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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너의 꿈을 꿨어. 잠에서 깨고 한참이 지난 후에도 여운이 남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만약,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 때엔 너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01. 

 

 

 

그리고 눈을 뜨니, 내 방이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어머니의 옷방이 되어버린 10여년 전 내 방. 말도 안돼. 또 꿈인건가 싶어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다 넘어져버렸다. 발목을 접질렀는지 왼쪽 발에 시큰하니 통증이 올라와—꿈이 아니야. 현실감이 없어도 아픈 발을 절뚝이며 거실로 나오니 출근준비와 등교준비로 분주한 집이 보인다. 매일 아침 아버지께서 틀어두시는 티비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오늘은 2005년 4월 4일. 기억도 나질 않는 14년 전으로 돌아와버렸다. 아니, 갑자기 온갖 기억들이 머리 속으로 헤집고 들어온다. 정리가 안되어 혼란스러움에도 학교 갈 준비 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몸은 습관적으로 움직였다. 분명 기억도 잘 안나는 그 때 인데도 어제도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집을 나서 학교로 향했다. 내 손을 마주잡고 걸어오는 동생도, 거리를 가득 채운 아이들도, 지나가다 마주친 친구들의 반가운 인사도, 교실로 드러서자 보이는 그리운 풍경도 낯설기만 하다. 내 자리는 3분단 뒤에서 둘째 줄. 가방을 책상에 걸고 자리에 앉자, 먼저 와있던 짝이 반갑게 인사한다. 

 

- 안녕. 좋은 아침이야.  

 

세상에, 너였다.  

 

새 학기 어느정도 친구들과 익숙해질 즈음, 다른 친구들과 친해지길 원한 선생님은 자리를 바꾸었고, 운이 좋게도 나는 너의 짝이 되었다. 두 달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의 즐거운 시간들이 나에겐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었는지 너는 알까. 오늘은 너의 짝이 된 첫날. 분명 오래 전 희미하게 남은 기억임에도 나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 이제는 현실인가. 

 

수업은 지루했다. 대학도 졸업하고 회사까지 다니던 20대 중반이 다시 초등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해보라. 너무 쉽다 못해 자꾸 졸음이 몰려온다. 나는 수업 태도 좋고 성적도 좋은 우등생이였기에 어떻게든 잠을 깨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몰려오는 지루함은 내 집중력 마저 십대로 돌아간건지 도통 집중 할 수 없어 흘끗 네 쪽을 훔쳐봤다. 잘 기억나지 않던 네 앳된 얼굴은 수업에 집중하며 눈을 반짝인다. 그래, 너도 공부 잘하고 성격좋은 우등생이었지. 어쩐지 대견스러워 나도모르게 너무 쳐다봤나보다. 

 

-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바지런한 손글씨마저 너답다.  

 

아니, 그냥 심심해서 봤어 ㅋㅋ 미안 

뭐야 그게 ㅋㅋ 사실 나도 심심해 

그럼 우리 빙고할래? 

ㅋㅋ ㅇㅋ 

 

노트를 작게 찢어 칸을 그렸다. 그래 우리는 이미 학원에서 배운 수업 내용이 지루해 이렇게 종종 몰래 장난을 치곤 했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몇 안되는 즐거운 너와의 시간이었지. 엎치락 뒷치락 했던 그 시절과는 달리 속에는 성인이 있어서 게임은 내가 이겼다. 재미들린 너를 놀리다 보니 어느 새 수업은 끝났다. 

 

아이들이 제일 반기는 점심시간. 너는 네 친구들과 나는 내 친구들과 급식실로 향했다. 시덥지않은 얘기들로도 꺄르르 웃는 아이들을 보니 잊어버린 내 동심이 느껴진다. 초등학생의 점심시간은 길구나. 밥을 먹고 아이들은 제각각 운동장으로 놀이터로 흩어졌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아침에 다친 발목이 시큰해 그냥 운동장 한 구석에 자리잡았는데 축구를 하는 아이들 사이로 네가 보였다. 기운도 좋구나 아이들은. 그때도 지금도 운동은 못했던—유일하게 피구는 잘했다. 공을 피하기만 하면 되니까—나는 이리저리 잘 뛰는 네가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상대를 제치고 골을 넣자 친구들은 신이나 네 주위를 둘러쌌다. 네 주변엔 항상 너를 좋아하는 아이들로 가득했지. 나도 그중 하나였고. 그냥 갑자기 쓸쓸한 기분에 교실로 돌아가려고 일어섰는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 조심해! 

 

퍽, 하고 얼굴에 충격이 느껴짐과 동시에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졌다. 멀어지는 의식 너머로 달려오는 아이들과 네가 보였다. 어릴 적 공에 맞아 코피를 흘린적이 있었던거 같은데, 그게 오늘이었나.  

 

눈을 뜨니 보건실이었다. 이미 수업이 시작되었는지 밖은 조용하고 열린 창문 사이로 가까운 교실에서 수업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짜피 이렇게 된거 하교시간까지 땡땡이나 칠까 뒤척이는데, 옆자리에 누가 있었다. 

 

- 미안해. 

 

너였다. 듣자하니 네가 골을 넣어서 분이 난 남자애가 너에게 공을 찼는데, 피하려고 그걸 맞받아 친게 하필 내쪽으로 향했나보다. 내가 공에 맞아 코피를 흘리며 기절하는걸 보고 당황한 네가 나를 보건실로 데려왔고, 수업에 가라는 양호선생님의 말에도 자기때문에 쓰러진거라며 너는 기다렸다. 기가 죽어 사과하는데 왜 귀엽게 느껴질까. 어린 남동생이 누나에게 혼날까봐 시무룩한거 같아. 나도 모르게 고개숙인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내 손도 작구나. 

 

- 살다보면 공에 맞을수도 있지. 괜찮아. 안경은 새로 하면 돼. 너도 놀랐겠다 야. 

 

많이 놀라긴 했는지 얼굴이 벌개진다. 

 

- 일어났니? 어지럽진 않고? 

 

목소리를 들은 양호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괜찮으니 다시 수업 가라며 우리는 적막한 복도로 내쫓겼다. 어색하게 걷는데 그 고요함이 어딘가 편안하다. 나는 어릴때 몸이 아파 양호실을 핑계로 종종 수업을 빼먹고 텅 빈 복도를 걷곤 했다. 나 혼자 다른 세상에 온거 같아서 좋았지. 

 

- 야. 우리 어짜피 수업 늦은거, 그냥 이거 땡땡이 치자. 

- 뭐? 

- 나만 아는 비밀장소가 있어. 거기 있으면 아무도 몰라. 

 

머뭇거리는 네 손을 이끌며 건물 밖으로 향했다. 지나가는 선생님을 피해, 수업하는 교실을 기어가며, 미션수행 하듯 우리는 비밀스럽게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 뒤 풀숲사이에 누워있는 커다란 박스가 있었다. 그 박스는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나무와 담벼락에 가려 밖에선 전혀 보이지 않아, 숨바꼭질을 하면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는 나만의 비밀 장소였다. 초등학생 몇명은 거뜬할 큰 냉장고 박스. 내가 앉으려고 갖다둔게 분명한 방석과 우산도 있었다.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자니 웃음이 나온다.  

 

- 여기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돼. 내 비밀 아지트거든. 짝궁이니까 알려준거야.  

- 알았어 나만 알고 있을게. 

- 가끔 보건실 간다고 하고 여기 숨어있는데. 고양이도 보인다. 엄청 귀여워. 

- 진짜? 나도 고양이 보고싶다. 

- 나중에 내가 사진 찍어서 보여줄게.  

- 응. 꼭 보여줘. 

 

대화가 끊기니 갑자기 어색해졌다. 그도 그럴게, 사실 너와 나는 짝이었을 때만 친했고, 다시 자리가 바뀐 후로는 별 대화 없는 그저 같은 반 아이였기에. 그러고보니 오늘이 그 첫날이었다. 네 입장에선 짝이 되자마자 당황스럽겠구나. 그땐 이런 일도 없었는던거 같기도 하고. 이미 말도 안되는 상황이니 뭐 어때. 그냥 내키는데로 하기로 했다. 

 

- 음악 들을래? 

 

마침 주머니에 mp3가 있었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기억 너머로 사라진 추억을 마주하니 반갑다. 그 당시 즐겨듣던 노래는 어른이 되어서도 생각나면 듣곤 했는데. 사이좋게 한쪽씩 이어폰을 나눠끼고 음악을 틀었다. 너도 아는 노래인지 흥얼거리는게 썩 좋다. 

 

- 나도 이 노래 좋아해. 

- 그래? 나도. 노래방 가면 꼭 불러. 

- 너 노래 잘해? 

- 음... 잘하는건 아냐. 그냥 좋아해. 

- 어 나도 ㅋㅋ.  

 

생각 외로 너와 나는 취향도 비슷했나보다. 너는 유행하는 노래도 좋아하지만, 감성적인 음악도 좋다고 했다. 초등학생 답지 않은 감성이구나. 내 눈엔 어린애로 보이는데 묘하게 성숙한 모습이 어른들에게 사랑받겠구나 싶었다. 

 

수업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나오기 전에 우리는 교실로 돌아왔다. 같이 들어가면 어쩐지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나는 일부러 뒤늦게 들어왔다. 무리하게 걸어 발목이 아프기도 했고. 우리는 같은 자리로 향했지만, 네 친구들은 너를 둘러싸고 나는 모른척 자리에앉아 이어폰을 꽂았다. 비밀로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지 뭐하고 왔냐는 아이들의 말에 선생님 심부름 다녀왔다고 둘러댄다. 약속을 잘 지켜주는구나. 너의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되었네. 책상에 엎드리니 졸음이 몰려왔다. 이제 곧 마지막 수업이 시작될텐데, 수업 시작하면 깨우겠지 싶어 스르르 잠에 들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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