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머리 억새가 흔들리고 금싸라기 벼가 추워 몸을 움츠릴 제 해는 그 어느 날 보다 높다 흔들리는 시골 버스는 철길을 넘어서 덜컹거린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김광석이니 쎄시봉이니 하는 우리 어무니 아부지 듣던 노래들이 흐른다 나른한 볕이 눈가를 움푹 패고 들어가 눈을 끔뻑 밖을 바라본다 노랗다 못해 샛노란 순금의 논이 지천이다 꾸벅 졸다 머리를 창에 들이받고 금즉하니 놀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새 논들은 읎다 신작로와 길게 뻗은 전깃줄이 대신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그 전선 속 구리의 빛깔이 논의 그것과 조금 닮아 있는 듯 하다 고작 그 짧은 순간, 잠깐 졸았는데도 국경을 넘어선 기분이다 물고기가 유영하듯 부드러운 바퀴의 움직임은 그가 도시로 들어섰다는 것을 증명키로 했나보다 아주 잠깐 황금 소의 꿈을 꾸었다 시골 언덕의 풀뜯기를 즐기는 자유로운 소의 꿈을 도시선 찾을 수 없는 그의 터전과 하물며 귀찮은 쇠파리까지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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