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끼리 100일 200일 300일 챙기고 그러잖아 그것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해
100일 전에 서로 설레고 뭐 해 줄까 뭐 받을까 이런 생각에 들뜨지 않아? 우린 같이 살다 보니까 크게 감흥이 없었어 100일 전부터 우리 뭐 할래? 이 말을 제일 많이 한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정한 게 뭐였냐면 이벤트 같은 게 아니라 자신한테 중요한 사람에게 각자를 소개해 주는 거였어 여자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얘 자체를 좋아한다 이걸 설명하려고 애 먹었던 거 같아
난 나랑 어릴 때부터 친했던 아는 오빠(절대 이상한 사이 아님 진짜 친한 오빠 친오빠 맞먹는)한테 진리를 소개시켜 주기로 했어 그 오빠도 마침 서울이었고 정말 좋은 사람이고 진리한테도 그 오빠한테도 서로를 소개시켜 주고 싶었어 오빠랑은 그냥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로 나 대박인 거 말해 줄 거니까 마음의 준비하고 와 이렇게 말했어 그리고 카페 들어가기 전까지 내 생각은 여기서 까여도 우린 우리니까 그거 나름대로 잘 극복하자 근데 진짜 오빠가 싫어하면 어쩌지? 이걸로 가득 찼었거든 겁났다고 하는 게 맞을 거 같아 조금 무서웠어
카페에 들어가서 오빠를 기다리는데 오빠가 곧 오고 앉으니까 더 긴장되는 거야 어떡하지 하다가 오빠가 나보고 옆에 아가씨는 누구냐고 쓰니랑 다르게 귀엽네 이런 식으로 장난치고 그랬어 말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쓰니: 오빠 얘 친구 아니야 애인이야
(침묵)
쓰니: 나 얘 진짜 좋아하는 거 같아 사람 자체가 좋다는 느낌이야 오빠도 ㅇㅇ언니(오빠 여자친구) 좋아서 죽겠다고 그랬잖아 나도 그런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시어머니한테 말하듯이 말한 것 같네 저때는 정말 진지했었고 좀 오글거리는 말 내뱉고... 오빠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아직도 저 말을 듣고 오빠가 나보고 그냥 할 말이 없다 너네한테 이러는 거야
솔직히 놀랐거든 나중에 진리한테 들어 보니까 오빠한테 저 말 들었을 때 눈에 살짝 눈물 고였대(귀여워...)
오빠: 니 애인 보니까 너 쳐다보는 게 ㅋㅋㅋㅋㅋㅋ 야 너 잘해라 쟤한테
쓰니: 아 (비속어) 놀랐잖아
오빠: 쓰니가 봉 잡았네...
저 말을 하는데 표정이 한 대 치고 싶었음 매우 ㅋㅋㅋㅋㅋ 왜냐면 진리를 안쓰럽게 쳐다봤거든 어이리스... 진리도 그때야 표정 풀어지고 장난 치기 시작함
진리: 쓰니야 들었지 너 봉잡았다잖아
쓰니: 아 그건 인정인데 오빠 표정 팬다 진짜
셋이서 장난치다가 진리랑 오빠 번호교환하고 오빠가 커플들 100일인데 선물해 줄 게 없다고 밥이나 사 준다면서 먹을 거 고르라길래 진리가 싼 데 가자는 거야 극구 말리고 아웃백 갔음 점심 잘 얻어먹었지 그리고 난 먼 훗날에 오빠랑 진리 둘이 알게 된 걸 후회하게 됐어 왜냐면 나랑 싸우면 진리가 오빠한테 전화해서 내 얘기하고 그럼 난 오빠한테 혼나고 둘이서 날 놀릴 때도 있고 그래
성공적이지?
그럼 이제 진리 지인한테 날 소개해 줘야 하잖아 진리는 언니한테 소개 시켜 주기로 함 언니라 함은 진리의 친언니 되셔 ㅋㅋㅋㅋ 진리는 여자형제가 많거든 동생 2명 언니 2명 근데 중요한 건 다 여자야 5자매인 셈이지 나 잘못 걸리면 골로 갈 듯
언니 중에 작은 언니한테 소개시켜 줄 거라고 들뜬 진리를 보는데 진리가 귀여운 거야 근데 마음 속으로는 불안하고 그 상태로 언니를 만나러 감 시간이 저녁 시간이었거든(점심 먹고 둘이서 놀러 돌아다님) 그리고 그 언니는 회사를 다녀서 우리가 회사 근처 파스타집으로 찾아갔어
갔는데 언니가 먼저 와 있어서 언니한테 갔는데 그 언니랑 난 이미 알고 있는 사이였어 왜냐면 진리랑 같이 살게 되고 나서 진리 가족분들이랑 많이 친해졌었거든 그래서 작은 언니는 이미 통성명도 끝내고 말도 놓는 사이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중요한 건 이제 말할 것 때문이었지
파스타 먹다가 셋이서 수다도 떨다가 먹는데 진리가 계속 언제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그러는 거야(서로 옆에 있는데 카톡 주고 받음) 그래서 파스타 다 먹고 후식 나왔을 때 내가 말했음
쓰니: 언니 있잖아
언니: 왜 쓰니야
걍 호칭만 언니지 친구 대하듯 대함 나이차도 1살 나서(언니가 빠른)
쓰니: 나 사귀는 사람 생겼는데 여자야
언니: 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헐 이렇게 말하고 언니 굳음
진리처럼 언니도 귀여우셔... 진리는 옆에서 눈 질끈 감고 있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하나 싶어서 언니를 계속 쳐다봄 언니는 언니 나름대로 혼란스러울 것 같으니까 생각할 시간을 좀 주려고...
언니: 그러니까 양성애자 동성애자 이런 거?
쓰니: 어 그런 건데 난 걔가 진짜 좋아
언니: 헐 잠시만
언니가 계속 멍때리면서(생각하는 것처럼 보였음)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울려고 하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
언니: 그럼 쓰니 시집 다 간 거야...?
쓰니: 아 그런 건 아닌데
언니: 나 회사 동기한테 너 소개 시켜 주려고 했는데......
현실 당황했음 언니는 지금까지 내가 안 사귀고 혼자 지내는 것처럼 보여서 이어 주려고 했는데 지금 애인 생겼다는 얘기 듣고 놀란 거야 ㅋㅋㅋㅋ 막 울먹울먹하면서 걔 사진이나 보여 줘 봐... 이러는데 진리 집안은 귀여운게 유전인가봐 진심
진리 사진 보여 주는데 언니가 얘 울 진리 닮았네... 진리보다 더 예쁜 것 같기도 하고? 이러셨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에 있던 진리는 짜증 냄 이거 나라고 말하면서
진리: 야 이거 나거든
(침묵)
그 날 언니는 내 손 잡고 울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니네 둘이 한 번에 시집을 가냐고 언니보다 먼저 그럴 수가 있냐면서
저녁 먹고 나와서 언니 차로 우리 둘 데려다 주는데 계속 하는 말이 이거 꿈이야? 이 말 ㅋㅋㅋㅋ 그리고 딱 집 앞에 도착했는데 이제야 정신이 드셨는지 진지하게 말하더라
언니: 너네가 좋아하는 건 상관없어 사귀는 것도 상관없어 근데 너네 지금 같이 사는 사이잖아 한 지붕 아래서 매일 보는 사이 헤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빈말이 아니라 난 너네가 사귀는 거 정말 상관없어 근데 엄마랑 아빠 그리고 쓰니 어머니 아버지는 어떻게 할 거야? 다 생각해 볼 거지? 이런 것도 생각 안 하고 가볍게 사귀는 거면 너네 헤어지라고 할 거다 서로를 가볍게 생각하지 마
더 자잘한 말이 많았는데 핵심 내용만 간추리면 저렇게 말하셨던 것 같음 그리고 우리 둘 다 가볍게 만나는 거 아니라고 진짜 좋아한다고 계속 설명함 ㅋㅋㅋㅋㅋㅋ
적고 보니 되게 무난하게 다 넘겼던 것 같네
질문도 받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