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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억새-원망 | 인스티즈

 
 
 
고래는 구름을 집어삼키고 씹어먹어
숨구멍으로 별을 뱉어 은하수를 만들었다
고래의 숨 뱉는 소리가 세상을 뒤흔들었고
작은 마을 허리께까지 분수를 터뜨렸다
어떤 이의 뜨신 한숨에 
은하수가 광화(鑛化)하여 보석처럼 내렸다
지붕 위로 찬 보석들이 나린다
그날 밤 어린 물억새는 울었다
 
가을 한 철 제 옆에서 저를 지키던 재잘대는 기러기
휘어지려는 줄기를 잡아준 작은 바위
목 마를 날 없도록 쉼 없이 흘러주던 시내
이 모든 것들과 이별해야할 날이 머지 않았다
어린 물억새는 그날 밤 울었다
 
흔들리는 흰 머리칼이 쳐져 잡히고
뒤로 젖혀지는 줄기의 아픔이 생경히 느껴질 때
노파는 물기 어린 손으로 낫을 들었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빼앗아갈 누벼진 손등
물억새는 그를 원망했다
 
가물었던 밭을 고래가 함뿍 적신 후
어린 물억새는 그 곳에 숨이 죽었다
희고 곱던 머리칼은 썩어 문드러진 지 오래
그는 제 온 몸을 바쳐 원망했다
원망은 다른 것의 뿌리를 타고 다른 것을 키웠고
물억새는 어느 밭에 조용히 비명했다
 
고래는 물억새의 별을 찾아 구름을 집어삼킨다
어둠이 별러준 은하수의 틈에 별을 뱉는다
어린 물억새는 쉼 없이 흐르는 시내에 몸을 던진다
몇 천년을, 몇 억 광년을 마르지 않을 물기
물억새의 심장에 울음이 괴어 올랐다
원망은 사그라든 지 오래였다
그는 북받치는 울음을 고래처럼 터뜨렸다
 
원망은 사그라든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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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떻게 이런 글이 여태까지 물 밑에 있었던거죠.. 아름다워요 정말로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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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감사합니다. 사실 이 시에 대한 코멘트가 필요하다고 느꼈었는데.....ㅎㅎㅎ 감사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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