을 물었다. 그렇다면, 무슨 목적으로 날 데려가는 거지? 얼마 걷지 않아 구겨지듯 어딘가에 밀려들어간 서연이 이곳이 차 안 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청각을 곤두세우며 뭐든 알아내려 해보았지만, 바퀴 굴러가는 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차안은 정적만이 가득했다.

홍콩의 밤거리는 매우 화려하고 낭만적이다.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고 심심치 않게 외국인들도 찾아 볼 수 있다. 서연이 얼마나 달려 왔는지 가늠도 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을 걸려 도착한 곳이 구룡채성의 밖인 홍콩이라는 것에 의아함을 가졌다. 대충 풀어져 목 언저리에 걸쳐진 까만 천 조각을 묶인 손으로 잡아 쥔 하얀 손이 네온사인 빛에 물들어 빨갛게 번쩍였다. 얼마만의 바깥 구경인지, 눈이 부실 정도의 불빛에 서연이 익숙하지 않은 듯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을 태워 온 차는 사라진지 오래였고 제 옆을 지키는 덩치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말없이 서 있기만 했다. 서연은 충분히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굳이 일을 벌이려 하지 않았다. 도망쳐야 할 정도의 위협을 주지도 않았거니와, 도망쳐 봤자 돌아갈 곳은 구룡채성 속 자신의 집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망쳐야 할 필요성이 사라지자 오히려 안정감이 찾아왔다. 이제야 비로소 가벼운 마음으로 홍콩의 밤거리를 구경할 수 있게 된 서연이 정면에 보이는 가게에서 걸어 나오는 남자를 쳐다봤다. 까만 수트를 빼 입은 남자는 이쪽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옆에 있던 덩치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들이 기다리던 사람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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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돌아가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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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온 남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덩치들의 어깨를 두어 번 쳐댔고 그들은 기분 나쁜 기색 없이 뿔뿔이 흩어졌다. 서연은 아무런 적의 없이 방긋 웃고 있는 남자를 마주봤다. 무슨 일이기에 납치까지 해서 자신을 외부로 불러 낸 것인지. 확실하게 따져 물으리라 다짐한 서연은 빳빳하게 묶여진 제 손을 내려다봤다. 손에 꼭 쥐고 있던 까만 천을 바람에 흘려보낸 서연이 입을 열었다. 남자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런 서연을 쳐다봤고, 서연은 사실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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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시죠? 꽤 불편한 상황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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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묶인 두 손을 들어보이자 남자가 놀란 눈을 하더니 다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묶으라는 지시는 없었는데, 묶인 김에 계속 묶여 있으세요. 돌아오는 말에 서연이 눈썹을 찌푸렸다. 어울리지 않게 존대를 한 남자가 서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자연스럽게 가게 안으로 서연을 인도했다. 부드럽게 자신을 에스코트 하는 손길에 서연은 지금쯤 단수가 끝났을 까 생각하며 가게로 들어섰다. 가게는 예상했던 대로 술집이었고, 큰 소리로 떠들며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은 묶인 채 끌려가는 서연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애초에 덩치들에게 둘러싸여있던 저를 쳐다보지도 않던 홍콩 사람들을 떠올린 서연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역시 중국 사람들이란. 별다른 반항 없이 술집에 딸린 룸 앞까지 걸어 온 서연이 제 옆에 서 있는 남자를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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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성이에요. 앞으로 볼 일이 많으니까, 이름 정도는 외워두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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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소개를 끝낸 한성이 룸의 문을 열고 바깥보다 어두운 내부에 서연이 떠밀리듯 밀려들어갔다. 커다란 테이블 위 간단히 놓인 안주거리와 글라스, 그리고 이름 모를 양주병. 제 뒤에 서 있던 한성이 옆으로 걸음을 옮겨 단정히 인사를 했다. 보스, 데려 왔습니다. 서연은 한성이 보스라 칭한 사람을 쳐다봤다. 마냥 중국사람 같지 않은 외모의 남자는 탁한 금발 머리를 하고 있었고, 보스라 불리기에는 사뭇 어린 모습이었다. 서연은 얼떨떨한 상황에 대처할 생각 없이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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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 손 풀어주고 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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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입에서 나온 부드러운 중국어에 서연이 눈을 깜빡였다. 품에 숨겨 놓았던 나이프를 꺼내 순식간에 끈을 잘라 내버린 한성이 좀 전과는 달리 거센 손길로 서연을 앉혔다. 뻐근히 아파오는 손목을 돌린 서연이 상황 설명을 하라는 듯 남자를 쳐다봤다. 서연의 당당한 눈빛에 입 꼬리를 당겨 웃은 남자가 서연에게 글라스를 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건만 눈치껏 서연의 잔에 얼음과 술을 따라준 한성이 홍콩 특유의 무늬가 담긴 벽지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일부러 정면을 바라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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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놀랍지 않는 것 같네. 마셔.”

술을 별로 안 좋아해서.”

말대꾸도 할 줄 알고.”

나름 팍팍하게 살았거든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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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줄이 남은 손목을 문지른 서연이 아직 품에 품고 있는 총을 떠올렸다. 끽하면 쏠 생각이었다. 남자는 서연의 말에 감흥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보였고 한성의 시선은 여전히 정면을 향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로봇 같은 모습에 서연이 속으로 웃었다.


집에 밀린 일이 많거든요. 빨리 보내주세요.”

헤이 화라는 자를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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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본론을 꺼낸 남자가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남자의 입에서 화의 이름이 나오자 허리를 곧추 세운 서연이 눈빛을 무섭게 바꾸었다. 짤랑거리는 얼음 소리가 여유롭게 들려오고 잔을 돌리던 남자가 예상 했던 반응이라는 듯 웃었다. 이 남자가 화를 어떻게 아는 것인지, 그리고 자신을 왜 여기까지 데려 온 것인지, 서연은 아까 덩치들이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마약을 떠올렸다. 둘 사이에 교집합이란 밖에 존재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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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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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서연이 반말을 내뱉자 잔을 내려놓은 남자가 팔을 엮어 팔짱을 끼고는 몸을 뒤로 젖혔다. 제게 붙는 끈질긴 시선에 얼굴을 구긴 서연이 목이 타는지 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역으로 목이 더 타들어가는 듯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자 더욱 더 기분 나쁜 표정을 한 서연이 입술을 물었다. 성격이 급한 탓에 빨리 말을 했으면 좋으련만, 자꾸 질질 끄는 모습에 답답해진 서연이 한 번 더 물어왔다. 근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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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가 마약 상이라는 건 알겠지?”

용건만 간단히 해.”

목숨이 달린 일이야.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죽일 거라는 걸 미리 밝혀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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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입을 열려던 서연의 뒤통수로 차가운 총구가 겨누어 졌다. 빠르게 총을 꺼내려던 손조차 제압 당해버리고, 품에 숨겨 두었던 총이 바닥에 떨어지자 당당했던 서연의 얼굴에 그들이 드리워졌다. 아까 밖에서 보았던 한성의 모습은 없었다. 제압당했던 손이 무릎 위로 떨어지고 고개를 숙인 서연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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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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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얼굴로 만족의 웃음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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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을 청방의 두목이라 소개했다. 청방이라 하면, 지금은 없어진 거대 조직이 아니냐는 서연의 태평한 물음에 남자는 대답할 생각 없이 제 말을 이어나갔다. 헤이 화는 청방의 조직원이라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눈썹을 구긴 서연이 남자의 깊은 눈을 쳐다봤다. 그리고 남자는 구룡채성을 접수할 거라 했다. 접수라. 서연은 그것과 제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전혀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한국 국적의 불법 체류자 일 뿐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것을 입에 올리며 서연이 해야 할 일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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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이라 우리에겐 유리해. 네가 앞장서서 일을 해줘야 하거든.”

구룡채성에 불법 체류자는 많아.”

하지만 너만큼 똑똑한 사람은 없지. 넌 대외적으로는 마약 밀매를 하겠지만, 안에선 나를 관리한다.”

“-?”

헤이 화가 널 지목했다. 들어보니, 한국의 의대를 다녔다더군. 구룡채성에서는 시답지 않은 병원을 차려 일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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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자신 모르게 은밀히 빼돌려 졌던 제 정보에 세게 주먹을 쥐었다. 헤이 화. 서글서글한 그의 인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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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적개심은 같지 마. 그도 너와 같은 한국인이니까.”

그래서. 나보고 네 조직에 들어오란 말이야? 그게 아니면 죽는 거고?”

그래.”

승낙해야 되겠네.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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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말에 입 꼬리를 당겨 웃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머리에 겨누어졌던 총이 내려가고 자세를 고쳐 앉은 서연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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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당신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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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하루 사이 벌어진 일에 정신이 없었다. 어느새 단수가 끝나 맑은 물이 나오는 욕실에서 찬물을 내리 맞고 있던 서연이 고개를 숙였다. 청방. 그리고 청방의 보스. 한성, 헤이 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엉켜 오고 지끈거리는 머리에 서연이 물을 잠갔다. 아까 보았던 홍콩의 밤거리가 아른거리며 떠오르고 축축 쳐지는 어깨에 문고리 위 걸어두었던 수건을 집어든 서연이 머리를 털었다. 빨리 잠에 들고 싶었다. 제가 벗어 두었던 옷가지 위 보이는 제 총에 서연이 나른한 눈을 감았다. 그는 뺏었던 총을 돌려주며 한성을 옆에 붙여야겠다 말했다. 한성을 제게 붙이는 건 필히 엉성한 총 솜씨 때문이었을 거다. 그게 아니라면 감시의 의미겠지. 쓰러지듯 침대에 누운 서연이 이불을 덮었다. 의심 없이 저를 이용하는 것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아니, 또 다른 계략이 있지는 않을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나오는 건 없었다.

그 날 밤 서연의 꿈속에는 예전에 보았던 홍콩의 밤거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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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옮겨야겠네요.”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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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말에 찬장을 둘러보던 한성의 시선이 서연의 고요한 눈동자로 향했다. 일자로 굳게 닫힌 입술이 단호함을 말해주는 듯했다. 이곳은 서연의 집이자, 일터이자, 전부였다. 보잘 것 없는 병원이지만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구룡채성의 사람들은 아파도 갈 곳이 없다. 사짜 의사래도 나름의 사명감은 있는지 단호한 서연의 태도에 웃은 한성이 스프링이 꺼져 삐거덕거리는 소파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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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리는 보스 옆입니다.”

내 자리는 여기에요. 급하면 댁네 보스한테 찾아오라고 하시죠? 정 급한 일이면 내가 출장을 가던지 하죠. 제가 댁 보스만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어서요.”

이 병원엔 다른 의사를 불러 놓을게요. 물론 필요한 의약품도 조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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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하게 올라간 한성의 입 꼬리를 쳐다보던 서연이 치앙을 비롯한 환자들을 떠올렸다. 레지던트 경력 2년이 고작인 본인보다는 진짜 의사가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범죄의 도시, 방치된 도시라 해도 자신을 받아준 정든 곳이다. 구룡채성을 떠난다. 막연하게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다. 이곳의 생활에 만족했고 익숙해지는 참이었다. 중요한건 반짝이는 도시와 확연히 다른 곳이라, 예전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 이었다.

서연의 눈동자가 짙게 가라앉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되지 않는 표정을 흥미로운 듯 바라보던 한성이 시계를 쳐다봤다. 살짝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시계는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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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를 보필하기 시작하면, 당신은 여러 조직에 표적이 될 겁니다. 본인의 몸을 지키기에 여기 이곳은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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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의 말에 서연의 눈동자가 눈꺼풀에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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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넘겨 줄 테니까, 새 의사한테 전해주세요. 그래도 나름 환자 차트 정리는 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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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승낙의 뜻을 받은 한성이 웃음 지었다. 한국 여자들은 다 저렇게 겁이 없나? 무려 청방의 보스 측근이 된다는 데도 무서운 기색하나 없는 서연이 웃기기도하고, -조금 귀여웠다.

꽤나 오래 걸려 도착한 곳은 홍콩의 한 호텔이었다. 전과 다르게 편하게 차에서 내린 서연이 발렛을 맡기는 한성을 쳐다봤다. 보스 앞에서 무뚝뚝한 모습, 보스 눈 밖의 부드러운 모습. 알 수 없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보스 앞에서 한 번에 저를 제압하고 위협을 가한 것을 보았을 때, 보스의 명령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인간이다. -저렇게 선한 얼굴을 하고도. 제 짐을 챙겨 곁에 선 한성이 턱짓으로 입구를 가리키고 서연이 대꾸 없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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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이 호텔에서 머물게 될 거에요. 필요한건 뭐든지 이용하시고, 이건 저와 연락을 할 수 있는 휴대폰입니다. 늘 주위에 있으니 부르시면 금방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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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대기조도 아니고. 한성의 말에 어이없는 듯 웃은 서연이 됐다는 듯 손짓했다. 아무래도 무려 청방의 보스이니, 돈이 많은 모양이었다. 전에 살던 집 크기에 몇 배는 되어 보이는 로열 스위트룸이었다. 살다 살다 이런 곳에서 묵어보는 구나. 자조적으로 웃은 서연이 한성을 쳐다봤다. 나가요. 무언의 압박에 어깨를 으쓱인 한성이 고개를 끄덕이곤 짐을 놓고 방에서 나갔다. 그래도 긴장은 되었던 모양인지 어깨에 힘을 뺀 서연이 이제야 맘 편히 방을 구경했다. 방은 쓸 때 없이 넓었고, 그 안에 서연은 너무도 작았다. 구룡채성에 있을 때보다 더 쓸쓸해 진 것 같은 기분에 괜히 얼굴을 쓸어내린 서연이 침대에 걸터앉았다. 침대는 족히 세 명은 잘 수 있을 만큼 넓었다. 한성. 친절히도 한국말로 이름을 입력해주셨네. 오랜만에 써보는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져보던 서연이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피곤할 것이다.

앞으로 신경 쓸 것도 많고,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아질 것이다. 지금 드는 의문보다 훨씬 많은 의문이 들 것이며. 나는 범죄 조직에 속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질 것이다. 세상에서 없어질 수도 있지.

?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일까. 여자라는 약점에 정식 의사도 아닌 내가, 어째서 보스를 관리하게 된 것일까.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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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rrr-

익숙지 않는 전화 벨소리에 부스스 잠에서 깬 서연이 머리를 짚었다. 지금 몇 시야? 통유리로 된 테라스는 어두웠고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만이 빛을 내었다. 한성. 그의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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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은 여전히 굳어있군.”

아무래도 좋은 시작은 아니었으니까요.”

좋을 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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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와의 식사자리였다. 대충 입은 제 옷과는 어울리지 않는 고급 레스토랑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군말 없이 스테이크를 써는 서연이다. 비록 어제 만났지만 보스와 독대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괜히 보스가 아닌지 한눈에 봐도 보이는 여유와 아우라는 대단했다. 그의 머리끝부터 얼굴, 옷차림, 손끝까지 훑어본 서연이 포크와 칼을 접시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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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없어요?”

한태하.”

한국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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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한국말에 당황한 서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반응이 놀랍지 않다는 듯 입을 닦아낸 태하가 입 꼬리를 당겨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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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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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의 입에서 나온 한국어에 눈썹을 구긴 서연도 반쯤 남은 스테이크를 두고 입을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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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짧군.”

짧던. 말던.”

첫 만남 때 일 때문에 삐진 건가? 여자를 좀 험하게 다루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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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얼굴로 끈질기게 달라붙는 시선에 눈을 피한 서연이 주먹을 쥐었다. 기분 나쁜 사람, 기분 나쁜 시선. 서연의 시선은 그 이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찾지 못했다.










****************





취미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감을 다 잃은듯.


원래 감이랄 것도 없었지만 ㅋㅋㅋ


한글자 한글자 쓰는데 계속 턱턱 막히는 기분.


연습 삼아서 계속 연재하다 보면 늘겠지.


첫 연재물 치고는 너무 빡센 소재를 선택한 것 같다.


벌써부터 후회 막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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