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좋아한다.
마음을 뒤흔드는 새벽공기와 커튼 사이 햇빛이 내 방을 비출 때 쯤 멍하게 눈을 뜨면 네 생각이 먼저 나.
어제 밤 차가운지 몰랐던 공원 벤치에 앉아 너와 했던 대화들도 다 기억이 난다.
관심 좀 끌어 보려, 별거 아닌 내 이야기를 하던 나를 보고 너는 말갛게 웃으며 푸스스 하게 웃었다.
나는 그런 네 웃음이 좋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가만, 있으면 네 웃음이 생각이 나 나도 같이 웃었다.
입술이 터서 고민이라는 내 말에 고개를 가만가만 끄덕이며 나도 그렇다며 동조하던 네 생각이 나서 산 립밤을 줄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집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에 와서도 고민을 하다 내민 립밤을 한참 보며 나 주는거 맞냐며 물어보던 너.
맞다고, 부끄럽다고 쳐다보지도 못하겠다고, 내 빨간 얼굴을 들키기 싫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숫기없고 내 눈조차 잘 마주치지 못하던 너는 무슨 용기였을까, 내 앞으로 와 수그리고 앉아 허리를 숙여 내 눈을 마주쳤다.
자기를 보라며 립밤을 입에 슥슥 바르고는 입술을 문지르며 고맙다고 하던 너.
한참을 그렇게 내 눈을 바라보다 네 얼굴이 내 얼굴과 맞닿았다.
백지장이었던 내 기억 속에 남은 것은, 네 숨결과 뜨거운 입술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