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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여우 사이 그 어딘가. 

그러니까, 꽤 앙칼지고 도도하게 생긴 인상에 덜컥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하다. 

 

"우리 OT때 같은 방 썼던 형님이랑 같이 올라온 동생이래. 근데 마침 같은 빌라냐! 인사해! 이웃끼리 친하게 지내야지!" 

 

친구 준혁이가 이웃끼리 친하게 지내라며 대뜸 소개해준 너. 

오늘부터 내 글 속 너의 이름을 별이라고 하자. 

 

빌라 외벽에 아스라이 달아놓은 비상 계단에 쭈그려 앉아 연신 담배를 피워대는, 말 없이 차가운 인상의 별이 너를 보고 어쩌면 친해지기 꽤 어려울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별아, 난 원래 담배를 이렇게 자주 안 태워. 

태워도 내가 평소 다니던 건물 안쪽 계단 흡연구역에서 태운단 말이야. 

왜 내가 이 허름하기 짝이 없는 계단에 걸터 앉아 은근히 너를 기다리고 있냐는 말이야. 

 

이틀에 한 번 꼴로 타이밍 좋게 널 마주치기라도 하면, 기다렸던 맘을 애써 꾹꾹 눌러 담고 어색한 표정 하면서 고개만 끄덕이고 빠르게 자릴 뜨기 십상이었어. 그 때 나 참 바보같았다. 그치? 

 

 

너를 알게 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웬일인지 네가 먼저 우리집 문을 두드렸어. 

 

"야- 나 별인데, 나와 봐. 같이 담배 피자." 

 

아마 이 때 제대로 된 네 목소리를 처음 들었나? 난 네가 서울 사람일 거라 확신했는데, 그 도도한 얼굴을 하고 사투리를 쓰니까 그게 너무 귀엽더라.  

 

근데 또 네가 서울말을 썼더라면 그건 또 그것대로 예쁘다 생각 했겠지? 

 

 

너 생각보다 말도 엄청 많고, 목소리도 귀엽고 예뻐. 무의식 중에 나오는 몸에 베인 애교랑 통통 튀는 말투. 내가 혼자 살아 밥을 제대로 못 먹을까, 진심 어린 걱정이 담긴 찌푸려진 미간 까지도 너무 귀여워. 

 

처음엔 네가 도도하고 콧대 높은 여자애인 줄 알고 지레 겁 먹었는데,(사실 그 때도 매력 있다 생각했어.)내 상상과 정반대인 너를 만났을 땐 정말이지... 오글거리는 표현이지만, 사랑에 빠져버린 것 같았어. 

 

 

너와 나의 집 근처에 한강이 있어서 참 다행이야. 별이 너는 서울에 살아 보는게 평생의 꿈이었다고, 이제 꿈에 그리던 서울에 왔으니 매일 밤마다 한강에 가서 노래 부르고 뛰어다닐 거라 했었지. 

 

그리 좋아하면서도 한강은 너무 좋은데, 너무 커서 바다 같다고. 밤에 보면 너무 까맣고 파도가 넘실대는게 무섭다고 매일 밤마다 날 불러냈어. 

 

가양대교 아래서 넌 KGB 한 캔, 나는 블랑 한 캔 옆에 두고서 나무 벤치에 아무렇게나 뻗어 누워 같은 노래를 들었어. 

 

 

별이 하면 나, 나 하면 별이. 

 

우리 좀 많이 친해졌지? 별이 네가 날 친구로 보는 것만 같아서 애써 내 맘 더 감췄어. 

 

 

여름 방학. 별이 너는 고향에 내려가는 걸 너무 싫어했어. 친구들 다 고향에 내려갔는데 혼자 서울에 남아 집에서 시간을 보냈었지. 물론 나랑 같이. 나도 무슨 이유에선지 대전에 가기 싫었거든. 

 

밖에서 맛있는 거 먹다가 네 생각 나면 나오는 길에 포장해서 주고, 동기들 불러 우리집에서 놀다가도 혹여나 너 혼자 심심할까봐 담배 핀다는 핑계로 혼자 빠져 나와서 신신당부를 했어. 

 

"별아, 친구들 가고 이따가 꼭 올게. 심심하거나 무서운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알겠지?" 

 

 

별이 집에서 본 첫 영화. 키스신도, 베드신도 참 많았지. 그러려니 하고 보고 있는데 별이 네가 어색한지 그런 장면에서만 부러 쫑알대길래 그게 너무 귀여워서 물어봤어. 

 

"별아, 둘이서 이런 영화 보니까 어색해?" 

 

물끄러미 쳐다 보면서 고개 끄덕이는데, 그런 표정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 나보고 뭘 어떡하란 거야. 잘 참고 있는 나를. 

 

적막과 함께 시간이 멈춘 듯 했어. 그리고 키스 했지. 누가? 네가. 

 

별이 너는 아직도 이게 거짓말이라 하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기가 오르는 기분이었어. 전에 했던 입맞춤이랑은 아예 달랐다니까? 벅차오르는 가슴을 가라 앉히고 애써 딴청 피우면서 말했지. 

 

"별아, 나 진짜 온 몸이랑 가슴이 너무 찌릿찌릿해." 

 

내가 본 중에 제일 예쁜 웃음을 띄운 네가 그랬어. 

 

"그런 기분 살면서 몇 번 못 느껴볼 거야. 그러니까 잘 기억해 둬." 

 

그리고 다시 맞춘 입. 

 

 

3개월 간의 지긋지긋했던 짝사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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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상에,, 이 필력 뭐야 ㅠㅠㅠ
내가 요즘 짝사랑 중이라 그런가 더 잘 읽힌다,, 글 잘 읽었구 다음편 기대할게!!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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